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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 칼럼]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9일차 - 삶의 경계에서 선택한 길

나헤라(Najera)에서 산토 도밍고 델 라 칼자다(Santo Domingo de la Calzasa)까지

(조세금융신문=송민재)

 

목표를 보는 자는 장애물을 겁내지 않는다.”

- 한나 모어

 


가슴 찡한 환송 그리고 다시 길 위에 서다

9일째 나헤라(Najera)에서 산토 도밍고 델 라 칼자다(Santo Domingo de la Calzasa)까지 21km를 걷는다. 구간은 길지 않아도 점심 먹을 곳이 애매하다 느껴져서 출발할 때부터 고민이 되는 구간이다.

전 날 31km를 걷고 나니 21km는 짧게 느껴진다. 괜히 여유까지 생기는 느낌이다. 짐을 챙기고 전날 사 놓은 음식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난 뒤 출발을 하니 알베르게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이 따라 나와 열렬하게 환송을 해준다. 그 동안의 알베르게에선 이렇게까지 환송을 격하게 받은 일이 없었는데 괜히 가슴 한 구석이 찡하고 따뜻해져 온다.

 


 환송을 받고 난 뒤 알베르게 너머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여유가 있어서 천천히 준비했는데너무 늦지 않아 해가 뜨는 순간에 출발 할 수 있어 즐겁다.

 

 

<산티아고 순례길 정보: 나헤라(Najera)에서 산토 도밍고 델 라 칼자다(Santo Domingo de la Calzasa)까지>

오늘은 나헤라(Najera)에서 산토 도밍고 델 라 칼자다(Santo Domingo de la Calzasa)까지 21km를 걷는 여정이다. 까미노의 큰 자선가였던 산토 도밍고 델 라 칼자다의 이름을 그대로 딴 산토 도밍고 델 라 칼자다로 가기 위해서는 아소포라(Azofra)를 지나게 되는데 이 마을을 지나 16km 동안에는 들판과 Demanda 산맥의 풍경만을 바라보며 걸어야 한다.

알베르게에 도착한 다음 휴식을 가질 때 맨발로 다닐 수도 없고 신고 다니던 신발을 신고 다니면 불편하다. 없어도 된다고는 하지만 거의 필수로 가져가야 할 것 중 하나가 슬리퍼이다. 슬리퍼는 조리 형식으로 발가락 끼우는 구조는 불편하다. 완전히 여름이면 몰라도 3~4월까지는 양말을 신고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그렇다. 아마도 완전히 여름이면 괜찮을 듯 하다.

너무 딱딱하면 하루 종일 걷고 난 뒤라서 걸어서 마을이라도 구경할 때는 너무 힘들다. 그렇다고 너무 쿠션이 심하면 생각보다 걷는게 힘이 든다. 적당한 쿠션에 물에 닿아도 금방 마르거나 물을 털어낼 수 있는 편한 슬리퍼로 준비해서 비행기에서도 사용하고 순례길에서도 사용하면 좋다. 필자는 슬리퍼 구조이면서도 뒤꿈치에 띠를 걸 수 있는 가벼운 신발을 살 수 있어서 여기 저기 마을 구경하며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알베르게를 나와서 까미노 표시를 따라오니 전 날 헤매다가 지나친 수도원 앞에 다다른다. 수도원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조금 나가니 도시를 벗어나는 풍경이 펼쳐진다. 전 날 많이 걸어서 도심을 가로 질렀던 덕분에 도시를 벗어나는 일은 훨씬 수월하다.

 

 

 

 포도밭이 펼쳐진 들판 사이로 걸어가니 멀리 눈이 녹지 않은 산맥이 보인다. 길을 가면서 자꾸 눈이 가는 풍경이다.

 


 푸른 들판 위에 펼쳐진 눈 쌓인 산의 모습이 그림 같다.

 



 구름이 덮인 듯 하다가 햇살이 나고 다시 구름이 덮이는 종 잡기 힘든 날씨이다. 아래 표지판에는 산티아고까지 580km 남았다고 표시되어 있다.

 



 아소포라(Azofra) 마을에 도착하기 전에 포도밭 위로 보이는 풍경이다.

  

 아소포라(Azofra) 마을에 도착했다.  나헤라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서 일찍 나헤라를 출발했다면 여기에서 아침식사를 해도 적당한 거리이다. 아래 왼쪽 사진에 보면 탁자가 나와 있던 곳에 바(Bar)가 있었는데 일찍부터 문을 열어 놓았다.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이고 다시 출발한 곳이다.

 

 아소포라를 지나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데 멀리서 보기에도 길에 주저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전날 다리가 아파 쉬었다고 하는 한국 순례자 모녀이다. 딸이 걷다가 다리가 삐끗 했다고 한다. 다음 마을까진 조금 거리가 있는 편이라 걱정이 되었는데 심하진 않아서 조금만 쉬면 될 것 같다고 해서 안부만 묻고 지나갔다.

 


 아소포라를 지나 고독한 길을 지나가다 보니 Ciruena 마을이 보인다. 입구 쪽에 주택단지와 골프장을 지나가서 길을 따라가다 마을을 벗어난다고 느껴질 때쯤 성당이 보이는데 작은 성당을 앞에 두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까미노 길을 따라 가게 되고 왼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알베르게나 바(Bar)가 있어서 식사를 하거나 쉬어 갈 수 있다.

 


 식사할 곳이 애매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마침 적당한 곳이 나와서 들러서 식사를 했다. (Bar)에 들어가니 낯이 익은 순례자들이 반갑게 웃으면서 반겨준다. 식사를 하고 나오니 발목을 삐끗했다는 한국 순례자 모녀가 숙소를 찾아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Ciruena 마을을 벗어나니 다시 들판과 멀리 가야할 길이 펼쳐진다.

 


 초원과 포도밭을 지나 산토 도밍고 델 라 칼자다(Santo Domingo de la Calzasa)에 도착했다. 도심에 들어서고도 다른 도시처럼 조금 더 걸어와야 도착한다.

 

 

산토 도밍고 델 라 칼자다(Santo Domingo de la Calzasa)

바로 옆에 규모가 큰 마을이 있었음에도 이 곳으로 순례자들이 찾아오는 바람에 Domingo라 부르게 되고 더 큰 도시로 변모하게 되었다고 한다. 리오하 지방의 콤포스텔라라고 불리우는 도시이기도 하다. 로마네스크 상석을 가진 대성당은 까미노의 큰 자선가였던 도밍고 델 라 칼자다의 묘역 위에 세워진 성당이라고 한다.

이 도시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는데 중세 독일 부부 순례자의 아들을 사랑한 하녀가 유혹에 실패하자 앙심을 품고 누명을 씌워서 아들을 사형을 받게 했다고 한다. 부모는 슬퍼하며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도밍고 성인이 아들의 다리를 받치고 있어서 아직 살아 있는 아들의 모습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영주에게 이 사실을 알리니 비웃으면서 니 아들이 살아있다면 지금 먹고 있는 닭이 살아 있겠구나 하니 식탁 위에 있던 구워진 닭이 벌떡 일어나 홰를 치며 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져 오는 도시이다.

도시에서 머무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나 색다른 까미노를 체험하고 싶다면 여기에서 6km 정도 더 가서 Granon으로 가는 것도 괜찮다. Granon에는 Granon San Juan 성당 알베르게가 있는데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자도록 하고 식사를 공통으로 준비하는 저녁식사 및 독특한 스타일로 순례자들의 많은 추천을 받는 곳이라고 한다.

 


 시립 알베르게의 규모가 큰 편이다. 162명이 이용 가능하고 만석일 때는 구 알베르게에 51명이 추가로 이용 가능하다고 한다. 기부제로 운영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도착해서 보니 5유로 정액으로 받고 있었다. 참고로 세탁기는 알베르게 입구 앞쪽에 보이는 다른 건물 1층에 있다.

 

 

 

 주방이 잘 되어 있는 편이라서 식료품을 사서 만들어 먹으려고 마트에 들어가보니 한국 컵라면이 보인다. 좀 비산 편인데 한국 돈으로 삼 천원 정도 한다. 한국 라면 맛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아마도 비껴 갈 수 없을 하다.

 


 토마토를 사오고 소시지, 계란 등을 사와서 만들어 먹은 저녁 식사이다.

 

 

오늘의 일기

요일이 어떻게 지나 가는지 잘 느끼지 못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대로 흘러가는 나그네의 삶을 극한으로 체험한다. 가도 가도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길 위에서의 시간이지만 이 시간도 우주의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는티끌도 되지 못하는 시간일텐데....... 하염없다고 느끼는 건 유한한 인간의 삶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정강이 쪽에 계속 아프다. 붓기가 빠지지 않고 아파오는데 상태가 지속되면 고려해야 할 게 많아질텐데, 하루 밤만 안으로 마술처럼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걷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단순한 날의 연속인데도삶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이다

무엇을 위해 이 길을 걷고 있는지 이유가 뭐였는지 가물거리린다. 계속 길을 걸어 무엇을 얻을지 무엇을 버릴지도 알지 못한다. 그냥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맡길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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