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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안전·AI’ 선택 아닌 필수…건설사 신년사로 읽는 2026년

중대재해를 ‘기업 존립 리스크’로 규정한 건설사들
AI·디지털 전환, 성장 비전보다 ‘현장 통제’에 방점
같은 안전, 다른 언어…대형사는 전략·중견은 생존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2026년 신년사를 통해 국내 주요 건설사 대표들은 하나같이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역시 빠지지 않았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과거와 달랐다.

 

안전은 더 이상 선언적 가치가 아니었고, AI 역시 미래 성장 담론에 머물지 않았다. 신년사에 담긴 메시지를 뜯어보면, 안전과 디지털은 현장을 통제하고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기본값’에 가까웠다.

 

같은 키워드를 공유했음에도 대형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의 언어와 전략은 분명히 갈렸다. 대형사는 안전을 전제로 다음 전략을 설계했고, 중견사는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 자체가 없다는 현실을 신년사에 담아냈다.

 

◇ 대형 건설사 “안전은 전제…그 다음 전략이 갈렸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 대형 건설사들의 2026년 신년사는 공통적으로 중대재해를 ‘관리 항목’이 아닌 ‘기업 존립 리스크’로 규정하고 있다. CEO와 대표들의 직접 발언에서 안전은 비용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의 출발점으로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다만 안전을 전제로 한 이후의 선택에서는 뚜렷한 전략적 분화가 나타난다.

 

삼성물산·현대엔지니어링

“안전은 전제, 그 다음은 성장과 포트폴리오”

 

삼성물산 건설부문 오세철 대표이사(사장)는 신년 메시지에서 “안전을 최우선 경영 원칙으로 삼아 중대재해를 근본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전제로 “AI·에너지 수요 확대 등 새로운 기회를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신사업 성과 창출을 본격화해야 하는 해”라고 밝혔다.

 

안전을 경영의 기본값으로 두고, 기술과 신사업을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겠다는 인식이 분명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주우정 대표 역시 신년사에서 “2026년은 그동안의 고민과 선택을 실행으로 옮겨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가는 첫해”라고 규정했다. 주 대표는 안전과 품질에 대해 “어떤 변화 속에서도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가치”라고 선을 그으며, 원칙과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한 사업 수행을 강조했다.

 

두 회사의 신년사에서 안전은 관리의 종착점이 아니라, 기술 경쟁력과 성과 창출로 이어지기 위한 출발선으로 설정돼 있다.

 

현대건설·포스코이앤씨·GS건설·롯데건설

“안전은 통제력…관리 역량이 곧 경쟁력”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개별 건설사 차원의 신년사보다 그룹 메시지를 통해 경영 방향이 제시되는 구조다. HD현대그룹 정기선 회장은 신년사에서 “독보적 기술과 두려움 없는 도전”을 강조했고, 포스코그룹 역시 친환경·지속가능 성장과 함께 안전을 핵심 기조로 제시했다. 이 같은 기조 아래 두 회사에서 안전은 윤리적 가치나 선언적 목표라기보다,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 대형 현장을 얼마나 정교하게 통제할 수 있는지의 문제로 해석된다.

 

GS건설과 롯데건설은 보다 직접적인 표현으로 안전의 의미를 드러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품질과 안전, 공정거래 준수와 준법경영은 불변하는 우리의 핵심 과제”라고 밝히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안전을 규정했다.

 

오일근 롯데건설 대표 역시 “‘안전하지 않으면 작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모든 현장과 임직원의 철학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며 안전과 준법이 기업 신뢰와 성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두 회사 모두에서 안전은 사고 예방 차원을 넘어, 수익성과 사업 안정성을 좌우하는 관리 역량의 핵심 요소로 제시된다.

 

결국 대형 건설사들의 신년 메시지에서 안전은 공통적으로 ‘잘 지키는 가치’가 아니라, 현장·조직·공정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 즉 관리 역량 자체를 의미한다.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되면서, 안전은 곧 통제력으로 읽히고 있다.

 

대우건설·DL이앤씨

“안전은 신뢰 회복…사회적 요구에 대한 응답”

 

대우건설과 DL이앤씨의 신년사에서 안전은 경영 효율이나 내부 관리 차원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신뢰 회복을 위한 핵심 과제로 가장 직접적으로 제시된다. 이들 회사에게 안전은 ‘잘 관리하면 되는 요소’가 아니라, 중대재해와 산업재해를 둘러싼 사회적 요구에 기업이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를 가늠하는 기준이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는 신년사에서 안전을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생명선”이라고 표현하며, 안전·품질·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주문했다. 안전을 비용이나 절차가 아닌, 기업 존속과 직결된 최우선 가치로 규정한 것이다. 대우건설의 메시지에서 안전은 성과를 뒷받침하는 수단이 아니라, 성과 이전에 반드시 확보돼야 할 전제 조건으로 놓인다.

 

박상신 DL이앤씨 대표 역시 신년사에서 “안전을 경영의 절대 가치로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중대재해를 둘러싼 정부와 사회적 요구를 의식한 발언을 내놨다. 이는 안전을 내부 원칙 차원이 아닌, 사회적 책임과 시장의 평가를 함께 의식한 경영 과제로 끌어올린 표현이다. DL이앤씨에게 안전은 신뢰를 잃었을 때 감수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시장의 평가를 회복하기 위한 출발점에 가깝다.

 

결국 대우건설과 DL이앤씨의 신년 메시지에서 안전은 관리 역량의 문제라기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선언에 가깝다. 대형 건설사들이 모두 안전을 말하는 시대에, 이들 회사는 안전을 통해 ‘성장’이나 ‘통제’보다 신뢰와 존속의 문제를 먼저 꺼내 들고 있다.

 

◇ 중견 건설사 “외형은 접고, 실행과 안전으로 버틴다”

 

중견 건설사들의 2026년 신년사에서는 신사업·확장보다 생존과 실행을 전제로 한 훨씬 직접적인 메시지가 등장한다.

 

동부건설 윤진오 대표는 2026년을 “외형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해”로 규정하며, 무리한 수주 확대 대신 수익성·재무건전성·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수주가 곧 실적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따낸 사업을 실제 이익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전 현장에서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 문화 정착을 주문한 배경에는, 사고 한 건이 곧바로 손익과 재무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견사의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안전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력이고, 실행력은 곧 생존이라는 판단이다.

 

호반그룹 김선규 회장의 신년사 역시 결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김 회장은 2026년을 “시대적 전환기 속 도약의 해”로 규정하며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AI·디지털 전환, 스마트 건설과 신사업 투자 등 미래 담론을 제시했지만, 동시에 “변화와 혁신의 수혜자가 아니라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문하며 안전과 윤리,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책임 경영을 강조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김승연 회장의 그룹 신년사에서 제시된 ‘안전 최우선’과 미래 성장 기조 아래 실행 주체로 자리하고 있고, 쌍용건설은 별도 신년사보다는 개별 프로젝트 관리와 실적 안정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의 신년사에서 안전은 더 이상 미래 경쟁력이나 이미지 전략이 아니다.

 

안전은 곧 실행력이고, 실행력은 곧 생존이다. 대형사들이 안전을 전제로 다음 단계를 설계하고 있다면, 중견사들은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 자체가 없다는 점을 신년사에서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2026년 건설사 신년사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안전’과 ‘AI’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건설사가 공유하는 기본값이 됐다. 경쟁은 누가 더 크게 외쳤느냐가 아니라, 안전을 전제로 어떤 전략을 선택했고, 그 전략을 현장에서 얼마나 실행해낼 수 있느냐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 차이가 2026년, 그리고 그 이후 건설업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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