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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우리 집 밑으로는 안돼”…지하 관통에 멈춘 교통 계획 '난제'

성남서 다시 불거진 주거지 반발, 압구정 현대가 이미 보여준 갈등 공식
기술은 통과했지만 행정은 멈췄다…도시철도, 주민 반발 앞에서 흔들리다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최근 경기 성남에서 도시철도 노선이 아파트 단지 지하를 통과하는 계획을 둘러싸고 주민 반발이 이어지면서, 성남시가 국토교통부에 노선 변경을 공식 요청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국가 교통 계획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은, 해당 사안이 단순 민원을 넘어 정책 조정의 단계로 넘어왔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성남 사례는 돌발적인 논란이라기보다, 수도권 교통망 확충 과정에서 반복돼 온 구조적 갈등의 연장선에 가깝다. 역 신설과 접근성 개선에는 기대를 보이면서도, 철도 노선이 주거지 지하를 관통하는 순간 강한 거부감이 표출되는 양상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되풀이돼 왔다.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지하 철도, GTX, 광역교통망 노선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때마다 공통된 질문이 등장한다.

 

왜 사람들은 역세권을 원하면서도, 지하 관통만큼은 끝까지 거부하는가.

 

◇ 성남이 ‘최신 사례’라면, 압구정 현대는 ‘상징’이다

주거지 지하를 지나는 철도 노선 논란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일대다. 이 지역은 과거 GTX와 광역교통망 논의 과정에서 지하 관통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가장 강한 반발이 나왔던 곳 중 하나다.

 

압구정 현대 주민들과 조합은 안전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취재를 종합하면, 논쟁의 핵심은 단순한 안전 여부를 넘어선다. 지하에 철도 노선이 지나갈 경우 구분지상권 설정 가능성이 생기고, 이는 재건축 설계와 용적률, 사업성 전반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었다.

 

재건축 기대가 극도로 높은 지역일수록 ‘지하 관통’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장기 자산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인식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이 같은 갈등을 구조적으로 설명한다. 서 교수는 “대심도로 들어가는 철도는 구조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결국은 안전 문제라기보다는 재산 가치에 대한 우려, 즉 돈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압구정 현대 일대는 교통 계획 수립 과정에서 ‘갈등 비용이 큰 구간’으로 인식돼 왔다. 성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장면은, 압구정 현대가 이미 보여줬던 갈등 구조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안전’은 공통된 명분, 진짜 쟁점은 따로 있다

성남과 압구정뿐 아니라 신길뉴타운, 은마아파트, GTX 노선이 통과하는 수도권 여러 지역에서도 주민 반발의 논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소음과 진동, 지반 침하, 구조 안전성, 생활 환경 악화가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심도 철도 자체가 기술적으로 위험하다는 주장에는 선을 긋는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지하 30~50m 이상 대심도로 지나가는 철도는 법적·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반발이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김 소장은 “주민 입장에서는 내 집 밑으로 지나간다는 사실 자체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플러스 요인은 체감되지 않고, 마이너스 요인만 남는다는 인식이 크다”고 말했다.

 

지하 관통은 집값과 향후 개발 가능성, 재건축 일정 등과 맞물리며 불확실성을 키운다. 이 때문에 역이 생겨 접근성이 개선되는 것과, 내 집 바로 아래를 철도가 지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역세권 프리미엄’은 환영하지만, 지하 관통은 감수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갈등의 핵심이다.

 

◇ 노선은 왜 자꾸 돌아가나…행정이 선택하는 ‘갈등 최소화’

이 같은 주민 반발은 교통 계획 수립 방식 자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술적·경제적으로 최적의 노선이라 하더라도,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구간은 계획 단계에서부터 부담 요인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여러 사업에서 노선 우회나 심도 조정이 검토됐고, 일부는 주민 반발을 이유로 수정됐다.

 

서 교수는 “철도 노선은 원칙적으로 경제성과 타당성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정치적 부담과 사회적 갈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 역시 “국토부가 보상을 해주거나 노선을 바꿔주면 선례가 남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며 “반면 지자체장은 선거를 앞두고 주민 반발을 외면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성남시장이 직접 국토교통부에 노선 변경을 요청한 장면은, 이러한 갈등이 이제 개별 주민 민원을 넘어 지방정부의 정치적 부담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이기적인가, 합리적인가…답은 여전히 회색지대다

주거지 지하를 지나는 철도 노선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두고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공공 인프라 확충이 일부 지역의 반대로 지연되거나 우회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질문도 따른다.

 

반면, 수십 년간 모은 자산과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방어적 선택이라는 해석 역시 설득력을 갖는다. 기술적으로 안전하다는 설명만으로는 주민들이 체감하는 불안과 손실 가능성을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성남 사례가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압구정 현대에서 시작된 갈등의 공식은 이미 여러 지역에서 재현됐고,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교통망 확충이라는 공공의 목표와 주거권·재산권이 충돌하는 이 문제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는, 여전히 도시 정책의 난제로 남아 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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