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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양체재의(量體裁衣)] 데이터산업을 향한 첫걸음, 급할수록 천천히

 

(조세금융신문=문병윤 변호사) 정부가 데이터산업을 활성화시키고자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하위 법령들을 속속 정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거래소 설립, 데이터거래 전문인력 양성 등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필자는 최근 데이터거래 전문가 과정의 강사로 참여하였는데, 수강생들이 개인정보 이슈를 포함한 데이터 법령에 높은 관심을 보여 적잖이 놀랐다.

 

데이터법령의 개정 방향

 

소위 데이터3법이라고 하면, 과거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규정들이 포함된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신‘ 용정보법’) 등 3가지 법률을 말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일반법으로서 개념상 모든 개인정보를 포괄한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서비스를 통하여 처리되는 개인정보에 관한 특별법, 신용정보법은 신용정보에 관한 특별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보호법령은 처리수단과 그 종류에 따라 다수 법률에 산재하고 그 규율체계도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정부는 이렇게 산재한 개인정보에 관한 규율을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일원화하는 한편, 개인정보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정보주체의 권리보호를 강화했다. 가명정보, 익명정보 등의 개념을 도입하고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하여 개인정보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

 

마이데이터사업의 도입

 

특히 신용정보와 관련해서는 신용조회업과 구분되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소위 ‘마이데이터사업’)이 신설됐다. 마이데이터사업이란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 본인의 신용정보를 보유한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신용정보를 제공받아 정보주체에게 통합조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말하고, 추가로 정보관리, 자산관리, 관련 데이터 분석 및 컨설팅 서비스 등도 제공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사업의 핵심 기반은 정보주체의 신용정보전송요구권이다. 정보주체는 누구든지 본인의 개인신용정보를 보유한 자에게 해당 정보를 자신이 지정하는 마이데이터사업자에게 전송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상대방은 그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신용정보법 제22조의9 제4항). 이 때문에 신용정보전송요구권의 대상인 신용정보가 무엇이냐에 따라 기존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개인정보 해당 여부가 관건

 

데이터거래와 관련하여 가장 큰 관심은 ‘해당 데이터가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란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 또는 해당 정보만으로는 부족하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

 

판례를 보면, 휴대전화번호 뒷자리 4자리도 개인정보로 판단한 사례가 있는 반면, 한글라벨은 제거되고 바코드만 남은 시험검체는 개인정보로 볼 수 없다고 본 사례도 있다. 따라서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개인정보 해당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가명정보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

 

개정 개인정보보호법 및 신용정보법은 가명정보의 개념을 도입했다. 개인정보 또는 개인신용정보 중 일부를 삭제하거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추가 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를 말한다.

 

가명정보는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을 위한 목적이라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산업을 위한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다만, 신용정보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상업적 통계작성 및 산업적 연구를 포함하지만, 개인정보는 그러한 명시규정이 없어 앞으로 쟁점이 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은 상존

 

데이터산업이 가능한 이유는 디지털화로 인한 데이터 축적(소위 ‘빅데이터’), 축적된 데이터를 수집·저장·가공할 수 있는 발달된 기술력(소위 ‘데이터마이닝’)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 바꿔 말하면 데이터를 침탈할 수 있는 기술력도 동시적으로 발전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개인정보는 종류가 다양하고, 특히 사상·신념, 정당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등 민감정보는 한번만 유출되더라도 개인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주민등록번호나 휴대전화번호 유출과는 다른 차원이다. 무엇보다도 어떤 경우에는 처벌을 감수하고라도 개인정보를 유출하고자 하는 유혹이 존재할 수도 있다.

 

법령 개정으로 데이터산업 활성화를 위한 첫걸음은 뗀 셈이다. 첫걸음에 대해 여전히 규제가 너무 강하다는 불만과 사생활보호를 위한 장치들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다만, 데이터경제라 불리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방향성은 명백하다. 급할수록 천천히 우리 현실에 맞는 스텝을 밟아갈 필요가 있다.

 

[프로필] 문병윤 법률사무소 수영 대표변호사
•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사시 54회(사법연수원 44기)
• 국회 보건복지위 행정안전위 비서관
•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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