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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무서워서"…서울 주택시장 '쪼개기' 증여 확산

공시가격 급등하자 부부 공동명의 넘어 자녀 이름까지 줄줄이 올려
다주택자 급매 대신 복수 증여로 보유세 부담 축소…매물 회수도

서울 강남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인근 아파트 단지내 몇 가구의 등기부 등본을 떼보고 깜짝 놀랐다.

 

집주인이 지분을 쪼개 여러 명에게 증여해 복수의 공동명의로 등기가 바뀐 집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최근 절세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주택 거래 시 부부 공동명의로 사는 경우는 일반적이다.

 

그러나 상속으로 가족이 집을 물려받은 경우가 아닌 이상 한집에 부부뿐 아니라 자녀 등 다른 사람의 명의가 함께 등재되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중개업소 대표는 "당초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기간 내에 팔겠다고 내놨던 매물이라 권리관계 분석을 위해 등기부를 떼봤더니 다수의 공동명의로 바뀌어 있었다"며 "결국 집을 안 팔고 증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개업소 사장은 "지분을 적게는 10∼20%씩 쪼개서 서너명 이상에게 증여를 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며 "대부분 배우자와 자녀 등 직계 가족 명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보였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등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을 여러 지분으로 쪼개는 공동명의 증여가 확산하고 있다.

 

주택을 여러 명의 소유로 분산할 경우 증여세 등을 내야 하지만 인당 6억원까지 종합부동산세가 공제돼 보유세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종전까지 배우자에게 지분을 넘겨 부부 공동명의로 바꾸거나 무주택 자녀 1명에 사전 증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자녀를 포함해 여러 사람의 이름으로 명의를 분산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말 확정 발표된 이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약 16억원으로 작년 11억5000만원에서 40% 가까이 뛰었다. 부부 공동명의만으로는 종부세 분산 효과가 떨어지자 지분을 더 쪼개는 것이다.

 

◇ 2주택자 집 한 채 3명에 증여하니 보유세 절반으로 '뚝'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2주택자 박모(65)씨도 올해 보유세 부담이 커지자 이달 중 전세를 놓고 있는 집 한 채를 부인과 분가한 무주택 미혼자녀 2명 등 총 3명에게 각각 부담부(負擔附) 증여할 예정이다.

 

오래 보유한 집이라 팔기는 아까운데 직장 은퇴로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내린 결정이다.

주택 세무 전문가인 김종필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 박씨의 보유세를 분석해봤다.

 

박씨는 올해 공시가격이 24억7000만원이 된 A아파트와 7억300만원인 B아파트 등 2채를 10년 이상 보유 중이다.

 

만약 박씨가 집 두 채를 현지 단독 명의로 계속 보유한다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한 총 보유세가 지난해 2172만원에서 올해 4214만원으로 2배 가까이 오르게 된다.

 

올해는 지난해 12·16대책의 강화된 종부세법이 아직 시행되지 않아 종전 세율로 산출한 보유세지만 내년에 종부세법이 개정되면 공시가격 변동 없이도 내년 보유세는 5256만원으로 올해보다 1000만원이 더 오른다.

 

그러나 박씨 계획대로 B아파트를 부인과 따로 사는 자녀 2명에게 증여를 하면 두 아파트의 총 보유세가 올해 1813만원, 내년 2615만원으로 종전보다 절반 이상(각각 57%, 50%) 줄어든다. 이 경우 증여세와 양도세 등 증여 비용은 발생한다.

 

박씨가 이 집을 부인에게 50%, 자녀 2명에게 각각 25%의 지분으로 증여하는 경우 3명이 내야 할 증여·취득세와 박씨가 내야 할 양도소득세(4178만원)는 총 5736만원이다.

 

앞으로 늘어날 보유세 감면 효과에 비하면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게 박씨의 생각이다.

 

만약 박씨가 B주택을 부인을 제외한 자녀 2명에게만 증여할 경우 올해 납부할 주택 두 채의 총 보유세는 1천221만원으로 종전대비 71%나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증여하는 데 드는 증여·취득·양도세 등이 총 1억7420만원으로 늘어난다.

 

자녀에게 증여할 때는 10년 이내 5천만원까지만 공제가 되지만 배우자에게는 최대 6억원까지 공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박씨는 "당장 증여세 부담이 만만찮아서 부인과 자녀 등 3명에게 증여할 계획"이라며 "어차피 30대 초반인 자녀는 당장 내 집 마련도 쉽지 않은 사회초년생이고, 가점이 낮아 청약 당첨도 어렵기 때문에 유주택자가 돼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양도세 중과 유예하며 집 팔랬더니 증여로 돌려…"급매물 많지 않아"

 

이처럼 '지분 쪼개기'식 증여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시중에는 당초 예상보다 급매물이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정부가 12·16대책에서 올해 6월 말까지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해주며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를 유도했지만 실제로 증여로 빠지는 수요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3966건으로 전체 거래량(4만9581건)의 약 8%에 달해 지난해 4분기 비중(7.2%)을 뛰어넘었다.

 

특히 올해 1분기 강남구의 아파트는 총 1826건의 거래 가운데 증여가 406건으로 증여 비중이 22.2%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11.4%)는 물론 역대급 증여를 기록한 작년 1분기(14.5%)보다도 높은 것이다.

 

서초구도 올해 1분기 증여 비중이 19.2%로 작년 4분기(11.4%)보다 높아졌다.

 

강남권 아파트 시장은 현재 보유세 과세 일(6월 1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으면서 보유세와 양도세 절세 매물이 나왔다가 다시 회수되는 분위기다.

 

올해 해당 주택의 보유세를 안 내려면 이달 말까지 팔고 등기 이전까지 마쳐야 하는데 기한이 촉박하다 보니 '초급매'가 아닌 이상 집주인들이 팔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황금연휴 기간에 초급매가 팔리고 호가가 뛰자 싸게 파는 대신에 증여세를 내고 증여를 하겠다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달에 집을 팔겠다고 내놨던 일부 다주택자들이 증여로 돌아서면서 연휴 기간에 다시 매물을 거둬들였다"며 "증여가 가능한 다주택자들은 싸게 파느니 자녀 등에 사전 증여를 하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양도세 중과 유예 혜택이 다주택자의 매물 유도 보다는 증여 수요만 늘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여 역시 양도세 부담이 있어 다주택자의 경우 올해 6월까지 증여를 마쳐야 양도세 중과가 되지 않는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애초 정부의 양도세 중과 유예 대상이 10년 이상 보유주택으로 한정돼 있어 시중에 팔 수 있는 매물이 많지 않았는데 그마저도 증여 등으로 빠지고 있다"며 "총선 이후 급매물이 늘었지만 당초 기대보다 적고, 거래도 많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 주택 거래보다 증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세를 멈추면서 세무 상담도 증가하고 있다.

 

김종필 세무사는 "양도세 중과 유예는 주택 매도는 물론 증여하기에도 좋은 기회"라며 "다주택자들이 매도, 증여 등 막바지 의사결정을 서두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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