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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잠재적 조세부담률 9년 만에 최대…기업 잘 된 게 국민부담?

기업 소득 급증, 부동산 거래 증가, 초과 세수 25.4조원
관리재정적자 비율 –0.6%, 최근 10년간 최저

‘정부가 국민에게 지우는 부담이 최근 9년 사이 최대가 됐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21일 현 세대는 물론 미래세대에 가해지는 잠재적 조세부담률이 지난해,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세금과 재정적자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세금은 기업실적 호조 영향이 컸고, 정부는 호황일 때는 재정을 긴축해 거품을 막고, 불황일 때는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 민간경제 연구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2.0%대로 추정하지만, 추 의원은 직접 재정지출보다 법인세 감세로 경기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편집자 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1일 국민의 잠재적 조세부담이 9년 만에 최대에 달했다며 세금감면확대와 정부지출 축소를 요구했다. 한 마디로 돈 쓰지 말고, 돈 거두지도 말란 뜻이다.

 

추 의원은 국민총생산(GDP)에서 세금수입과 재정적자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추 의원이 제시한 잠재적 조세부담률은 세금과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세금과 관리재정적자가 늘어나면 국민부담이 늘어난다는 발상이다.

 

그런데 지난해 세금이 많이 걷힌 이유는 대기업이 너무 잘됐기 때문이다.

 

2018년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국세수입은 추경예산 대비 25.4조원이나 초과했다.

 

전년대비 국세증가율은 10.6%로 경제성장률의 3.1%의 세 배에 달했다. 이를 거꾸로 말하자면, 특정 소득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앞질렀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크게 오른 것은 기업소득이었다. 법인세는 7.9조원이 더 걷혔는데, 수출액이 2016년 4955억 달러에서 2017년 5737억 달러로 15.8%나 늘어났으며,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2016년 67.6조원에서 2017년 100.6조원으로 무려 48.9%나 급증했다.

 

그러면서 주식거래도 활발해졌다. 주식거래대금은 2017년 2191조원에서 2018년 2801조원으로 27.8%나 뛰었다. 관련 초과세수는 2.2조원이다.

 

소득세의 경우 11.6조원을 더 거뒀는데, 자산시장이 달구어졌기 때문이다. 주택의 경우 2018년 1분기 전년동기대비 거래량은 16.8% 늘었고, 토지는 21.6% 증가하면서 양도소득세 증가분이 7.7조원에 달했다. 2018년 4월 다주택자 중과 시행 전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처분한 탓이다.

 

반면 임금상승에 따른 근로소득세수 초과분은 2.3조원, 부가가치세는 2.7조원 증가에 그쳤다.

 

GDP에서 차지하는 세금 비중이 올라갔지만, 기업실적이 좋아지고, 자산 거래가 활발해 세금이 잘 걷힌 일을 나쁜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한국은 세금을 많이 걷는 나라가 아니다.

 

2015 OECD통계(Revenue statistics: Comparative tables, OECD Tax Statistics)에 따르면, OECD 35개국 평균 조세부담률은 25.0%, 세금과 4대보험료를 포함한 국민부담률은 34.0%다.

 

OECD 주요국들과 비교할 때 한국 정부는 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2015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8.5%로 OECD 35개국 중 33위, 국민부담률은 25.2%로 31위에 불과했는데, 조세나 국민부담률이 OECD 회원국 평균보다 6.5~8.8%p 낮다.

 

2018년 통계를 보면 OECD 평균 국민부담률은 34.2%, 한국은 26.8%로 격차는 7.4%p 수준으로 2015년보다 1.4%p 줄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세율을 올린 것이 아니라 소수 대기업, 대재산가만 적용되는 최고세율만 조정했을 뿐이며, 최근 조세실적의 상당수가 기업실적 호조와 이에 따른 거래세수, 부동산 거래 집중 등 일회적 요인이 크다. 꾸준히 유지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은 글로벌 소극재정 국가

 

관리재정적자도 무조건 국민부담으로 볼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정부는 기업과 돈을 쓰는 방식이 정반대다. 기업은 호황일 때는 투자를 늘리고, 불황일 때는 투자를 줄여 미래에 대비한다.

 

반면 정부는 호황일 때는 돈을 쓰지 않고 미래를 대비하다가, 축적하다가 불황일 때는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한다. 정부는 국민에게서 이익을 보는 영리집단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해 매년 물가상승률 등에 맞춰 조세수입보다 조금씩 씀씀이를 늘리는데, 이탓에 관리재정수지는 거의 매년 적자가 난다.

 

실제 한국의 관리재정수지는 1990년 관련통계가 집계된 28년간 단 세 번을 제외하면 모두 적자였다. 연평균 관리재정수지 연 평균 적자비율은 –1.3%, 지난해의 경우는 –0.6% 수준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2009년 –3.8%, 2010년 –1.0%, 2011년 –1.0%, 2012년 –1.3%, 2013년 –1.5%, 2014년 –2.0%, 2015년 –2.4%, 2016년 –1.4%, 2017년 –1.1%, 2018년 –0.6%다.

 

추 의원이 기획재정부 1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2013~2015년 적자 비율이 더 크다. 이는 세수가 예상보다 덜 걷혔기 때문이지만, 정부가 없는 살림살이에도 나름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거꾸로 없는 살림에 지출을 늘렸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가 2013~2015년보다 2018년 재정을 더 잘 운용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불황이나 호황이나 정부의 역할이 작기 때문이다.

 

통합재정수지 규모로 보면 한국은 흑자재정을 꾸리고 있다. 이 말은 세금과 4대보험료 등을 받아쓰지 않고 축적했다는 것이다.

 

2018년 기준 한국의 통합재정수지 흑자 규모는 GDP 대비 2.7%로 주요 국가 중 수지 폭이 가장 높았다.

 

2016년 기준 통합재정수지 흑자를 꾸리고 있는 국가는 한국, 스웨덴, 독일이 있는데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6.3%로 스웨덴(44.1%)이나 독일(37.6%)보다 월등히 낮다.

 

<GDP 내 통합재정수지 비중(OECD Economic Outlook)> (단위 : %)

국가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일본

-9.8

-9.1

-8.3

-7.6

-7.6

-5.4

-3.6

-3.4

-3.7

-3.2

미국

-13.3

-12.6

-11.1

-9.4

-6.0

-5.3

-4.7

-5.4

-4.3

-6.6

영국

-10.4

-9.3

-7.4

-8.1

-5.3

-5.4

-4.2

-2.9

-1.9

-1.3

프랑스

-7.2

-6.9

-5.2

-5.0

-4.1

-3.9

-3.6

-3.6

-2.7

-2.7

중국

-0.4

-0.4

0.2

0.5

-0.3

-0.3

-1.3

-3.0

-3.1

-3.1

스웨덴

-0.7

0.0

-0.2

-1.0

-1.4

-1.5

0.2

1.1

1.6

1.2

독일

-3.2

-4.2

-1.0

0.0

-0.1

0.6

0.8

0.9

1.0

1.6

한국

-1.3

1.0

1.0

1.0

1.3

1.3

1.3

2.4

2.8

2.7

 

물론 필요에 따라서 정부가 흑자재정을 꾸릴 수는 있다. 그러나 실질 경제성장률은 2013년 2.9%, 2014년 3.3%, 2015년 2.8%, 2016년 2.9%, 2017년 3.1%로 출렁이고 있다.

 

올해의 경우 한국은행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초 2.9%에서 현재 2.5%으로 낮춰 잡았고, 민간경제 연구단체는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2.0% 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정은 확장재정을 하겠다고 밝혔고, 내년 예산은 전년대비 9% 증가한 513조원으로 편성될 전망이다.

 

대기업 감면 커졌는데 …추가 감세 주장

 

추 의원과 자유한국당이 최근 주장하는 것은 기업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상속세 할증과세 완화 내지 폐지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에 대한 조세감면폭은 줄어들기는 커녕 늘어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2019 조세수첩’에 따르면, 지난해 공제·감면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59.7%, 2016년 53.8%, 2017년 41.0%로 내려가다가 지난해 45.8%로 올랐다.

 

반면 중소기업은 2015년 24.0%, 2016년 29.2%, 2017년 32.5%로 오르다 지난해 31.4%로 낮아졌다.

 

과세표준 200억원 이상 중견기업의 경우 법인당 평균 공제·감면 금액은 200억~1000억원 기업 9억9000만원, 1000억~5000억원 기업 38억6000만원이었지만, 5000억원 초과 기업은 803억6000만원으로 최대 80배나 차이났다.

 

대기업 공제 감면 집중으로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중견기업을 앞지르는 역진현상도 발생했다.

 

지난해 과세표준 구간 5000억원 초과 기업(100여개)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8.5%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작은 1000억~5000억원 구간 기업(200여개)는 20.6%, 200억~1000억원 구간 기업(1200여개) 19.8%보다 낮았다.

 

특히 내년의 경우 일본 경제보복 등으로 연구개발시설투자세액공제 등 대기업에 굵직한 조세감면이 예고돼 있다. 이로 인한 효과는 내후년 법인세수에 반영되겠지만, 대기업의 조세감면혜택이 대거 늘어날 전망인 것이다.

 

추 의원실 관계자는 “세금과 적자비율만 비교해본 결과 최근 9년 사이 가장 높은 결과가 나왔기에 부담이 커졌다고 표현한 것”이라며 “그 자체로만 해석해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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