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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10조원 돈방석 대형 은행권, 이익공유제에 '화들짝'

작년 '영끌' '빚투' 열풍 속에 실적을 끌어올린 은행권이 이익공유제의 대표 업종이 될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은행권을 코로나19로 가장 큰 이익을 본 업종으로 찍었기 때문이다.

 

은행은 진입 장벽이 높은 대표적 면허업종이자 규제업종으로 정부의 보호 아래 성장해왔다. 20여 년 전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강제로 은행을 통폐합하면서 살아남은 은행들은 독과점의 온실 속에서 그동안 별 어려움 없이 영업해온 게 사실이다.

 

코로나 국면에서도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저소득층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 지원에 대해 정부가 약 80%를 보증함으로써 리스크를 대폭 줄여줬다. 예상되는 부실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떠안아 준 것이다.

 

은행권은 작년에 본업인 대출 이자를 수월하게 챙기고 증권, 카드 등 자회사들이 호조를 보이면서 많은 이익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지난 19일 K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이익을 크게 보고 있는 업종은 이자를 꼬박꼬박 받아 가는 금융업이라고 했다.

 

홍 정책위의장은 '임대료 멈춤' 운동에 보조를 맞춰 이자 부담을 경감하거나 불가피한 경우 이자 수취를 중단하고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압류 등을 유예하는 방식을 제안하며 자발적 이익공유제 참여를 주문했다.

 

그는 이익공유제의 제도화와 관련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나 세제 혜택을 주려면 법제화가 필요한 측면이 있으며 강제는 아니라고 했다. 당 일각에서는 '사회책임채권' 발행이나 사회연대기금 조성 등도 논의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익공유제의 하나로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적용 중인 대출 상환 유예의 재연장 외에 금리도 깎아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익공유제 추진을 위해 시범적으로 금융계의 협조를 받아 5천억원 안팎의 사회연대기금 조성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익공유제는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에 빠진 취약계층이나 자영업자, 중소상공인을 도와 희망을 주고, 악화하는 소득격차와 양극화를 완화하자는 취지로 이미 여러 기업이나 공공부문에서 시행하고 있는 만큼 이를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계는 애초에는 여권에서 주로 배달의민족, 쿠팡,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 기반의 기업을 거명했으나 이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많은 이익을 낸 내수 대기업으로 눈을 돌렸고 결국 이익 규모가 큰 은행권으로 관심이 쏠린 것으로 보고 있다.

 

특별보로금으로 통상임금의 200%에 격려금 150만원을 얹어준 KB금융의 예에서 보듯 은행권이 표나게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도 정치권을 자극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기업 팔 비틀기식 준조세이자 반헌법성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나 여당은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드는 등 이익공유제를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여서 조만간 제도적 틀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회사의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약 11조원에 육박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 3조4천억원 안팎, 하나금융이 2조5천억원 안팎, 우리금융이 1조5천억원 안팎 수준으로 전년과 엇비슷하다. 은행 부문 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감소했지만, 증권, 캐피털, 카드 등 비은행 부문에서 이익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로 경제 성장률이 추락하고 민생 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은행권의 실적은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반도체 등 일부 수출기업이 많은 이익을 냈다고 하나 기반이 해외여서 국내에서 이익을 낸 은행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권은 이익공유제 참여 압력이 높아지는 데 대해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은행권의 한 인사는 "코로나 유행 국면에서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해 대출 원금과 이자를 유예한 규모만 해도 110조원이 넘고 여타 대출 지원까지 합하면 200조원 이상인데 이익공유제의 타깃이 되고 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또 다른 인사는 "민생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서 함께 이익을 나누자는 취지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엄연히 주주가 있고 고객이 있는데 자발성이라는 형태로 투명한 기준이나 원칙도 없이 이자를 받지 말라는 식으로 부담을 압박한다면 시장 원리에 비춰 문제가 크다"고 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자본시장에서 은행은 해야 할 공적 기능이 있다"면서 "예컨대 비효율적인 기업의 구조조정을 유도해 대손충당금 부담을 은행에 떠안긴다는지, 강력한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드는 엄청난 자금을 생산적인 분야로 돌리게 하는 등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게 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고 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동체의 지속 가능 차원에서 이익공유 자체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다만 자의적 자발성에 기대서는 성공하기 어렵고 뚜렷한 원칙과 객관적 기준을 바탕으로 제도적, 법적 틀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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