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9 (월)

  • 흐림동두천 0.8℃
  • 맑음강릉 3.2℃
  • 흐림서울 2.2℃
  • 맑음대전 -0.4℃
  • 맑음대구 4.3℃
  • 구름많음울산 5.1℃
  • 맑음광주 0.8℃
  • 맑음부산 5.8℃
  • 맑음고창 -2.1℃
  • 구름많음제주 5.1℃
  • 흐림강화 2.7℃
  • 맑음보은 -1.8℃
  • 맑음금산 -1.2℃
  • 구름많음강진군 0.6℃
  • 구름많음경주시 4.4℃
  • 맑음거제 2.1℃
기상청 제공

개업 · 이전

[시선집중] 세무조사 여전사 김은숙, ‘원더은숙’으로 거듭난 사연

강남세무서 조사과장, 35년 국세공무원 관복 벗고 납세자 수호천사로 임무전환
아마조네스 팀장 출신 ‘팜므파탈’의 조사통…세무법인 ‘리원’ 부회장으로 새출발

 

 

(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7급 승진 후 A세무서 근무 당시 서장님, 진짜 장난 아니었어요. 세무조사 추징 금액 확정되면 바로 그 날 해당 법인 대표자 확인서 서명 받아야 퇴근할 수 있었어요. 다음 날 받으려 했더니 서장님이 ‘오늘 내로 못 받으면 한강물에 빠져 죽어!’라고 하셨죠.”

 

35년간 국세청 근무를 마무리 하고 최근 명예퇴임한 김은숙 전 강남세무서 조사과장이 ‘붉은 말의 해’ 벽두에 들려준 회고담은 사뭇 무시무시 했다.

 

그때는 야속했던 상사, 강하게 키워준 은사

김 전 과장은 구랍 23일 서울 강남세무서 소회의실에서 명예퇴임식을 갖고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박인호 강남세무서장과 과장들, 김문희 서울청 조사2국 조사1과장, 같은 과 조재량 팀장을 비롯한 전현직 동료들이 퇴임식에 왔다. ‘아쉬운 축하’의 역설을 연출했다. 

 

퇴임식도 하기 전 베테랑 인재를 ‘찜’한 박진하 세무법인 리원 회장(전 용산세무서장)과 김현성 대표이사도 이날 퇴임식에 참석했다.

 

국세청 김은숙 과장은 이날부터 세무사로 불리게 됐다. 세무법인 리원 부회장 직함이 찍힌 명함을 건넨 후 기자에게 들려준 좌충우돌 국세청 조사국 이력은 흥미롭고 때로 애잔했다. 

 

“그 때가 밤 10시였어요. 당시엔 야속했는데, 돌이켜 보면 참 고마운 선배죠. 그 ‘빡센’ 훈련 덕분에 강해진거죠.” 

 

호랑이 세무서장이 고마움의 대상으로 남을 줄은 몰랐단다.

 

 

 

‘치명적 매력’의 국세청 휴민트 출신

 

국립세무대학 9기로 국세청 국세공무원의 길을 시작한 김은숙 과장은 1995년 국세청 여성공무원 최초로 ‘조세범조사 전문요원’에 선발됐다. 대학 졸업과 각종 자격, 진급 시험 때 세 손가락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 다방면에서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국세청 최초 여성 세무조사팀(일명 아마조네스)에서 팀장도 역임했다. 고대 그리스의 여성 왕국에서 따온 팀 이름 ‘아마조네스’는 여성 전사(warrior) 이미지다. ‘팜므파탈(치명적 매력의 여성, femme fatale)’을 연상시킨다. ‘아마조네스’팀은 지난 2007년 2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 2과 5계를 약칭한 ‘225조사반’의 별칭이었다.

 

처음엔 여성고객이 많은 성형외과나 피부과, 산부인과, 피부관리실, 미용실, 고급의상실 등에 대한 세무조사 기획을 위한 정보수집과 작전(조사 수행)이 주된 임무였다. 점차 강해진 팀원들은 이후 모든 탈세현장을 누볐다. 

 

“길거리 전단지를 단서로 세무조사를 기획, 탈세 현장을 덮쳐 한 업종 전체가 술렁였던 기억이 또렷합니다.”

 

떠들썩한 세무조사 현장마다 출몰

김 전 과장 개인적으로 서울국세청 조사2국 조사1과 8팀장, 3팀장, 1팀장을 두루 거쳤다. 그는 “중요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1팀에서 기존 사례 없는 세무조사, 조사를 통한 최초 과세 사례도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정유 G사, 방송국 K본부 등 세간을 떠들썩하게 달궜던 굵직한 세무조사 현장에 그녀가 있었다.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정기・비정기조사, 유명 연예인, 일타 강사 등 특이한 조사도 많이 했어요. 2000년 초반 삼성동 아이파크 분양권 조사 등이 기억에 남네요.”

 

세무조사 일에 너무 심취한 걸까. ‘중요 조사’ 이력을 두텁게 쌓으려고 승진도 마다했다. 일부러 일선 세무서 조사과장 자리를 지원했던 것. 당시 인사권자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흔쾌히 청을 들어줬다. 

 

강남세무서 조사과에서 서울지방청 1국과 공조, 유명 연예인 세무조사를 했던 당시 일화다. 언론사에 해당 연예인 실명이 공개되는 바람에 감찰 조사까지 받았던 에피소드다. 물론 세무서 사람들은 혐의선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어 뒷탈 없이 넘어갔다.

 

“감찰이 제 휴대폰 통화기록을 죄다 조회했어요. 국세청 근무 35년동안 전무후무한 일이었죠. 조사 관련 직원 33명 중에 12명이 감찰 조사 받았어요.”

 

회계장부 직접 예치…조사현장에 밝은 전문가 

강남세무서 조사과는 법인 및 개인에 대해 정기・비정기조사, 자료상 조사까지 다 했다고 한다. “조사 대상 납세자의 규모는 서울국세청 조사2국과 맞먹어요. 정말 세무조사는 원 없이 하다가 퇴직했습니다.”

 

조사2국 근무 시절, 호사가들이 '재계 저승사자’로 부르는 비정기조사 전문 서울국세청 조사4국 업무도 공유했다. 사실 조사4국이 따로 없었던 시절부터 조사업무 위주로 담당했다. 당시는 7급, 붕붕 날아다녔다고 한다. 당시 조사2국과 조사4국 업무가 비슷했는데, 4국이 업계 1~2위 기업을 조사하면, 조사2국은 업계 3~4위 기업을 조사하는 식이었다.

 

“기획조사에 착수하면 사실관계별 쟁점 차이를 이해하고 과세 일관성을 위해 4국과 같이 계속 회의하고 공조하죠.”

기자가 “장부 압수 등 현장급습 때 조사요원들의 남녀 역할 구분이 따로 있냐”고 묻자 김 전 과장은 “전혀, 전혀 없고, 똑같다"고 막 손사래를 쳤다.

 

“일선 세무서 조사과 근무 때도 서울국세청 조사4국에서 큰 조사가 있으면 절 불러요. 장부 예치 동원요청이죠. 두근두근 장부 예치 작전을 수십번 하다 보니 어느새 35년이 지났네요.”

 

 

조사요원에서 납세자 수호천사로 ‘에너지 전환’

김 부회장은 세무조사와 연결되는 업무들도 두루 경험했다. 서울국세청 법무과에서 과세적부심, 법인 중요 소송 대응 업무도 해봤다. 종합부동산세 꼼수 회피를 제도적으로 차단할 목적으로 행정안전부 지방세 운영과로 파견을 나가기도 했다. 거기서 종부세 과세 자료를 전담했었다.

 

숨가뿐 35년 국세청에서 나라의 국고를 지키는 세무조사 여전사로 일하는 사이, 고맙게도 자녀들이 훌륭하게 자라줬다.

그렇게 국세공무원 김은숙은 이제 납세자 수호천사가 된다. 조사요원의 관점을 납세자 눈높이로, 세무조사 전문가의 ‘에너지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8일 서울 삼성동 현대타워 세무법인 리원에서 세무사로 새출발하는 개업 소연을 갖는다. 치명적으로 강인한 매력의 아마조네스 전사는 ‘약자 편에 선’ 원더우먼으로 순화된다. 국세청을 떠나는 선배를 위해 마침 후배들이 미국 드라마 <원더우먼>을 패러디한 <국세청엔 원더은숙이 있다>는 영상을 제작해 퇴임식에서 공개했다.

 

원더우먼은 실제 아마조네스 전사 캐릭터를 본 떠 탄생했다. 예의 막강한 초능력과 함께 ‘치명적 매력’을 감추지 못한다. 김은숙 세무사도 그렇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가상자산과 쥐(rat)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최근 가상자산 ‘오지급’ 사고가 발생했다. 단순한 입력 실수, 이른바 팻핑거(fat finger)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숫자 하나를 잘못 눌렀을 뿐인데, 그 결과는 62조 원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로 번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거래소는 바로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이달 말 도입할 예정이었다. 기술은 준비되고 있었지만, 실수는 그보다 빨랐다. ​이런 일은 결코 낯설지 않다. 몇 해 전 한 중견 수출업체가 수출 실적을 달러가 아닌 원화로 신고하는 바람에, 국가 전체의 수출액이 10억 달러나 과다 계상되는 일이 있었다. 첨단 시스템과 자동화가 일상화된 시대지만, 휴먼에러는 여전히 우리의 곁에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사람의 실수’를 전제로 한 제도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가상자산은 분명 편리하다. 국경을 넘는 송금은 빠르고, 비용은 적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비대면·익명성이 강하고 사용자 확인이 어려운 특성 탓에, 돈세탁이나 사기, 불법 외환거래에 악용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주지만, 동시에 새로운 범죄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특히 가상자
[인터뷰] 뮤지컬 '4번출구' 제작 김소정 대표...청소년 ‘삶의 선택지’ 제시
(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무대 위에서 가장 조용한 숨으로 깊은 소리를 만드는 오보에처럼, 이제는 소외된 아이들의 숨소리를 담아내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보이스트에서 공연 제작자로 변신한 주식회사 스토리움의 김소정 대표가 뮤지컬 〈4번 출구〉를 통해 청소년 생명존중 메시지를 전한다. 2026년 청소년 생명존중 문화 확산 사업 작품으로 선정된 이번 뮤지컬은 김 대표가 연주자의 길을 잠시 멈추고 제작자로서 내딛는 첫 번째 공공 프로젝트다. 공연 제작자 김소정 스토리움 대표 인터뷰 내용을 통해 '4번출구'에 대해 들어봤다. ■ 완벽을 추구하던 연주자, ‘사람의 삶’에 질문을 던지다 김소정 대표는 오랫동안 클래식 무대에서 활동해온 오보이스트다. 예민한 악기인 오보에를 다루며 늘 완벽한 소리를 향해 자신을 조율해왔던 그는 어느 날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 대표는 “어느 순간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숨을 쏟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았다”면서 “완벽한 소리를 위해 버텨온 시간이 누군가의 삶과 어떻게 닿아 있는지 생각하게 되면서 개인의 완성을 넘어 더 많은 사람과 만나는 무대를 꿈꾸게 됐다”고 제작사 ‘스토리움’의 설립 배경을 밝혔다. ■ 〈4(死)


인기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