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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패권의 칼날에서 생존의 방패로 진화하는 희토류 전략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오늘날의 세계 경제는 '보이지 않는 자원'이 국가의 생존을 결정짓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20세기가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에너지 패권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첨단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를 둘러싼 공급망 전쟁의 시대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희토류는 단순한 광물 자원을 넘어 상대국을 굴복시킬 수 있는 강력한 ‘조커’로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누려온 독점적 지위의 이면에는 인권 유린과 환경 파괴라는 잔혹한 진실이 숨어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서구권의 전략 역시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첨단 산업의 아킬레스건 중희토류

 

희토류는 지각 내 함유량이 적고 추출이 까다로운 17종의 원소를 의미한다. 이 중에서도 전기자동차(EV) 시대를 지탱하는 핵심은 네오디뮴(Nd) 기반의 영구자석이다. 하지만 네오디뮴 자석은 80°C만 넘어도 자력을 잃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닌다. 해당 결점 보완을 위해 투입되는 원소가 바로 디스프로슘(Dy)과 터븀(Tb) 같은 중희토류1)다. 이들을 소량 첨가하는 것만으로도 모터는 200°C의 극한 환경을 견뎌낸다.

 

1) 중희토류는 희토류 중 원자 번호가 크고 무거운 원소들을 말하며, 매장량이 적어 희소가치가 매우 높고 전기차·방산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이다.

 

문제는 이러한 중희토류의 공급망을 중국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이들을 대체할 물질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외치며 전기차 전환을 서두를수록, 역설적으로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에 더 깊숙이 종속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한다. 국제 통상의 관점에서 볼 때, 특정 국가에 대한 이러한 과도한 의존은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가장 취약한 고리이자 아킬레스건이 된다.

 

인권과 환경을 희생시킨 중국식 독점

 

많은 이가 중국의 희토류 독점을 단순히 지질학적 축복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미국이나 호주 등 다른 여러 나라에도 희토류 매장지는 존재한다. 그럼에도 서구권이 자국 내 채굴을 유보하고 중국에 의존해온 배경에는 경제적 비용과 환경 규제가 자리한다. 희토류 정제 과정에서는 막대한 양의 방사성 폐수와 유독성 화학 물질이 발생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엄격한 환경 규제와 주민의 안전권을 보장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정화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생산 단가의 상승은 필연적인 결과다. 반면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의 특수성을 앞세워 ‘전체의 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개인의 희생을 강요해왔다.

 

중국 내 최대 생산지 인근에 형성된 수많은 ‘암 마을(Cancer Villages)’은 주민들의 생명권과 맞바꾼 저가 공급 구조의 참혹한 결과물이다. 환경 비용을 내부화하지 않고 외부로 전가하는 이러한 방식은 국제 통상 질서에서 정의하는 불공정 무역의 전형이다.

 

나이지리아 작전과 미국의 자원 안보 포석

 

최근 미국이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내 IS 세력을 겨냥해 전개하는 군사 작전은 표면적으로는 대테러 전쟁의 연장선상에 있다.2)

 

2) BBC뉴스 “트럼프, 나이지리아 내 IS에 '강력한 공습' 단행”(2025.12.26)

 

하지만 통상과 안보를 통합해서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나이지리아는 세계적인 수준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다. 중국은 이미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아프리카의 주요 자원국들을 자국의 공급망으로 편입시키려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은 중국의 독점적 지위가 아프리카 대륙으로 확장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고도의 견제책이다. 이제 자원 확보는 단순히 시장 논리에 의한 구매 계약을 넘어, 군사력과 외교력이 결합된 ‘국가 안보’의 영역으로 전이되었다. 공급망 다변화가 곧 국가 생존 전략으로 직결되는 시대다.

 

심해와 우주로 확장된 자원 영토

 

지질학적 한계를 기술력으로 정면 돌파하려는 시도는 심해를 넘어 우주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미나미토리시마 해저 6,000m에서 희토류를 채굴하려는 계획3)은 자원 주권 확보를 향한 처절한 사투다. 약 680만 톤으로 추정되는 이 매장량은 일본 연간 소비량의 수백 년 치에 달하며, 상용화 성공 시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3) 연합뉴스 "日, 내달 태평양 해저 희토류 시험굴착 개시…채산성 검증"(2025.12.27)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자원 전쟁의 종착역이 ‘달’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류가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며 달 탐사에 매진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달 표면의 ‘KREEP(칼륨, 희토류, 인)’ 지형에 매장된 막대한 양의 희토류와 청정 에너지원인 헬륨-3 때문이다4).

 

4) 월간조세금융 "우주를 채굴하는 시대, 관세는 준비됐는가"(고태진, 2025.06)

 

헬륨-3는 단 1톤만으로도 대도시 하나가 1년간 사용할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꿈의 물질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계획과 중국의 달 기지 건설 경쟁은 표면적으로는 과학 탐사이나, 실질적으로는 지구상의 희토류 독점을 무력화할 수 있는 '우주 자원 주권'을 선점하려는 국가적 야심이 투영된 결과다.

 

심해와 우주는 이제 자원 민족주의에 대응하는 최후의 보루가 되었다. 자원이 부족한 국가라도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스스로 '자원 주권'을 확립할 수 있다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일어난 셈이다. 기술 혁신은 자원 민족주의를 무력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기능한다.

 

ESG 규범과 클린 자원의 시대

 

2025년 현재, 국제 통상 무대에서는 거대한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이 ‘중국희토그룹’을 출범시켜 자원을 국영화하고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서구권은 ‘윤리적 생산’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법(CSDDD)은 기업이 자사뿐만 아니라 전체 공급망에 걸쳐 인권 및 환경 보호 의무를 준수하는지 감독하고 위반 시 책임을 묻는 법안이다.

 

인권 침해나 환경 파괴를 자행하며 생산된 원자재는 더 이상 국제 시장에서 정상 거래가 불가능하도록 규제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과거에는 가격 경쟁력이 최우선 가치였으나 이제는 생산 과정의 투명성과 윤리성이 제품 경쟁력을 결정짓는다. ‘더러운 희토류’ 대신 비용이 더 들더라도 ‘클린 희토류’를 선택하는 것이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의 잔혹한 독점 체제를 무너뜨리는 실질적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다.

 

자원 주권 확립과 미래의 이정표

 

미·중 무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토류는 더 이상 단순한 산업용 소재가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칼날이며, 누군가에게는 생존을 위한 방패다. 중국이 쌓아 올린 독점의 성벽은 자국민의 희생과 환경의 파괴라는 위태로운 지반 위에 서 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을 필두로 한 서구 진영은 군사적 전략, 심해 채굴, 그리고 달 탐사라는 기술적 극한에 도전하며 그 성벽을 허물고 있다.

 

결국 향후 패권 전쟁의 최후 승자는 자원의 보유량이 많은 국가가 아니라, 가장 지속 가능하고 인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공급망을 구축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통상은 단순히 물건을 주고받는 행위를 넘어, 그 물건이 담고 있는 가치와 윤리를 교환하는 과정으로 진화 중이다.

 

우리는 지금 단순한 자원 확보의 단계를 넘어 ‘인류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라는 거대한 통상 질서의 재편기에 서 있다. 전략 자산의 확보와 윤리적 가치의 준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가장 거대한 시대적 과제다.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공급망의 다변화, 그리고 무엇보다 자원 안보에 대한 냉철한 통찰만이 흔들리는 국제 통상 질서 속에서 우리를 지켜줄 유일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현)경인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 (현)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경기TP, 인천TP 등 기관 전문위원

• (전)월드클래스 300, NCS워킹그룹 심의위원

•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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