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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 칼럼]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16일차 - 삶의 경계에서 선택한 길

Carrion de los Condes에서 Telladillos de templarios까지

(조세금융신문=송민재)

 

연은 순풍이 아니라

역풍에 가장 높이 난다.

- 윈스턴 처질

 

다시 길 위에……

전날 사온 간편식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아침 식사를 해결했다. 아주 맛있다고는 할 수 없어도 그런대로 간편하게 식사하기에는 괜찮은 편이다.

알베르게 마당을 거쳐 밖으로 나오니 하늘을 맑은데 쌀쌀한 냉기가 밀려온다. 도시를 벗어나는데 한참을 걸어나가야 하니 제법 큰 도시였다는 것이 그제서야 실감이 난다.

오늘은 Carrion de los Condes에서 Telladillos de templarios까지 27km 정도를 걷는 여정이다. 전날 일기 예보에는 비가 온다고 했는데 다행히 출발할 때는 비가 오진 않는다. 다만 오늘은 출발 후 첫 마을이 17km 는 걸어야 나오기에 시작이 힘들 것으로 여기고 출발한다.

 

 

 

 

 

 숙소가 있던 2층에서 내려오면 주방은 1층 계단 안쪽에 있다. 전날 머물렀던 알베르게라 그런지 어제 들어올 때와 오늘 나갈 때의 감회가 다르다.

 

 

 

<산티아고 순례길 정보: Carrion de los Condes에서 Telladillos de templarios까지>

Carrion de los Condes에서 Telladillos de templarios까지 27km 구간이다. 17km까지 마을이 없기 때문에 고독하고 쉽지 않는 구간이다. 지평선의 끝에서 또 다시 지평선을 만나는 지루한 길을 걸어야 하는데 마침 불어오는 심한 바람과 추운 날씨는 잠시 머물러 쉬는 것조차 고통스럽게 한다. 맑은 날 걸어도 쉽지 않는 구간에서 날씨마저 변덕이라면 많은 인내가 필요해지는 구간이다. 길을 가는 중에 간이 Bar가 열리기는 하지만 간헐적으로 열리는 상황이라 없을 수도 있으니 필요한 것이 있다면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도시를 가로질러 빠져나오는데 한참이 걸린다. 성처럼 보이는 건물은 호텔로 개조된 곳이었다. 그 앞 공원에는 예전의 왕가를 표시하는 문양의 비석이 줄 지어 있었다.

 

 순례자들이 걸으며 조금씩 비명 소리를 낼 정도로 춥기도 하고 오래 걸어야 했던 길이다. 지평선 끝에 닿으면 도착할 듯 했는데 얕은 언덕을 살짝 올라가면 또 다시 지평선이 보이기를 몇 번을 반복하고서야 멀리 지평선 아래로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Calzadilla de Cuerza

17.2km를 걷고 나서 처음 만나는 마을이다.

오늘 길에 대한 책자 설명은 고독을 향한 도전이라고 되어 있어, 이 마을까지 한번에 길게 걸어야 해서 그런가 보다 했었더니, 정작 문제는 거리도 거리였지만 바람이었다. 허허벌판에 가릴 곳 하나 없이 차가운 바람이 정면으로 불어오니 손은 더욱 시리고 몸은 추워지는 상황에 숨까지 쉬기 힘들다. 차라리 겨울이면 겨울용으로 채비라도 했을 텐데 4월이면 따뜻할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한 옷 수준에 전날 마련한 장갑 정도만 끼고 걸으니 몸에 와 닿는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이다. 40km정도 걸었던 날은 차라리 편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염없이 웅크리며 걷고 또 걷는 동안, 지평선 끝에 살짝 올라서면 다시 지평선이 보이고 또 끝에 올라서면 또 다시 지평선이 보인다. 마치 시지프스 신화처럼 영원히 반복될 것 같은 시간이 지나고 도착한 곳이 Calzadilla de Cuerza이다. 지평선 끝이라 생각 되던 지점에서 길 아래로 마을이 보일 때는 손을 번쩍 들어 마을이다라고 소리칠 정도로 반가웠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알베르게는 Bar를 겸하고 있는 것 같은데 문을 열지 않아 마을 뒤편으로 호텔 겸 Bar를 찾아가니 이미 많은 순례자들로 붐비고 있었다.

한국에서 온 화가 한 분과 비평가이자 소설가이신 분을 만났는데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고자 오셨다고 한다. 자전거를 사서 타고 오긴 했지만, 너무 힘도 들고 다리에도 이상이 생겼다고 한다. 이대로 더 갈수 없으니 자전거는 누군가에게 주고 택시로 레온으로 갈 수 있게 설명을 해 달라고 하기에, 스페인어를 조금 하는 론까지 동원해서 열심히 호텔 프론트에 있는 사람한테 설명을 하니 거기 서 있던 여자분이 마침 택시 운전수라고 한다. 자전거 줄 테니 도시까지 태워달라고 하니 자전거 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기념 사진까지 같이 찍으며 좋아한다. 자전거 준 사람을 따로 있는데 설명을 해 준 사람이 더 환영 받는 상황에 조금 민망하기까지 했다.

  

 

 제대로 된 쉴 곳이 없어 끊임 없이 달려온 터라 Calzadilla de Cuerza에 들어설 때는 얼른 쉴 곳을 찾아서 몸도 녹이고 쉬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을 정도였다. 마을 뒤쪽에 있는 호텔 겸 Bar에 들어가니 이미 많은 순례자들로 만석이었다. 따뜻한 커피와 피자를 시켜 몸도 녹이고 허기도 달래고 나니 조금 여유가 생긴다.

  

 잠시 휴식을 하고 허기진 배로 채우고 나니 길을 걷는 여유가 생긴다. 죽을 것 같이 힘들더니 거짓말처럼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긴다. 한참을 걸어 Ledigos에 다와갈 때쯤에서 길 위에 돌 무더기로 화살표와 글, 하트 등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Ledigos

23.4km 정도 걸어와서 도착한 마을이다. 알베르게 외에는 다른 편의시설이 없는 곳이다. 마을 성당에는 야고보의 성상이 3가지가 있어 주민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1군데 있는 알베르게에서는 Bar와 작은 상점이 있어 음료와 샌드위치를 구매할 수 있다. 마을을 지나갈 때 숙소가 필요하지 않냐고 하면서 알베르게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는 아가씨 둘도 만날 수 있었다.

 

 

 

 Ledigos를 벗어나서 얼마 가지 못한 Telladillos de Templarios까지 3km 정도 남은 곳을 지나가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바람까지 몰아치는데 우비를 제대로 쓰고 있을 수 없을 정도였다. 우비 끝을 붙잡고 몸을 반쯤 눕다시피 해서 걸어가다 보니 마을 입구에 있는 알베르게가 보이기 시작한다.

 

 

 

Telladillos de Templarios

Villalcazar de Sirga 독립 템플 기사단에 속해 있던 마을이었다. 전통 까미노는 이 마을을 지나지 않고 700m 남쪽에 있었다고 하는 마을 두 곳을 지났다고 하는데 지금은 이 마을을 지나도록 되어 있다. 마을에는 2곳의 알베르게가 있는데 전통이 20여년이 되었다고 하는 알베르게는 도시 안으로 좀 더 들어가야 만날 수 있고, 마을 입구에 있는 알베르게는 다양한 형태의 방과 함께 레스토랑과 Bar를 겸하고 있어서 외부에 나가지 않고도 식사를 다 해결 할 수 있다.

6km정도를 걸어 Ledigos에 도착할 때까진 바람만 맞으면서 그런대로 편히 걸었는데, 마을을 떠나 3km 만 가면 된다고 한 순간부터 비와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우박이 아닌 듯 한데 비가 얼굴과 몸에 부딪힐 때 아프다고 느껴질 정도의 강한 비바람이다. 우비를 꺼내기는 했지만 바람 때문에 덮어 쓸 수가 없다. 한참을 우여곡절 끝에야 겨우 우비를 쓰고 나니 바로 정면에서 비바람이 몰아친다. 몸을 눕듯이 숙여서 한참을 가니 알베르게가 보이기에 이것 저것 가릴 것 없어서 얼른 들어가 숙소를 배정 받고서야 안도의 숨을 쉰다. 다행히 신발까지 비가 스며 들지 않아 다행이라 여기며 정리하는 순간에도 창 밖에서 비바람 소리가 거칠게 들려온다.

 

 

 숨이 찰 정도의 바람을 뚫고 알베르게에 도착해서 우비도 걸어놓고 젖은 옷도 걸어 놓고 나니 그제서야 여유가 조금 생겼다. 숙소 입구에 있는 장식물들을 구경한 뒤 저녁 식사를 하는데 창 밖으로 파란 하늘과 햇살이 가득한 게 보인다.

 

 

 

오늘의 일기

바람, 구름,

아침부터 무척 고통스런 날이었다. 끝이 날 것 같지 않게 이어지는 길과 차가운 바람, 잠시 쉴 곳조차 찾기가 어려운 그런 날이었다.

살다 보면 이런 날이 있을 게다. 걸어가다 때론 지쳐 쓰러지고 싶은 그런 날이 있을 게다. 비 바람이 몰아치고 쉴 곳조차 없는 날이 아마도 있을 게다. 하지만 고통스럽게 걸어가는 순간도 언젠가는 다 지나가고, 결국에는 추억이 되는 순간도 올 것이다 고통스런 인내 뒤에 따라 오는 휴식은 더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겨지는 기적 같은 순간도 기다리고 있을게다. 그렇게 다 흘러 어쩌면 그 모든 순간을 아름답게 기억할지도 모를 일이다.

보름을 넘게 걸으면서 배우고 있고 앞으로도 배우고 느껴야 할게 있다면 작은 일을 소중히 하고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삶은 사무치는 눈물이 되고, 그리움이 되어

가슴으로 흐르고


별 빛 따라 흘러간 세월은 기약조차 없는데,

지평선 끝에서 다시 보니 또 다시 지평선이라

저 길의 끝에 다다르면

시지프스 신화처럼 끊임없이 다시 그리워해야 하는가

차라리 프로메테우스의 형벌처럼

심장을 쪼이는 고통이 애 타는 그리움보다 나을 것인가

 

끝없이 반복되는 삶의 순간 속에서
삶은 희망도 절망도 아닌

말 그대로 그냥 살아가는 것임을 깨닫는다.

 

가자 가자 달려가자 끝없이 달려가자.

그냥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면

하염없이 통곡한다 해도 끝없이 달려가자

지평선 너머 또 다시 지평선이 되어도

시지프스 신화처럼 프로메테우스의 심장처럼

끝없이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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