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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대출규제 역설①] 줄이지 못한 빚, 더 무거워진 사람들

신규 차주 대출 접근성 감소…기존 차주는 차환·추가 차입 이어가
신용도 높은 기존 차주에 쏠리는 ‘집중형 구조’ 양상

 

가계부채를 둘러싼 논의는 오랫동안 ‘얼마나 늘었는가’에 맞춰져 왔다. 하지만 총량 지표만으로 가계부채의 위험도를 판단하기에는 구조적 요소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이번 <대출규제 역설> 시리즈를 통해 가계부채를 단기적인 총량 변화가 아닌, 부담의 분포와 집중 구조라는 관점에서 살펴봤다. 1편에서는 대출 규제 이후 가계부채가 차주 감소와 특정 세대 부채 집중이라는 형태로 재편되고 있는 흐름을 점검하고, 2편에서는 부채 부담이 가장 크게 쏠린 40·50세대를 중심으로 이들의 부채가 소비 여력과 내수, 금융권 건전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살펴본다. 가계부채 문제를 지표상의 변화가 아닌, 경제 전반의 위험 구조라는 시각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기 위해 고강도 관리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가계빚으로 인한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출을 보유한 사람이 줄어들었지만, 차주 한 명이 짊어지는 빚의 무게는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가계부채는 축소가 아니라 특정 세대에 집중되는 형태로 재배치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가계부채를 얼마나(총량) 억제하는지보다, 그 부담이 누구에게 남았는지를 함께 보지 못한 관리 방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 차주는 줄었지만, 1인당 부채 증가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을 보유한 차주 수는 1968만명으로 코로나19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시점 차주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721만원을 기록하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가계부채가 줄어들고 있는지 보다, 어디에 집중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제성장률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목표 아래 지난 수년간 고강도 가계부채 총량 관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확대, 금융권별 차입 한도 축소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이 과정에서 신규 차주의 대출 접근성은 크게 낮아졌다. 특히 소득이 불안정하거나 신용도가 낮은 차주는 은행권 대출 문턱을 넘기 어려워졌고, 일부는 아예 대출 시장에서 이탈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이미 주택담보대출이 있거나, 일정 수준의 신용도를 보유한 차주는 규제 범위 내에서 차환 및 추가 차입을 이어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가계부채는 사회 전반으로 넓게 퍼지는 확산형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기존 차주에게 쏠리는 집중형 구조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 부채 감소 착시 속 위험 누적 우려도

 

가계대출 잔액도 아직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2분기 1900조원을 처음 넘어선 이후 3분기 말에는 1910조원대까지 증가했다. 증가 속도는 다소 둔화됐지만, 그 규모 자체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아직 유지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가계부채가 경기 둔화 국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다. 차주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1인당 부채가 늘어날수록, 일부 차주의 상환 능력 저하가 금융권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와 관련 한 금융권 관계자는 취재진에 “차주가 분산돼 있을 때보다 특정 차주에 집중될수록 리스크 전이 속도와 파급력은 훨씬 클 수 있다”며 “쉽게 말해서 넓게 퍼져있는 각각의 (비교적) 작은 위험보다, 집중되어 있는 큰 위험 요소가 금융 시스템에 더 위협적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정책의 초점을 단기적인 총량 관리에서 벗어나, 부채가 집중되는 계층과 구조를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부채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착시 속에서 위험이 누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미루 연구위원은 “가계부채는 총량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기보다 차주별 건전성 위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총량 관리를 목표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 정책은 경제 내 자원 배분의 왜곡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최근 ‘금융 안정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의 양적 규모는 2023년 이후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질적 측면에서는 2022년 이후 취약성이 다소 증대됐다”고 진단했다.

 

최근 가계부채는 그 부담의 무게가 특정 차주와 세대에 더 집중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단기적인 총량 조절만으로는 가계부채 리스크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음 편에서는 가계부채가 가장 집중된 집단인 40~50세대를 중심으로, 왜 이들의 부채가 실물경제와 금융 안정의 핵심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는지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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