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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문가 칼럼]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조세금융신문=나단(Nathan) 작가) 

 

子貢問曰;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자공문왈; “유일언이가이종신행지자호.”

子曰; “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

자왈; “기서호. 기소불욕 물시어인.”

 

자공이 “하나의 말로써 평생 실행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하고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서恕이다.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바를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_위령공衛靈公 15.23

 

“기소불욕 물시어인”은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바를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공야장편(5.11)을 보면 공자는 자공에게 “너는 ‘기소불욕 물시어인’(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바를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의 경지에 이르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스승의 제자에 대한 냉정한 평가였습니다.

 

하지만 자공은 여기에 굴하지 않고, 스승에게 평생 ‘딱 한 가지’ 실천해야 할 자세를 질문했습니다. 이때 공자는 ‘서恕’라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제자가 ‘인’의 정신을 기반으로 평생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갖기를 바라서였기 때문입니다.

 

‘서恕’는 ‘용서容恕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한자입니다. 용서란 무엇인가요? 용서는 남의 처지를 이해하고 동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기 때문에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은 ‘공감’의 마음에서 나오게 됩니다.

 

《논어》에서 ‘서’의 개념은 중요합니다. 증자가 “스승님의 도는 충忠과 서恕일뿐입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말입니다. ‘충’은 마음의 중심을, ‘서’는 남과 나의 마음이 같다는 것입니다. 결국 마음에 진심을 다하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라는 것이겠죠. 결국 충과 서는 ‘인仁’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인 셈입니다. 이를 행동으로 나타내는 것이 ‘예禮’입니다.

 

‘서’의 마음이 없었던 춘추전국시대 위정자들

 

춘추시대 말기, 전국시대의 위정자들은 ‘서恕’의 정신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단지 자신의 영토를 확장하고자 했고, 군비를 확충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세금을 걷고, 백성들의 노역을 강요했습니다. 만약 전쟁에서 이긴다면 영토를 확장하고, 노획물을 얻어올 수 있지만, 이것은 단지 권력자들만 누리는 혜택이었습니다.

 

막상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군사들은 싸늘한 시체로 돌아오거나 부상을 당해서 농사일도 하기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만약 이들 위정자들이 ‘서’의 마음이 있었다면 병사와 백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서 무리하게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을 겁니다.

 

공자의 사후, 100여년이 흐른 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전국시대는 사상적인 발전과 다양성을 이룬 학문의 전성기였고, 이를 ‘제자백가’의 시대라고 일컫습니다. 그렇다면 세상은 더 살기 좋아졌을까요?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춘추시대의 수많은 국가들은 전국시대의 대표주자인 전국 칠웅으로 줄어들었지만 최후의 일인자가 되기 위한 전쟁은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오늘의 아군이 내일의 적군이 되고, 반대의 경우도 횡행했습니다.

 

공자의 사상을 이어받은 맹자는 이러한 ‘이전투구’의 세상에서 ‘인’과 ‘의’를 지키면서, 위정자들을 바른 길로 이끌고자 노력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제나라 선왕이 있습니다. 맹자도 공자처럼 30대 후반부터 20여 년간 천하주유를 했지만, 가장 오래 머문 곳이 제나라였습니다. 그곳에서 객경이라는 높은 벼슬에 올라서 왕에게 조언을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제나라 선왕은 예전 춘추오패 중의 하나였던 제 환공처럼 제나라의 부흥을 추진했습니다. ‘직하학궁’을 설립해서 학자들을 모으고 ‘세’를 과시했으며, 병력을 키우면서 다른 나라들을 호심탐탐 노렸습니다. 마침 연나라에서 내부 반란이 일어나자 혼돈한 틈을 이용하여, 70일 만에 연의 수도를 점령했습니다. 처음 연나라 주민들은 제나라 군을 평화 유지 군으로 여겨서 환대했지만, 이들이 약탈을 하고, 백성들을 노예로 끌고 가는 것을 보고 실망하고 분노했습니다.

 

이러한 제나라를 견제하기 위해서 연합군이 결성되자 제 선왕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애초에 전쟁을 반대한 맹자에게 면목이 없었지만 그의 자문을 구했고, 맹자는 당연히 ‘철군’을 주장했습니다. 이미 연나라의 질서를 잡았으니 붙잡힌 백성들을 놓아주고, 정당한 후계자를 세운 후 깨끗하게 물러서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선왕은 그의 조언을 듣지 않고 버티다가 결국 연나라 백성들의 저항으로 물러나게 됩니다. 이후 연나라의 새로운 왕은 복수를 맹세하면서, 다른 연합군과 함께 제나라를 정벌해서 초토화시킵니다. 자칫 제나라가 지도에서 사라질 뻔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제 선왕의 사후였지만 그의 자손들이 큰 낭패를 보게 된 것입니다.

 

만약 제 선왕이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고, 깨끗하게 물러났다면 다른 국가들은 제나라를 진정한 강국으로 인정했을 것이고, 새로운 인재들과 백성들도 영입할 수 있었을 겁니다. 결국 제 선왕에게 부족했던 것은 바로 ‘서’의 마음입니다. 그 누가 의미 없는 전쟁터에 나가고 싶을까요? 그는 백성들이 겪었을 아픔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명예욕에 불탔기 때문에 그런 무리수를 두게 된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서’의 마음을 적용한다면?

 

우리는 어떠한가요?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강요한 적이 있나요? 먼저 가정에서만 봐도 이러한 일은 종종 발생합니다. 빨래를 하거나 설거지가 귀찮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미루고, 이는 갈등의 씨앗이 됩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명절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추석이나 설날은 부모와 자식, 친지들이 모여서 함께 정情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명절 때마다 늘 갈등이 발생합니다. 요새는 제사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누군가는 다른 가족들을 위해서 음식을 힘들게 준비해야 하는데, 그런 마음을 제대로 안 알아주면 서운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공부나 취업, 결혼 얘기 등 상대방이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서’의 마음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좋은 의도로 이야기한 것이겠지만 정작 그 말을 듣는 사람은 불편하게 생각하니까요.

 

따라서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바를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기소불욕 물시어인”의 말은 새겨들을 만 합니다. 만약 집안일이나 명절 때 제사나 음식을 준비할 때도 가족들이 모두 솔선수범한다면, 상대방이 듣기 싫은 질문은 피하고 입장을 배려한다면, 보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공자가 강조한 ‘인仁’의 정신이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서恕’의 정신인 것입니다. ‘인’을 행한다는 것은 사소한 곳에서 시작합니다. 지금 나는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상대방에게 미루고 있나요? 한번쯤 돌아볼 만한 일입니다.

 

[프로필] 조형권(나단) 작가

•《치밀한 리더의 한 수,《죽음 앞에 섰을 때 어떤 삶이었다고 말하겠습니까?》출간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논어를 읽다》 출간, 교보문고 MD의 선택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공부의 품격》 출간

•(현)SK그룹 내 마케팅 임원

•성균관대학교, EMBA 석사,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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