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8 (수)

  • 흐림동두천 5.5℃
  • 흐림강릉 9.1℃
  • 서울 7.1℃
  • 대전 5.7℃
  • 대구 7.1℃
  • 울산 8.5℃
  • 광주 9.4℃
  • 부산 10.3℃
  • 흐림고창 9.3℃
  • 제주 12.6℃
  • 흐림강화 6.0℃
  • 흐림보은 4.1℃
  • 흐림금산 5.3℃
  • 흐림강진군 10.3℃
  • 흐림경주시 6.0℃
  • 흐림거제 8.8℃
기상청 제공

정책

[르포]“서점이야, 오락실이야?”…은행의 이유 있는 변신

서점·카페 복합점포부터 VR체험까지
문화마케팅으로 장기적 효과 ‘기대’

 

(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최근 은행권이 문화마케팅을 향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주요은행들이 영업점을 문화체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시도를 연이어 보여주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새롭게 오픈한 은행의 문화 공간들을 직접 체험해봤다.

 

“그냥 들어가도 되나요” KEB 하나은행 광화문역 지점

 

KEB하나은행 광화문역 지점을 방문한 고객들은 입장하기전 잇따라 직원의 확인을 구했다. 일반 은행 영업점과는 상이한 모습에 적지 않은 놀람을 표출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시쯤 기자가 방문한 ‘KEB하나은행 컬처뱅크 2호점’은 은행이라기보다는 서점, 도서관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부 벽면과 중앙 테이블에는 책장과 수많은 책들이 비치돼 있고 영업점 곳곳에는 편하게 앉아서 독서를 할 수 있는 좌석이 마련돼 있었다.

 

여러 창구의 고객석이 비어있어 곧바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많은 고객들은 좌석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하나은행 고객만 사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기자의 말에 안내를 맡고 있던 직원은 “누구나 편하게 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컬처뱅크’는 지난 12월부터 시작된 하나은행의 프로젝트다. 문화를 매개로 은행의 유휴 공간을 고객에게 돌려주고 은행을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지역 명소로 탈바꿈 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번 2호점은 힐링서점을 콘셉트로 독립서점 ‘북바이북’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이곳을 방문한 고객들은 책뿐만 아니라 내부 카페를 이용해 커피 등의 음료도 구매해 즐길 수 있다. 사전 신청을 통해 작가들과 함께하는 ‘작가 스테이지’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은행 업무는 일반 지점과 동일하게 오후 4시에 마감되지만 서점공간과 카페공간은 오후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주말 역시 서점, 카페는 정상 영업한다.

 

테이블에 앉아 독서 중이던 신유연(25·여) 씨는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하고 은행 직원분들이 맞은편에 있어 어색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좌석이 편하고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책들도 많이 비치돼있어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은행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와 서점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호평했다.

 

기존 지점 건물의 재탄생 'KB락스타 청춘마루'

 

국민은행은 하나은행과는 또 다른 문화 마케팅에 도전하고 있다. 학생, 직장인들이 몰리기 시작하는 오후 7시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KB락스타 청춘마루’를 방문했다.

 

KB청춘마루는 과거 40여 년 동안 국민은행 서교동 지점으로 활용되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문화공간으로 공연, 전시, 강연 등 문화 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건물 한 곳의 자동화기기들이 영업점의 은행 업무를 대신하고 있었다.

 

청춘마루에 입장하기 전 가장 먼저 기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국민은행을 연상시키는 노란색 계단이었다. 약 2~3팀의 일행들이 앉아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노란계단을 지나쳐 청춘마루 입구로 들어서자 직원들이 내부 시설에 대한 안내를 해줬다.

 

청춘마루는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4개 층으로 구성돼있다. 지하 1층은 세미나실과 스터디실, 디지털라이브러리 등이 있으며 지상 1층과 2층은 각각 카페와 전시관(갤러리)으로 구성돼 있다. 3층은 루프탑(옥상공간)이 있다.

 

지하 1층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VR체험공간이다. 한 일행이 VR게임 체험 시설을 이용 중이었고, 시간대 별로 나눠져 있는 예약목록에는 예약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시설 외부에는 현재 체험 중인 게임 화면이 그대로 중계되고 있었다.

 

발길을 옮겨 지상 2층으로 가니 전시 공간이 보였다. 입구에는 청년들의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전시회장에는 하상욱 시인의 재치 있는 시구들이 전시돼 있었다. 3층에는 홍대거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2층 전시장에서 만난 김혜영(23·여)씨는 “약속 전에 시간이 잠깐 남아 들렸는데 생각보다 좋은 공간들이 마련돼 있어서 놀랐다”며 “주요 프로그램들이 자주 바뀌고 관리가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고객 이진희(24·여·가명)씨 역시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며 “지하 스터디룸이 특히 많은 이들에게 이용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은 시설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전했지만 두 은행의 문화마케팅이 실제 고객 유치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KB청춘마루에서 만난 이진희 씨는 “제한이나 조건 없이 시설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이 시설로 인해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거나 주거래은행을 바꿀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하나은행에서 만난 신유연 씨 역시 “지나가다가, 혹은 남는 시간에 방문할 수는 있겠지만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서 별도의 비용을 지불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문화마케팅은 당장의 실적보다 은행에서 청년층들의 눈높이에 맞춰 먼저 다가간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며 “지금부터 청년들을 미래고객으로 삼고 접점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다 보면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은행은 “현재 문화 관련 영업점 신설 계획은 없지만 KB락스타 청춘마루가 더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 청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측은 “앞으로도 스타일, 가드닝, 여행 등 다양한 주제의 문화 콘텐츠가 적용된 컬처뱅크를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청년들의 경우 부모나 대학교의 주거래 은행 등으로 접근방식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문화마케팅을 통해 청년층과의 접점을 넓히고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는 등 장기적 효과를 기대한다는 설명이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가상자산과 쥐(rat)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최근 가상자산 ‘오지급’ 사고가 발생했다. 단순한 입력 실수, 이른바 팻핑거(fat finger)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숫자 하나를 잘못 눌렀을 뿐인데, 그 결과는 62조 원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로 번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거래소는 바로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이달 말 도입할 예정이었다. 기술은 준비되고 있었지만, 실수는 그보다 빨랐다. ​이런 일은 결코 낯설지 않다. 몇 해 전 한 중견 수출업체가 수출 실적을 달러가 아닌 원화로 신고하는 바람에, 국가 전체의 수출액이 10억 달러나 과다 계상되는 일이 있었다. 첨단 시스템과 자동화가 일상화된 시대지만, 휴먼에러는 여전히 우리의 곁에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사람의 실수’를 전제로 한 제도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가상자산은 분명 편리하다. 국경을 넘는 송금은 빠르고, 비용은 적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비대면·익명성이 강하고 사용자 확인이 어려운 특성 탓에, 돈세탁이나 사기, 불법 외환거래에 악용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주지만, 동시에 새로운 범죄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특히 가상자
[인터뷰] 뮤지컬 '4번출구' 제작 김소정 대표...청소년 ‘삶의 선택지’ 제시
(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무대 위에서 가장 조용한 숨으로 깊은 소리를 만드는 오보에처럼, 이제는 소외된 아이들의 숨소리를 담아내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보이스트에서 공연 제작자로 변신한 주식회사 스토리움의 김소정 대표가 뮤지컬 〈4번 출구〉를 통해 청소년 생명존중 메시지를 전한다. 2026년 청소년 생명존중 문화 확산 사업 작품으로 선정된 이번 뮤지컬은 김 대표가 연주자의 길을 잠시 멈추고 제작자로서 내딛는 첫 번째 공공 프로젝트다. 공연 제작자 김소정 스토리움 대표 인터뷰 내용을 통해 '4번출구'에 대해 들어봤다. ■ 완벽을 추구하던 연주자, ‘사람의 삶’에 질문을 던지다 김소정 대표는 오랫동안 클래식 무대에서 활동해온 오보이스트다. 예민한 악기인 오보에를 다루며 늘 완벽한 소리를 향해 자신을 조율해왔던 그는 어느 날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 대표는 “어느 순간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숨을 쏟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았다”면서 “완벽한 소리를 위해 버텨온 시간이 누군가의 삶과 어떻게 닿아 있는지 생각하게 되면서 개인의 완성을 넘어 더 많은 사람과 만나는 무대를 꿈꾸게 됐다”고 제작사 ‘스토리움’의 설립 배경을 밝혔다. ■ 〈4(死)


인기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