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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한 칼럼] 한국경제, 문제는 무너지는 환율방어선

-금융시장은 시스템 위기에 준하는 비상 상황
-물 빠지는 증시에 약해진 환율 방어력
-미국발 증시버블 발현시 환율이 시스템 리스크로 진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방어력 제고해야

 

(조세금융신문=송두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미국 대선 이후 국내 금융시장은 증시 및 환율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외환발 금융리스크가 발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022년 이후 점차 저점을 높여가며 금융 혈압을 높이고 있다.

 

올해 11월 들어서는 결국 1,400원 환율방어선이 뚫리는 비상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국내증시도 “코스피 2,500선‧코스닥 700선”이 무너지는 등 조직적 자본 유출 충격이 발현할 조짐을 보인다. 분명한 것은 한국경제는 대외 충격에 취약해 환율방어선이 뚫리게 되면, 금융과 실물이 동반 부실화되는 비상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환율 방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수출이 증가세를 전환해 달러가 부족하지 않음에도,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외환당국이 대규모로 달러를 풀어 환율 방어에 나서지만, 원환율의 가치 하락이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환율 위험에 대한 정책당국의 상황인식이 안일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1,400원이 뉴노멀”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고,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율은 수준이 아니라 속도가 중요하다고 애써 강조했지만, 이 정도 속도면 이미 선을 넘은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단언컨대,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리스크는 환율충격이다. 환율 방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발 증시버블이 발현하면 백약이 무효인 자본 유출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 정부가 모든 정책 역량을 환율 방어에 쏟아부어야 하는 이유다.

 

금융시장은 시스템 위기에 준하는 비상 상황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방어선을 공격하는 횟수가 빈번해지고 있다. 올해 4월 16일 1,395원을 찍은 후 7월에도 1,391원까지 상승했었는데, 11월 들어서는 아예 1,400원을 넘어선 상태다. 특히, 최근 환율의 단기변동성을 보면, 7월 3일 1,391원, 9월 30일 1,308원, 12월 5일 1,415원 등으로 100원 안팎의 등락 폭을 보이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환율의 수준과 속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주요국의 증시와 환율 환경을 보면, 국내 금융시장은 이미 1년 전부터 시장리스크(금리, 환율, 증시)에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다. 올해 주가상승률(11월 12일 기준)은 미국 16.4%, 일본 18.3%, 중국 15.5% 등 대부분의 나라가 증시버블 확장 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7.0%를 기록하며 추세적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대세 상승장에서 한국증시만 글로벌 왕따로 전락한 것이다. 이처럼 증시 침체가 자본 유출로 이어지면 환율 상승 압력이 극단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에 비해 –8.2% 절하되었는데, 이는 일본의 엔저 충격(-8.7%)에 비견될만한 수준이다.

 

국내 금융시장은 외인자본, 특히 단기성 투기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 일단 기조적 자본 유출이 발생하면, 증시 충격이 외환 리스크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금의 금융시장을 둘러싼 리스크 환경은 환율이 시스템 리스크로 발현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 상황을 살펴보자.

 

2008년 10월 말 1,291원에서 11월 말에 1,469원까지 급등하면서 코스피지수는 1,000포인트가 무너지는 패닉에 빠진 바 있다. 당시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 적극 나서면서 2009년 1월 말에 1,380원까지 하락했으나, 미국발 증시 충격이 재발하면서 2009년 2월에 재차 1,534원까지 급등했다. 그나마 2008년 10월에 미국 연준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환율 공포를 진화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드는 지금의 상황이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언컨대, 외환위기 때 1,400원이나 지금의 1,400원이나 위기 방어선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 선을 사수하지 못하면 자본 유출 압력을 견디지 못해 둑이 무너지는 총체적 난국에 직면할 수 있다.

 

관리가 불가능한 환율 방어시스템

 

첫 번째 위험은 환율 방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환율의 중장기 방향을 결정하는 지배적 요인은 수출과 무역수지 지표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2022년(-478억 달러)과 2023년(-104억 달러)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올해 수출이 증가하고 무역수지가 흑자(10월 누적 399억 달러) 전환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음에도, 원-달러 환율의 상승 궤도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수출 증가로 인해 시장의 달러 수급 상황이 나쁘지 않은데도 1,400원 환율방어선이 쉽게 뚫려버렸다. 이는 외환 리스크가 이미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시스템 리스크로 진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 월평균 원-달러환율 장기 추이

: ’21년말(1,184원) ⟶ ’22년말(1,297원) ⟶ ’23년말(1,304원) ⟶ ’24년 11월 12일(1,409원)

 

두 번째 위험은 한국은행의 환율 방어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상황은 한국은행이나 정부가 구두 개입(환율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을 통해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관리할 수 있는 구간을 넘어섰다. 즉, 리스크가 관리 가능하다거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등의 구도 메시지가 전혀 먹히지 않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유일한 방법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화를 내다 파는 것뿐이다.

 

 

한국은행은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한 2022년부터 환율 방어에 투입한 자금이 80조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의 분기별 외환순거래액을 보면, 2022년 –459억 달러, 2023년 –96억 달러, 2024년 상반기 –76억 달러로 환율 방어에 쓴 돈이 무려 631억 달러에 이른다.

 

이를 원-달러 평균환율을 적용해 원화로 환산하면, 약 82조 원 정도다. 직전 3개년도(2019년~2021년)의 순거래액이 –18조 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4배 이상의 달러를 시장에 공급한 셈이다. 올해 3분기 외환순거래액을 포함하면, 환율 방어에 쓴 돈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리하자면, 지금의 환율 위험은 외환당국이 달러를 풀어 환율 상승의 불길을 잡기 어려운 구간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미국발 증시버블 위험

 

한국경제가 직면한 중대 리스크는 미국경제가 사상 유례없는 증시 호황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5년(2009~2024)간 미국의 나스닥 지수는 2009년 3월 저점인 1,269p에서 최근 19,000p대로 10배 이상 상승했고, 같은 기간 다우지수는 6,547p에서 44,000p대로 폭발적인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15년 이상 ‘2,000p 박스피’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국내증시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만약 일반투자자가 2008년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코스피 지수에 15년간 장기투자했다면, 은행예금 수준도 안 되는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환율시장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미국발 증시버블 충격이다. 미국 증시는 글로벌 자금의 절반이 미국으로 쏠리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나,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자산버블 위험이 커진 상태다. 미국 증시는 장기간에 걸친 버블확장 국면을 마무리하고 버블조정 또는 버블붕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구간에 있다. 연준의 자산으로 버블의 크기를 가늠하면, 지금이 2008년 금융위기 직전보다 최소한 4배 이상 부푼 상태다.

 

금리하락 주기는 미국발 증시버블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 선험적으로, 버블붕괴는 금리주기와 부동산경기 주기가 정상에서 합류한 이후에 금리주기를 타고 내려오는 경향이 있다. 아시아 외환시장을 타격한 1994년 금리주기(1997년 정점)도 그랬고, 부동산 자산버블을 수반한 2004년 금리주기(2008년 정점)도 그랬다. 2021년 코로나 금리주기(2024년 정점)도 이전 사례와 유사한 궤도에 진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문제는 미국발 증시버블 충격이 발현하면, 오른 것도 없는 국내증시가 버블 없는 버블충격에 노출되는데, 환율이 충격의 전이 경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 환율방어선이 무너지면, 자산이 녹아 없어지는 부채디레버리징(자산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채무조정) 과정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미 통화스와프부터 체결하고, 진짜 자본시장 체질개선 고민해야

 

바람직한 정책 대응은 환율 위험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는 데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1,400원이 뉴노멀이라는 최상목 경제부총리나 가계부채에 발목이 잡혀 금리를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나 결코 작금의 위기를 키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먼저, 무너지는 1,400원 환율방어선을 지지하기 위해서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추진해야 한다.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이왕 할 요량이면 사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장기적으로, 미국과 ‘무기한‧무제한’ 상설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본시장 체질개선은 더 큰 틀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전가의 보도인 금투세 폐지, 기업벨류업 프로그램, 공매도금지 조치 등도 추락하는 증시를 막아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를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기는 지엽적인 이슈만으로는 단타 시장으로 전락한 증시 환경을 개선하기 어렵다.

 

아무리 제도를 고친다 해도 외인자본의 질적 개선이 수반되지 않는 한, 박스피 함정에서 탈피하기 어렵다. 양질의 장기자본이 투자하기 좋은 제도 및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만, 무너진 시장 신뢰와 허약한 증시 체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필] 송두한

• (현)민주금융포럼 상임대표

• (전)국민대 특임교수

• (전)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 (전)NH금융연구소장(NH금융지주)

• (전)Visiting Assistant Professor

(Otterbein University, Columbus, Oh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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