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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⑩] 경제원칙으로 작동하는 기본소득모델 <中>

‘경제 원칙’이 결여된 기본소득 논쟁은 소모적 탁상공론

(조세금융신문=송두한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정책위원장) 

 

2. 기본소득의 경제 원칙은 복지 원칙과 어떻게 다른가?

 

첫째, 경제적 관점에서 규정되는 기본소득은 ‘내수 수축’을 방어하는데 그 목적이 있으며, 이를 구성하는 요소는 ‘보편성’과 ‘경기대응성’이 전부다. 복지정책의 틀 안에서 논의되는 이외의 원칙들은 경제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가변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기본소득의 고답적인 원칙들에 크게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기본소득의 경제 원칙으로 ‘보편성’(universality)을 들 수 있는데, 이는 가구 단위든 개인 단위든 전국민을 대상으로 추진되어야만 민생경제의 소비여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취약업종이나 저소득층에게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소득정책은 구제나 지원 목적에는 충실하나, 저성장에 대비하는 경제정책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기본소득의 보편성이 성립해야만 ‘소득 불평등’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기반 확충에 기여할 수 있다. 경제선순환 동인인 소득기반이 견고해야 소비 위축을 막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개인당 30만원의 소득 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소득분위별 소득기여도를 살펴보면 1분위는 월소득 대비 20.3% 수준인 반면, 5분위는 3.6%에 불과하다. 보편성 원칙에 소득재분배 기능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기본소득의 ‘경기대응성’(responsiveness)은 두 번째이자 마지막 경제원칙이다. 기본소득이 경제정책으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경제 상황이나 질서 변화에 따라 정책 대응이 가능해야만 한다. 일례로, 코로나발 경기충격 이후 기본소득에 힘 입에 저성장 위험에서 탈피했다고 가정하자. 경제 상황이 좋아져 이전의 성장 균형으로 복귀했음에도, 출구가 없다면 경제정책으로서의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즉, 경제와 괴리된 영역에 존재하는 복지정책일 뿐이다.

 

경제정책과 연계해 기본소득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인사는 이재명 지사가 거의 유일하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경제정책임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경기대응성’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경제정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경기대응성의 핵심은 경제 상황에 따라 기본소득에 대한 정책의사결정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번 시작하면 계속해야 하고 그것도 충분해야 한다면, 어떠한 경우에도 기본소득이 경제정책이 될 수는 없다. 물론, 복지 원칙에 기초한 기본소득 정책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

 

둘째, 기본소득이 경제정책이라면 현실과 동 떨어진 복지 원칙들을 과감하게 폐기해야 한다. 지원 단위가 가구든 개인이든 모수(母數)인 전국민에 접근하는 방식이면 충분하다는 점에서 ‘개별성’ 원칙은 경제적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 ‘현금성’ 원칙도 마찬가지다. 지급수단이 현금이든 지역화폐든 소비 경로에서 누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소비 진작에 기여할 수 있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좋은 사례다. 지난 번 재난지원금의 소비성향이 평균 소비성향보다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지급수단에 대한 논쟁은 불필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논쟁의 중심에 있는 ‘정기성’(periodicity)과 ‘충분성’(adequacy)’은 기본소득을 사장시켜버리는 구조적인 요소들이다. 한번 시작하면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해야 하며 충분하게 지급되어야 한다. 이들 원칙은 한국경제의 현실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재정건전성 문제와도 충돌할 수밖에 없다.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도룡지기(屠龍之技·용 잡는 기술) 원칙들이다.

 

경제정책이 조망하는 정기성은 경제 질서와 맞물려 돌아가는 가변적인 상황변수다. 기본소득의 정책목표(성장률, 실업, 소득격차 등)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중단할 수도, 횟수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일례로, 기본소득을 5년 단위로 시행하되 경제적 성과에 따라 지속하거나 일몰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다.

 

또한, 소모적 논쟁의 중심에 있는 ‘충분성’ 원칙에도 얽매일 필요가 없다. 경제적 ‘충분’과 복지 차원의 ‘충분’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복지원칙 하의 충분성은 적게는 GDP 대비 10%(연간 200조원), 많게는 GDP 대비 25%(연간 500조원)를 주장한다.

 

가능 하지도 않을뿐더러 족보도 없는 ‘GDP대비’에 매몰되어 비판을 위한 조롱거리로 전락하곤 한다. 한국경제가 요구하는 ‘충분성’은 주어진 재정 가용성의 범주 내에서 내수수축을 방어하거나 확장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소득 기준을 의미한다. 지난 번 소멸성 재난지원금(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이 소득불평등 해소에는 충분하지 않겠지만, 소비충격 완화에 기여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셋째, 경제정책으로 접근하는 기본소득은 기존의 복지정책과 전혀 충돌하지 않는다. 기본소득의 목적이 절대소비를 늘려 내수경제의 수축을 방어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을 시행하기 위하여 복지시스템을 재편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지 않는다. 복지의 중첩 요소를 찾아 재설계해야 하는 비효율은 복지정책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논의에 불과하다. 기본소득이 복지시스템과 희석되거나 복지 담론에 함몰되면 사실상 추진되기 어렵다. 우리 현실에 맞지도 않는 해외 사례들을 나열하기 보다는 주도적으로 새로운 기준을 세워 접근하는 담대함이 필요한 시기다.

 

또한, 기본소득은 상호배타적 영역에서 선택적 복지와 양립하거나 충돌하지도 않는다. 고용 안정을 위한 ‘전국민 고용보험’이나 취약업종 지원을 위한 ‘소모성 재난지원’등과도 전혀 충돌하지 않는다. 기본소득은 오히려 이들 간의 상호보완성을 높여 빈약한 내수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일례로, 전국민 고용보험은 정부가 사용자가 부재한 근로자나 자영업자 등에 대한 ‘보험료 매칭’ 원칙만 바로 세운다면, 4~5조원의 예산으로 즉시 시행 가능한 고용정책이다.

 

 

다음 편에, ‘경제원칙으로 작동하는 기본소득모델 <下>편이 이어집니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프로필] 송두한 백석예술대학교 초빙교수

•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정책위원장

• 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 전) Visiting Assistant Professor (Otterbein University, Columbus, Ohio)

 

※ 저술: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향후 파급효과 진단(2007), 가계 대출행태 분석을 통한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2012)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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