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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판결’ 오해가 부른 파장…세무사법개정안 막아선 법사위 전체회의

이철희 “大法, 변호사의 세무대리업무 등록 받아주라는 것"
대법 판결 알고보니 개정시한 넘긴 세무사법 ‘등록 조항 실효’로 세무사·세무대리업무 등록 불가능
2008년 국세청의 행정착오로 시작된 ‘세무사법’ 수난사
憲裁 헌법불합치…변호사에게 허용할 세무대리 업무 허용범위는 입법재량의 문제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여상규, 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세무사법개정안’에 대한 법사위원 간의 찬반 논쟁이 약 1시간가량 지속했다. 법사위는 3월 17일까지로 예정된 2월 임시국회 중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세무사법개정안을 다시 심의하기로 했다. 

 

이날 법사위원들은 입법 공백 문제와 대법원 판례에 대한 해석 등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개정시한 넘긴 세무사법 ‘등록 조항 실효’…입법 공백 문제 초래 

 

2018년 4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2015헌가19)을 내리면서 세무사법 개정시한으로 정한 2019년 12월 31일이 지나도록 세무사법이 개정되지 않아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세무사와 변호사 등의 세무사 ‘등록’과 관련한 조항이 실효되면서 세무사 신규 등록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여야 법사위원들은 이점을 지적했다.

 

민생당 박지원 의원은 “세무사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3월 법인세 신고 등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700여명의 새내기 세무사가 (등록하지 못해) 취업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입법 공백 사태가 매우 심각해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사법연수원 18기 출신인 같은 당 송기헌 의원은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5월 임시국회 논의 여부를 장담하지 못하며 21대 국회에서 새로 원을 구성해 논의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선 법안을 통과시키고,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은 21대 국회에서 다시 개정안을 내는 것이 순리”라고 전했다.

 

미래통합당 오신환 의원은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2019년 말까지의 입법 시한을 넘겨 세무사등록을 할 수 없는 입법 공백이 생긴 것이 맞다"라며 "기한을 넘기지 않고 논의를 해야 했다. 오늘 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연수원 29기 출신인 민주당 백혜련 의원도 “제2소위에서 개정안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해야 하지만 이미 세무사법이 실효돼 입법 공백이 생겨 오늘 처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장부작성 능력 없는 변호사' 지적도 나와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장부작성 대리와 성실신고 확인 업무는 실제 변호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무장을 두고 업무를 처리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후 서울지방국세청장의 변호사에 대한 세무대리업무 등록갱신 반려처분이 위법하다는 대법원판결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지난 1월 30일 대법원판결(2018두49154)을 거론하면서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세무대리업무) 등록을 받아주라는 것인데 기재부가 받아주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기재부가 등록을 받아주면 입법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대법원판결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에게 (세무사등록을 못 하게 하여) 세무대리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한 부분이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던 때(2018년)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했다”며 “법률조항을 전제로 원고의 세무대리업무등록 갱신신청을 반려한 피고(서울지방국세청)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결은 헌법불합치 입법개선시한 도과로 ‘효력을 상실한’ 법률조항을 근거로 서울청이 원고에게 세무대리업무등록 갱신신청을 반려한 행위에 대한 위법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에게 세무사 등록 방법을 주지 않아 세무대리를 전면적·일률적으로 못하게 한 세무사법을 개정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결을 같이 한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원고 변호사에게 세무대리업무등록을 받아주라고 했다는 취지였다는 것은 잘못된 지적으로 보인다. 서울청으로서는 원고 정영대 변호사에게 세무사등록 또는 세무대리업무등록을 받아 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청이 세무대리업무등록을 받아주지 않자 원고 변호사는 간접강제금 지급(2020아150) 소송을 제기했는데, 서울행정법원은 "피신청인(서울지방국세청)이 공인회계사가 아닌 신청인(원고 변호사)에게 세무사법 제20조의2 제1항에 따른 세무대리업무등록을 해줄 수 없음이 문언상 명백하다"고 하면서 "이 사건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정한 개선입법의 시한인 2019. 12. 31.가 도과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은 2020. 1. 1.부터 그 효력을 상실하였고, 위와 같은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뿐만 아니라 일반 세무사의 세무사등록에 관한 유효한 근거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피신청인에 대한 간접강제신청은 이유가 없으므로 기각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국세무사회 관계자는 “대법원판결은 2004년부터 2017년까지의 변호사에게 세무사업무를 모두 허용하라는 취지가 아니며, 개선 입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낸 변호사마저도 입법 공백 상태에서는 세무사등록 또는 세무대리업무등록을 통해 세무대리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 2008년 국세청의 행정착오로 시작된 ‘세무사법’ 수난사

 

대법원판결 내용은 세무사등록이 허용되지 않은 2004년부터 2017년 사이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은 정영대 변호사에게 2013년 서울지방국세청이 세무대리업무등록갱신신청반려처분을 한 사건부터 이해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로부터 세무사법 헌법불합치 판정을 끌어낸 장본인인 정 변호사는 2004년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2008년 국세청에 세무대리업무 등록을 했다. 당시 세무사법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했으나 ‘등록’은 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국세청의 행정착오로 인해 정 변호사에게 회계사에게 주어졌던 ‘세무대리업무’ 등록을 해 줬다. 비극은 여기서 비롯됐다.

 

이후 정 변호사는 등록유효기간(2008.10.8.~1013.10.7.) 만료를 한 달 앞두고 서울지방국세청에 세무대리업무등록갱신 신청을 했다. 그러나 서울청은 당시 세무사법에 따라 “제청신청인은 당초부터 세무대리를 할 수 없는 사람이었음이 밝혀졌다”며 ‘세무대리등록 직권취소처분’ 및 ‘세무대리업무등록갱신신청반려처분’을 내렸다.

 

정 변호사는 이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처분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그러자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면서 ‘2004년부터 2017년까지의 변호사’로 하여금 세무사등록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는 위헌법률제청신청을 했다. 고등법원이 이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제청을 했고 이에 헌법재판소는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조항(세무사법 제6조제1항, 제20조 제1항 본문 중 ‘변호사’에 관한 부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2015헌가19)을 내렸다.

 

한편 위헌법률제청을 하였던 서울고등법원은 재판의 전제가 되었던 법률조항이 헌법불합치 결정이 되자 기계적으로 ‘당초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하였고, 서울지방국세청은 이에 대해 상고해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게 됐다.

 

 

▲ 헌재 "변호사의 세무대리 제한 자체가 위헌이 아니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위헌"

 

고등법원의 위헌법률제청신청으로 헌법재판소는 2018년 4월 26일 세무사법의 ‘등록’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을 세무사법(2013.1.1. 개정 법률 제11610) 제6조제1항과 더불어 세무사법(2009.1.30. 법률 제9348) 제20조제1항의 본문 중 변호사에 관한 부분으로 한정했다.

 

2013년 당시 세무사법 제6조제1항은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세무사 자격이 있는 자가 세무대리를 시작하려면 기획재정부에 비치하는 세무사등록부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등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2009년 당시 세무사법 제20조제1항은 ‘제6조에 따라 등록을 한 자가 아니면 세무대리를 할 수 없다. 다만, 변호사법 제3조에 따라 변호사의 직무로서 행하는 경우와 제20조의2제1항에 따라 등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제20조의2제1항은 공인회계사법에 따라 등록한 공인회계사의 ‘세무대리업무등록부 등록’ 규정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는 세무와 관련한 법률사무는 할 수 있지만 세무사 등록을 할 수 없다.

 

2003년 이전에는 ‘세무사의 자격을 가진 자가 세무대리의 업무를 개시하고자 할 때에는 재정경제부에 비치하는 세무사등록부에 등록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변호사도 세무사등록부에 등록을 할 수 있었다. 이후 2012년 1월 26일과 2017년 12월 26일 세무사법이 개정되면서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주어지던 세무사 자격은 폐지됐다. 문제는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받은 변호사였다.

 

헌법재판소의 세무사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문에서 지적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기본권의 제한이다. 헌재는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가 세무대리를 하기 위해 별도로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세무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한다’고 봤다.

 

또 하나는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다. 헌재는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로 하여금 세무사로서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러한 지적과 함께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단순위헌결정을 내리면 일반 세무사의 세무사등록에 관한 근거규정마저 사라지게 되는 법적 공백 상태가 된다’고 하면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세무대리를 제한하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무사로서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헌재 "변호사에게 허용할 세무대리의 범위 등 입법자가 정해야"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매우 중요한 내용을 함께 전했다. 헌재는 "이들(세무사자격 보유 변호사)에게 허용할 세무대리의 범위, 대리권한을 부여하기 위하여 필요한 구체적인 절차와 내용은 세무대리를 위해 필요한 전문성과 능력의 정도, 세무대리에 필요한 전문가의 규모, 세무사 자격제도의 전반적인 내용,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 직역 간의 이해관계 등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또 "입법자는 2019.12.31.까지는 이와 같은 결정 취지에 맞추어 개선입법을 하여야 하며,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판대상조항은 2020.1.1.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했다.

 

헌재의 결정에서 간과되지 말아야 할 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변호사에게 세무대리업무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며, 또 하나는 변호사에게 허용할 세무대리의 범위 등은 변호사의 전문성과 능력의 정도에 따라 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세무사법개정안에 변호사에게 허용할 세무대리업무 중 회계 관련 전문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장부작성대리’와 ‘성실신고확인’이 제외된 것은 이러한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른 국회 기재위의 깊은 고심의 흔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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