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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기획]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① 표심 가르는 관전 포인트는?

-농협회장 셀프연임에 좌초된 농협법 회생 가능성 ‘안갯속’
-졸속 선거전, 지역선거 약진·정책선거 후퇴
-모호한 2강 구도, 강호동 vs 현 회장 대리전”될 수도

 

(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불과 1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도는 커녕 출마 후보들에 대한 윤곽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농협법 개정안이 현직 회장의 셀프연임에 발목이 잡혀 유력 후보들이 선거판에 뛰어들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을 다 소비했기 때문이다. 농협법이 내년 1월 9일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힌 현직 소급 셀프연임 조항을 삭제한 수정 법안을 다시 제출하는 것이 최선일 것으로 보여진다.

 

입법로비로 얼룩진 셀프연임 법안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실상 폐기 위기에 놓임에 따라, 현직 회장의 불출마를 상수로 놓고 선거판의 밑그림을 다시 짜는 작업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더욱이, 선거를 예열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정책이나 인물 선거로 치러질 가능성도 사라진 상태다. 농협의 고질병인 후보간 합종연횡, 즉 지역선거나 금권선거가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세금융신문에서는 내년 1월에 열리는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관전 포인트를 기획 취재를 통해 예상 후보자들의 면면을 시리즈로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1. 조합장 직선제로 금권선거 걸러낼 수 있나?

내년 1월 25일에 열리는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크게 달라진 제도하에서 치러진다. 2009년에 도입된 대의원 간선제가 조합장 직선제로 바뀜에 따라 유권자의 모수가 300명 안팎에서 1,111명으로 대폭 증가하게 된다. 더욱이, 조합원이 3,000명 이상인 조합에 한해 추가로 부가의결권 1표가 주어지기 때문에, 전체 표수가 1,255표로 늘어나게 된다. 또한,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최다 득표자와 차순위 득표자가 결선 투표를 진행해 당선인을 결정하는 구조다.

 

 

농협법 개정 과정에서 불거진 농협회장의 입법로비 의혹이 전국적인 이슈로 부상하면서, 농협 선거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문제는 대의원 간선제가 조합장 직선제로 바뀌면서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금권선거 양상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300명이 유권자인 대의원 간선제하에서는 리스크를 통제하면서 조직과 자금을 이용한 매표 행위나 회유 등이 가능할 수 있다.

 

대의원 간선제 하의 지난 선거들을 보면, 대의원을 둘러싼 크고 작은 금권선거 이슈가 끊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별문제 없이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유권자 모집단이 극히 제한적이라 리스크관리가 가능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여의도 정치권 외각을 떠도는 농협 브로커들이 부쩍 늘었는데, 이들의 공통된 화두는 누구누구는 자금이 풍부해 가능하고, 누구누구는 돈이 없어 어렵다는 얘기 등이다. 아무리 유능한 조합장도 돈이 없으면 출마할 엄두도 못 내는 게 농협 선거가 처한 현주소다.

 

그러나 조합장 직선제는 구조적으로 금권 살포가 어려운 제도적 특징을 탑재하고 있다. 유권자가 전체 조합장으로 확대되면 집단 지성이 작동해 통계적으로 금품선거를 걸러내는 모수의 법칙이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력 후보들이 배달 사고로 인한 사법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금권선거에 참여할 유인이 사라지게 된다.

 

사실, 현직 회장의 셀프연임 법안이 좌초된 것도 따지고 보면 입법로비 의혹이 사법리스크로 진화하면서 추진 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복마전으로 불리는 금권선거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금권선거 심판 여부가 농협 선거를 둘러싼 첫 번째 관전포인트인 이유다.

 

2. “강호동 vs 회장 포스트” 구도 실현되나?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의 1라운드는 현직 중앙회장의 셀프연임 문제로 그 공백을 메웠다. 그러나 농협법 개정에 사활을 걸었던 이성희 농협회장이 조용히 임기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최원병 전 농협회장의 대리인모델이 빈번하게 언급되고 있다. 최원병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감사위원장직을 수행했던 이성희 현 회장을 포스트로 삼아 차기 중앙회장을 만드는 킹 메이커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최원병 전 회장이 여전히 농협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다.

 

 

이번 선거는 선거 활동 기간이 짧아 잠재 후보가 출현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2강 체제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양강 체제의 한 축은 경남 합천율곡농협의 강호동 조합장이다. 5선의 강호동 조합장은 가장 먼저 선거에 뛰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인지도 측면에서도 다른 후보들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 조합장이 지난 중앙회장 선거에도 출마해 3위로 낙선했지만, 경남을 대표하는 차기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도시 조합장 출신인 현 회장과 달리, 농촌형 조합 출신이라는 점도 강점 중 하나로 뽑힌다. 강호동 조합장이 이번 선거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다.

 

다른 한 축은 고차 방정식에 가까울 정도로 상황이 복잡하다. 호남의 대표 주자인 정읍농협의 유남영 조합장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선거 판세와 구도가 깨진 상태다. 유남영 조합장은 지난 선거에서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지도와 득표력 면에서 검증을 마친 후보군에 속한다. 유 조합장의 이탈로 인해 20% 이상의 유권자를 지닌 호남이 유력 후보가 사라지고 대신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호남 축이 와해된 상황에서 이성희 회장이 후선 지원하는 후보를 포스트로 밀어 대리전에 나서려 한다는 소문이 농협과 정치권 외곽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현직 프리미엄인 조직과 자원을 활용해 포스트를 지원한다면, 킹 메이커가 되는 것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실제로, 현 회장이 특정 후보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는 제보도 여러 곳에서 들어오고 있다. 이 회장이 연대 가능한 후보군으로는 부산 금정농협의 송영조 조합장과 동천안농협의 조덕현 조합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6선의 송영조 조합장은 지역 기반이 탄탄하고 현 농협중앙회 이사라는 장점이 있어 현 회장과 전략적 제휴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또한, 경남의 유력 후보인 강호동 조합장과 지역 기반이 겹치기 때문에, 강 조합장과 경쟁 구도를 만든다면 한발 앞선 강호동 후보를 견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동천안농협의 조덕현 조합장도 최근 충청권을 대표하는 후보로 두드러지고 있다. 조 조합장은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을 역임하는 등 이성희 회장과 관계가 원만하다는 평이다. 특히, 충청권은 지난 30년 동안 농협회장을 배출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조 조합장과의 연대는 지역안배나 지역연합 차원에서 매력적인 옵션이 될 수 있다.

 

정리하자면, 강호동 조합장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며, 현직인 이성희 회장과 연합해 선거를 치르는 후보가 다른 한 축을 구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이성희 회장이 경남과 충청을 잇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대다. 즉, 인물과 구도가 경합하는 모호한 “2강 체제” 실현 여부가 이번 선거의 두 번째 관전 포인트인 이유다.

 

3. 농협 선거의 고질병인 지역선거 부활하나?

조합장 직선제로 중앙회장을 뽑는 이번 선거는 정책이나 인물 선거를 정착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점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유권자 모수가 넓어진 만큼, 지난 선거와 달리 새로운 후보가 인물과 정책 비전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 역시 인물이나 정책 선거로 치러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가장 큰 이유는 농협법 문제로 시간을 허비하다 보니 선거를 1~2달 앞두고 선거에 뛰어드는 비상식적인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능한 후보라도 자신을 알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정책이나 비전으로 경쟁하는 것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농협의 고질병인 지역선거로 다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선거 국면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는 단연 정책선거 후퇴·지역선거 부활로 압축할 수 있다. 그동안 농협회장 선거는 지역간 야합, 즉 합종연횡이 선거 판세를 가늠하는 깜깜이 선거로 치러지곤 했다. 지역구도 하에서 정책이나 자질 검증은 그저 주변 변수에 불과했다. 지난 선거에서도 충청권 대망론, 경기·경북 연합론, 호남 역할론 등 지역감정에 의존하는 선거전략이 선거판을 지배한 바 있다.

 

조합장 직선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권선거·지역선거의 구태를 일소하고 정책으로 경쟁하는 성숙한 선거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정책 검증을 통해 농협, 농촌에 대한 철학과 경영 능력을 평가받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농협 안팎에서 돌고 있는 경남권 후보 단일화, 호남권 캐스팅 보트, 현직 회장의 킹 메이커론 등은 지역선거의 폐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들이다. 물론, 유권자 기반이 넓어진 만큼, 지역 야합을 심판하는 표심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지역선거 심판 여부가 이번 선거의 3번째 관전 포이트인 이유다.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현직 회장의 셀프연임 사태로 인해 선거 일정이나 절차가 요식 행위에 불과한 졸속 선거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 유권자 조합장들은 농협을 병들게 하는 금권선거와 지역선거 행태를 표심으로 심판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한편, 내년 1월25일 실시되는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예비후보자등록은 12월 13일부터 시작됐다. 후보자는 회원 조합장 50명 이상 100명 이하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지역별 예비후보자 등록은 경남 강호동 합천 율곡농협조합장, 황성보 동창원농협조합장, 부산 송영조 금정농협조합장, 경북 이찬진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충남 임명택 전 NH농협은행 언주로 지점장, 조덕현 동천안농협조합장, 서울 정병두 전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이다. 후보자 등록은 내년 1월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이며 공식 선거운동기간은 같은 달 12일부터 24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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