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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세나르 대체할 '新 수출통제체제' 필요"...한미 경제안보포럼 개최

KF·CSIS 공동주최…美 "반도체 중요성 잘 알아…동맹과 긴밀 협력"
한국측 "美, 신뢰할 수있는 파트너 필요…반도체법·IRA 일부 근시안적"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워싱턴 DC에서 한미 경제안보 포럼을 공동 주최하고 양국이 당면한 경제 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KF에 따르면 한미 전문가들은 토론에서 중국의 부상하는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적 측면에서 양국의 긴밀한 공조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며 새로운 수출통제 체제 출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부 한국 측 토론자는 반도체법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최근 미국의 일부 정책 입안 과정에 동맹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일관성이 결여됐다고 비판하며 예상되는 중국의 압박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레그 앨런 CSIS 선임연구원은 토론에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때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면 현재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수출통제 역시 시의적절하게 내려져야 한다. 전략적 행위에 앞서 특정한 위기가 도래하길 기다릴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반도체 부문에서 핵심 국가이고, 미래 수출 통제에 있어서도 지도적 위치를 담당할 것"이라며 "반도체 분야에서 수출 통제가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바세나르 체제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세나르 체제는 지난 1996년 재래식 무기와 전략물자 및 기술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출범한 다자간 체제를 말한다.

 

이어 "만약 한국이 적절히 움직인다면 이(반도체 수출 통제) 대화에서 핵심 5개국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며 "이는 한국 입장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기회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존 뉴퍼 미 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은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이미 가공할만한 기여를 하고 있다"며 "수출 통제 및 투자 규제 가운데에도 산업 자체가 생기를 잃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며, 이것이 한미 공조가 필요한 지점"이라고 밝혔다.

 

경제안보대사인 이재민 서울대 교수 역시 "바세나르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수출통제 체제를 결성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 논의에 있어 핵심 문제는 국가안보의 새로운 정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국 시장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이들은 중국 시장을 유지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의 새로운 규제도 맞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양국 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발표 이후 일본과 네덜란드가 이에 동참한 것에도 주목했다.

 

앨런 연구원은 "한국은 일본 및 네덜란드에 비해 뒤처지기는 했지만 격차는 중국만큼 크지 않다"며 "한국이 이들을 대체해 중국을 지원하고자 한다면 이는 미국 국가 안보에서 큰 충격"이라며 한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동참 압박 가능성을 지목했다.

 

앨런 연구원은 화학 등 분야로의 수출 통제의 확대 가능성도 거론, "추가적인 분야로 수출 통제가 가능하지만 이는 다자 체제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한국의 기업들에 새로운 대중 수출 통제에 맞출 것을 요구하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문제는 일부 불확실성이 한국 기업들이 새 규제를 이행하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 분야를 예로 들며 "반도체와 디지털 장비, 인공지능과 관련한 기술은 상업적 및 군사적으로 동시에 이용 가능한데, 이 같은 새로운 디지털 경제에서 섬세한 조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거론했다.

 

멜라니 허트 미 상무부 및 국무차관 선임 자문은 "경제적 강압 행위는 미국의 국가 안보를 훼손한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에너지 자원으로 이 같은 횡포를 부리는 것을 목도했고, 중국 역시 다른 나라들의 자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기 위해 이 같은 강압을 활용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지목했다.

 

허트 자문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언급했듯, 국무부는 이 같은 경우 정밀하게 대응하기 위해 각기 다른 시나리오들을 통한 복수의 도상 훈련을 진행해 왔다"며 "여기서 획득한 큰 교훈은 우리가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중 일부는 새로운 것이며, 일부는 최근 입법의 결과"라면서 "외교적으로 우리는 이를 동맹 및 파트너들과 공조해 실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우리는 근본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며 "공급망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동시에 중국과 관계 단절 역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중국은 이 같은 경제적 강압 행위로 약간의 경제적 대가를 치를 수 있지만, 그로 인한 이익이 대가를 능가한다"며 "중국은 성취하지도 않은 권력을 휘두르고 있으며, 이것이 강압의 최대 혜택"이라고 주장했다.

 

정인교 국민경제자문회의 경제안보분과장은 "어떤 나라도 규칙에 기반한 경제 질서에 반대하지 않지만, 문제는 어떤 경제적 규칙인가"라며 "미국과 동맹이 새로운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새로운 다자 시스템을 만들 것으로 기대해도 되느냐"라고 의문을 표했다.

 

정 분과장은 미국의 최근 수출통제를 언급, "미국이 동맹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며 이를 받아들이라고 하고 있다"며 "물론 우리는 그 같은 정책을 이해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이 같은 수출 통제의 종점이 무엇이냐"고도 따졌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해서도 "IPEF의 효과와 신뢰성을 놓고 다양한 비판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당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던 것과 같이, 내년 미국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정책을 바꿀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규칙에 기반한 무역을 부활하고자 하는 나라 중에 하나임이 틀림없지만, 미국이 국제무역질서를 재구축하는 것을 중국이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보복에 나설 때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느냐"고 덧붙였다.

 

이정민 카이스트 교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제 사회는 기술적인 브레튼우즈적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며 "사드 사태 이후 한국 내에서 반중 정서는 높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한국과 중국을 경제적으로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가해지는 압력도 거론, "한국이 유의미한 '미들 파워'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첫 시점이 도래했다"며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서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미국이 한국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핵 분야에서 확장 억지가 가장 중요하고, 경제적 측면에서 신뢰성도 유지해야 한다"면서 "이른바 기술 동맹과 관련해선 당신들이 필요로하는 항목뿐 아니라 양측 모두 필요한 항목을 다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댄 김 미 상무부 반도체팀 팀장은 "반도체는 미국 경제에서도 매우 중요하지만, 한국에서는 쌀과 김치 같은 존재"라며 "우리는 공급망 유연성을 창출하기 위해 전략적 투자를 지원하겠지만, 반도체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거나 글로벌 시장에 문을 닫아걸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가 우리 동맹의 경제적 번영에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동맹의 전략적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동맹들과 긴밀한 대화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 때문에 미국은 한국과 같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며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반도체법이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미국이 최근 취한 일부 법안들은 근시안적"이라며 "미국이 이들 제품의 미래 수요를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 포드와 중국 CATL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을 거론, "중국 의존성을 줄인다는 IRA의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미래 배터리 기술에서 중국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정책을 설계·실행하는데 일관적일 필요가 있다. 이번 사례를 보며 많은 나라들이 이것이 과연 국가안보 때문인지 경제적 헤게모니의 문제인지 의구심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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