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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특집③] 법인세, 정치적 협상보다 먼저 국민적 합의 도출해야

증세없는 복지정책 실패로 국민들은 고통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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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조세금융신문=조세팀) 법인으로 등록한 기업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사업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인 법인세는 법인부문의 자본소득에만 부과된다고 해서 부분요소세라고 불리기도 한다. 쉽게 말해 기업이 자신의 생산설비를 활용해서 얻게 되는 소득에 붙는 세금인 것이다.

법인세의 부과는 당연히 자본의 수익성을 낮추게 된다. 따라서 기업들은 같은 조건이라면 법인세 부담이 적을 때 생산설비 규모를 더 많이 확대할 유인을 갖는다. 흔히들 경제성장의 엔진이라고 부르는 투자는 바로 이러한 생산설비(자본스톡)의 증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투자유인을 약화시키는 법인세 인상은 다른 어느 세금보다도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OECD 국가들은 1990년대 이후 서로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해왔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국제 추세에 맞추어 법인세율을 여러 차례에 거쳐 인하했다. MB 정부시기에 실시된 법인세 감세 정책으로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현재 OECD 평균보다 조금 낮은 수준에 있다. 수출증대를 위해 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중시하는 전통을 지닌 우리나라에서 현재의 법인세 수준은 대체로 적절한 수준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교과서적인 법인세 정책의 기반이 최근 크게 흔들리고 있다.

경제선순환의 실종, 가계부문과 내수경제의 침체와 같은 거시경제 문제부터 복지확대로 인한 재정지출의 급증과 연이은 대규모 세입결손과 같은 정책 환경의 변화 등 다양한 원인 때문이다. 우리사회에서 법인세 정책운용은 가장 논쟁적인 이슈가 된지 오래이며, 문제에 대한 인식의 격차만큼 정책대응의 내용도 크게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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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상론의 확산은 수출대기업의 투자증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 정책에 대한 회의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들 낙수효과라 부르는 투자의 거시경제선순환 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고 보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고용 없는 투자가 진행되면서 수출대기업의 성과가 더 이상 과거만큼 가계부문에 확산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기업의 사내유보는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가계부문의 소득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현상으로 인해 이들은 낮은 법인세 부담의 유지가 더 이상 경제성장의 금과옥조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조건부적 법인세 인상을 얘기하는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이 이에 해당되며, 적극적 투자 증대에 나서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 인하 혜택을 철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복지재원 조달이나 세수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에 있다. 이들은 올해 정부가 도입한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실효성은 낮게 평가하면서도 정책의 방향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최근의 경제환경 변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크게 작용한 그룹이며 이념적으로는 중도적 성향을 보이는 특성이 있다.

중도성향의 전문가 그룹과 달리 진보적인 야당과 시민사회는 낙수효과에 대한 부정에서 더 나아가 법인세의 투자효과마저 부정한다. 대표적으로 MB 정부의 법인세 감세정책은 투자는 증가시키지 못한 채 세수감소만 초래한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법인세의 두 가지 경제적 효과를 모두 부정하는 강경한 입장은 조속히 법인세 부담을 MB정부 이전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집약된다. 가히 법인세 인상 강경론으로 불리울만 하다.

기업투자 중심의 경제정책을 대체할 대안도 내놓았다. 가계부문의 소득을 직접 증대시키는 정책을 통해 유효수요를 진작시키고 내수를 활성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소위 임금주도성장론에 기초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낮은 법인세 부담의 유지는 내수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효과적이지 않기에, 차라리 법인세를 인상하고 이를 통해 확보되는 세수증가를 가계소득증대에 활용하면 소비가 늘어나 투자도 촉진된다는 주장이다. 정치성의 한계로 인해 대기업 위주의 법인세 인상을 소득재분배 수단으로 간주하는 부자증세론을 확산시켜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 조건부적 또는 강경한 주장을 취하는 대신 실용적인 입장을 취하는 그룹도 있다. 법인세의 투자효과와 낙수효과를 기본적으로 수용하는 편이나 그 효과가 최근 들어 미약해지고 있어, 법인세 정책에 대한 탄력적인 운영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그룹이다. 이들은 가능한 한 법인세 부담은 올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지만, 우리나라의 재정상황 여건 상 복지확대를 위한 증세가 불가피하며 이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기업 부문의 조세부담 증대는 불가피하다는 현실적 견해를 표방한다. 법인세 인상의 방법에서도 단계적인 접근을 주문한다.

먼저 법인세 감면을 축소한 후, 그래도 부족하다면 한시적으로 1~2%의 소폭 세율인상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합리성과 현실성을 동시에 중시하는 다소 보수적인 조세전문가가 이러한 법인세 인상 신중론 그룹의 중추를 이루며, 개혁성향을 띤 여권의 온건보수파가 올해 초부터 이에 동조하면서 점차 세가 늘어가는 형국이다. 소득양극화는 물론 고령화·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복지확대는 필수적이기에, 이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는 우리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정책과제이다. 법인세 인상 신중론은 현 정부가 공들여 작성한 공약가계부가 무의로 끝나고 증세 없는 복지 실험 실패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복지증세의 현실적 타협안 중 하나로 제시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법인세 인상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법인세 인상 불가론을 고수하는 그룹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기업을 제외하고도 다수의 자유주의적 성향의 조세전문가들은 법인세 인상은 성장을 저해하고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초래할 뿐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경제 활성화에 고심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점차 위축되는 투자심리에 법인세 인상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한다.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적인 여당의 주류적 시각도 여전히 성장을 중시하는 가운데 법인세 인상에 미온적인 입장이다. 정책수립의 주체인 정부와 여당, 그리고 여론형성에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보수적인 정책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스스로 바꿀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아 보인다.

법인세 인상에 대한 찬반 의견이 이렇듯 팽팽히 맞서면서 정책의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는 현상을 무한정 방치할 수만은 없다. 상황의 심각성은 이것이 단순한 견해 차이를 넘어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이고 현실적 문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결의 실마리는국민의 선택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국민 앞에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공개적이고 심층적인 논의를 통해 법인세 정책의 방향을 결정해 나가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논의를 미루기보다는 적극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또한 정치적인 협상보다는 국민의 합의를 통해야 정책의 생명력이 확보된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복지증세에 관한 지금까지의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국민의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복지확대나 증세 중에서 어느 일방을 먼저 택하거나 결정하기보다는 양자를 동시에 테이블 위에 놓고 함께 조정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복지혜택은 소득수준에 따라 차별화하고, 증세의 방식은 경제적 능력이 있는 부문과 계층에서 먼저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고소득·자산가 계층과 대기업 부문에서 우선적으로 복지비용 조달에 참여한 후 다수의 국민이 나머지 비용을 고르게 분담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현재로선 대다수 국민이 법인세 인상을 유력한 증세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의 실패에 대한 실망감과 소득세 연말정산 파동이나 담뱃세 인상을 경험한 것에 대한 반작용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내년 총선을 의식해 인기영합적 정책 대결이 펼쳐진다면 법인세 인상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같은 법인세 인상이라도 사회 전체가 충분히 고민하고 선택한 정책과 정치적 이해에 의해 결정된 정책은 책임성과 지속성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지난 대선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이 실패한 것은 다름 아닌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의 부족으로 개혁적인 조치가 동반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향후 법인세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충분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기업 측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되지 않는다면 우리사회에서 따뜻한 성장, 포용적 성장은 요원한 과제라는 점을 명심하자.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정경대학 세무학과 교수 woocheol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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