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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산업

[이슈체크] 미-중 경쟁에 한국 반도체 유탄?…美통제강화로 中공장 차질

中공장에 필요한 장비 반입 '건별 허가'로 바뀌어 사업 불확실성 커져
한미정상회담 후 4일만에 발표…中견제와 동시에 韓에도 모종 메시지?
일관성없는 美수출통제…엔비디아 반도체 對中수출은 돈받고 허용

 

(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내 한국 반도체 공장에 대해 미국 반도체장비의 반출을 더 까다롭게 하면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미-중간 첨단기술 전략 경쟁의 유탄을 맞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29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공장,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인텔의 중국 다롄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프로그램에서 제외한다고 관보를 통해 발표했다.

 

이들 회사는 그간 VEU 프로그램에 참여한 덕분에 미국 정부가 2022년 10월부터 대(對)중국 수출을 통제해온 반도체장비를 중국으로 수입할 때 일일이 허가를 신청하지 않아도 됐는데 이런 포괄적인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상무부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2년 10월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기업이 중국에 일정 기술 수준 이상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했는데 이는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등 다른 나라의 중국 반도체 공장에도 해당했다.

 

구체적으로 ▲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내지 14nm 이하) ▲ 18nm 이하 D램 ▲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미국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다행스럽게도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기업에는 그 적용을 1년 유예한 뒤 한국 정부 및 업계와 협의를 거쳐 2023년 10월 VEU 규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한국 기업에는 수출통제 규정을 완화했다.

 

그러나 이번에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에 대해 VEU 자격을 철회함에 따라 앞으로 두 기업은 중국 공장에 필요한 미국의 반도체장비를 중국으로 반출할 때마다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정부의 승인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중국 공장 운영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으며 허가 신청에 따른 행정, 금전적 비용이 발생하고 장비 인도가 지연될 수도 있다.

 

상무부는 이번 조치로 기업들의 허가 신청이 연간 1천건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지만, 업계에서는 기업당 수천건의 허가 신청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일차적으로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이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다국적 기업을 통해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을 더 엄격하게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간 미국에서는 반도체장비 수출통제를 사실상 무기한 유예하는 포괄적 허가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도 나왔는데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그런 주장에 더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VEU 제도를 "바이든 시대의 구멍(loophole)"이라고 비판하고서 바이든 행정부가 특정 외국 기업에만 이런 혜택(privilege)을 제공해 미국 기업을 불리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BIS는 "어떤 미국 소유 반도체 공장도 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며 이제 오늘 결정 이후에는 어떤 외국 소유 반도체 공장도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한국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상무부가 미국 기업인 인텔의 다롄 공장의 VEU 자격도 취소했지만, 이 공장은 SK하이닉스가 인수했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 기업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한미 정상회담 4일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안보, 경제, 통상, 투자 등의 현안을 협의했지만, 이견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해 공동발표문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VEU 자격 철회가 미국의 모종의 압박 또는 첨단산업에서 중국과 거리를 두라는 우회 경고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외에 유일하게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대만 TSMC의 중국 공장에 대해서도 포괄적 허가를 취소하는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10월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TSMC의 중국 공장에도 수출통제 적용을 사실상 무기한 유예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TSMC에 대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는 바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계획을 지난 6월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같은 방침을 TSMC에도 통보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TSMC는 VEU 제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유예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 함께 발표되지 않았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 정부와 업계는 미국 정부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장비 반입을 앞으로도 승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한국이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계속 차질 없이 운영하는 게 미국의 정책 목적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이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 중국 기업들이 그만큼 시장 점유율을 더 확보해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더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여나 한국 공장들이 중국에서 문을 닫게 되면 공장 장비 등 자산이 중국 손에 넘어갈 우려도 있다. 미국 정부는 그간 한국 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공장 운영을 저해하려는 목적은 없다는 입장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 내 한국 반도체 공장이 가지는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이번 조치를 발표한 과정이 다소 일방적이라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완전히 들어주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BIS는 "앞으로 BIS는 이전에 VEU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중국에 있는 그들의 기존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것을 허용하기 위한 수출 허가 신청을 승인하려고 한다. 하지만 BIS는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의 생산량(capacity)을 확대하거나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필요한 허가는 해주지 않을 작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오는 9월 2일 관보에 공식 게시한 뒤 120일 이후부터 적용되는데 미국은 지난 28일에야 한국에 이 같은 계획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 기업들은 그간 협의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기업들의 편의를 어느 정도 봐줄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지만, 이번 발표가 예상보다 빨리 이뤄진 데다 시행까지 불과 120일만 허용해 적지 않게 놀랐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면은 바이든 행정부와 비교된다. 두 행정부 모두 중국의 첨단기술 확보를 막기 위해 수출통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은 비슷하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인 한국에 의도치 않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려고 노력하면서 중국을 함께 견제하는 공동 전선을 펼치려고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의 입장을 덜 고려하는 모습이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체계적으로 수출통제를 적용해온 것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에 대해서는 중국 매출 일부를 정부에 넘기는 조건으로 H20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는 등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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