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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은행권, 동남아 진출 ‘러시’…과당경쟁 우려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일부 국가에 쏠려
시장 다변화 필요…“인도 시장 가능성 높아”

(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최근 은행권이 일제히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힘을 쏟고 있어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머징 마켓 특유의 높은 성장성은 물론 유럽이나 미주에 비해 지리적 인접성과 문화적 유사성이 있어 은행들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다만 현지에 진출한 국내은행들간 과당경쟁 우려도 일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주요 시중은행들은 앞 다퉈 동남아 시장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지난달 2일 미얀마와 캄보디아를 잇달아 방문해 장관급 관료 및 중앙은행 고위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허 행장은 지난해 11월 새롭게 취임하며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을 개척하는 청사진을 그린 바 있다.

 

국민은행은 현재 베트남과 미얀마, 캄보디아 등에 총 9개의 현지법인·지점·사무소 등을 가지고 있으며 캄보디아의 경우 지난 2016년 9월 디지털뱅크 플랫폼 ‘리브(Liiv) KB캄보디아’를 출시해 온라인 시장에도 진출했다. 향후 국민은행은 ‘리브 KB캄보디아’를 미얀마와 베트남 등 주변국가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역시 지난 1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직후 필리핀 내 지점들을 직접 방문해 주요 현안들을 챙기며 동남아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신한은행은 현재 신한베트남은행과 신한캄보니아 은행 등 별도 현지 법인을 설립·운영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는 60개의 법인지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베트남 시장의 경우 베트남 내 외국계은행 1위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60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직원 가운데 현지인 직원이 99%에 달하는 등 현지화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트남과 필리핀에도 각각 2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얀마에는 현지법인을 통해 4개의 자체 지점을 운영중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이달 중으로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해외 IR(기업설명)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현재 동남아에 240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진출의 핵심거점인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미얀마 등에서 ‘유기적 성장 전략(Organic Growth Strategy)’을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은 해당 국가 내 지점을 지속적으로 신설해 대면 거래를 강화하고 한국의 부동산 담보대출, 우량고객 신용대출, 할부금융, 신용카드 등을 현지화해 현지 리딩 금융사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은행권의 동남아 진출은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현지 은행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 등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신남방정책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자연히 금융지원 역할을 할 은행권의 진출이 동반돼야 한다”며 “동시에 아직 금융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동남아 시장은 국내 은행들의 경쟁력이 높은 편이라서 은행들이 집중적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시장에 진출할 경우 여러 곳에 투자를 하는 것보다 유망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고정비용을 절감시키는데 효과적”이라며 “현재 은행들의 동남아 진출은 이론적으로 ‘선택과 집중’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민환 인하대학교 글로벌 경영학과 교수는 “동남아 시장은 성장성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전망이 좋다”며 “경영진 입장에서 보면 수요, 수익성 측면에서 당연히 동남아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분석했다.

 

다만 특정 국가 시장에 집중돼 있어 발생할 수 있는 국내 은행간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7년 국내 금융회사 해외진출 동향 및 재무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2개 동남아 은행점포 중 64.51%(40개)가 베트남(19개)과 미얀마(13개), 인도네시아(9개) 3개국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병호 연구위원은 “유사시 국내은행 경영에 차질이 생길 정도의 규모로 집중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은행이 몇몇 지역에만 집중 진출해야만 하는지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민환 교수는 “국가별로 진출에 대한 제약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소수 국가에 밀집돼 있다보면 마진율이 떨어지는 등의 ‘제살 깎아먹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남미, 아프리카까지는 위험성 등이 있어 무리가 있겠지만 동남아 주변 국가나 인도 등 또 다른 국가들로 시장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할 만한 사항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금융지주 차원에서는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 카드 등 다른 업종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 금융컨설팅사 K대표는 "동남아가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분명하지만 치열하게 경쟁하다보면 마진율이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아프리카의 특정 국가를 거점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공격적 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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