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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기자수첩] 헛되이 소진한 금융감독 개혁동력, 또 승리한 기득권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여당이 금융위와 금감원 조직 개편을 사실상 포기한 모양새가 됐다.

 

금융위 해체-금감원 개편 논의가 발생된 이유는

관치금융 때문이다.

 

금융은 남의 돈을 받아다가 푸는 사람이

당장 돈 없는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정치인들은 성장률 상승, 부동산값 상승에 표심이 달렸고

그래서 돈 풀어 성장률, 부동산 부양을 하려는데

경제 관료들은 나라곳간은 자기들 책임이니 그러긴 싫고

민간 금융으로 풀도록 판을 마련해줬다.

 

그러나 금융은 기본적으로 빚이다.

 

아무에게나, 아무 상품이나 막 갖다가 팔면

돈을 떼어먹히고, 돈 떼어먹힌 일이 거듭돼

아무도 돈을 안 빌려주는 일까지 벌어진다.

그렇게 되면 신용이 창출되지 않고,

경제 돈줄이 막히고, 경제 돈줄이 막히면

국민이 떼죽음을 당한다.

 

그게 외환위기, 금융위기다.

 

금융감독위윈회는 그 외환위기 교훈 속에서 탄생했다.

정치, 관료들이 손 못 대도록 민간기관으로 만들었다.

금융 푸는 산업정책은 정권이 알아서 하시되

금융이 멋대로 돈 빌려주고,

사기성 상품으로 소비자 잡아먹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초반의 실패에도 불구

민간통제라는 원칙은 꽤 괜찮아 보였는데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

금융감독시스템의 치명적 부실이 들통난 미국은

금융소비자보호국을 만들었다.

 

미국 금융소비자보호국을 예로 들자면,

여기는 연방정부 산하 독립기관이고,

의회 예산이 아니라 연준에서 운영비 등을 받았다.

원칙상 미국 정부 예산은 의회 심의를 거쳐야만 하는데

정권 따라 돈줄로 금융소비자보호국을 약화-강화시키면

금융소비자보호 정책이 빠개질 테니

돈줄로 기관을 못 잡도록 돈줄을 독립시킨 것이다.

 

한국은 그 시기 뭘 하고 있었냐면 금융위를 만들었다.

금융 모피아 조직을

금감위 머리 위에 올린 꼴이었는데,

정치인과 모피아들이 돈 풀자, 풀자 하는 건 어쩔 수 없어도

함부로 돈 풀지 말도록 감시하는 금감위에 상전으로 앉혀 버린 건

사실상 금융감독 제대로 하지 말란 이야기와 같았다.

그러면서 금감위는 금융위 모피아와 금감원 민간조직 이원화 조직이 됐다.

 

이렇게 금융감독이 헤프게 되니

온갖 금융 범죄들이 터져 나왔고

한국 사법부는 귀신같이

3년 징역‧5년 집행유예를 뿌려가며

사기단들을 우회 지원했다.

 

피해자들은 처참하게 땅바닥에 앉아 울었고

언론들도 마지못해 뻐꾸기를 날리니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때마다

금융감독 개편 논의가 나왔고,

그게 오늘날 금융위 해체-금감원 개편으로 나오게 됐다.

 

그렇다면 최근까지 여당이 밀던 안은 뭐냐.

금융산업 진흥 기능은 다시 기재부에 돌려놓고

금융감독 정책‧집행을 담당하는 금융감독기구를 만드는 것이 원칙이었다.

 

일단 이것까지는 학자들도 상당수 옹호한다.

그러나 새로 개편하겠다는 금융감독기구의 외형이 요상했다.

금융감독위를 만들어 총리실에 놓고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만들어 뒀다는 것이다.

 

이건 비판적 지적을 받을 부분이 있는데

금감원(미시건전성)과 금소원(시장행위 감독)을

분리시켜 행정비용 좀 쓰더라도

정권이 금융감독을 쥐겠다고 읽힐 수 있었다.

 

때문에 이재명 정부 금융위 개편안은

금융 막 풀기 주의자들은 물론

개혁파 학자들에게도 인기를 못 끌었다.

 

미국이 정권도, 관료도 손 못 대도록

금융소비자보호국을 따로 뗐다는 점을

이 논의가 20년가량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결론이 무엇인가 하면,

이대로 가면 이재명 정부의 금융감독정책은

박근혜 문재인 정부 때의 그 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산업 진흥과 금융감독을 붙여놓는

기형적 금융위 체제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세 가지, 직설을 해보자면,

 

첫 번째, 지금 금감원 사람들이 지금 입가라고

소리 안 나게 박장대소하는 모양인데

결단코 웃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키코사태, 저축은행 사태, 온갖 불완전 판매 등

한국 금융감독의 엉망진창을 생각해보면 그렇다.

 

지배구조 탓이 크다는 점을 알지만,

책임이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두 번째, 민주당은 가끔 대통령 순방 나갈 때

엉뚱한 일을 터트리는 버릇이 있는데

당-대통령실 간 합의된 쇼라면

거기에 대해서 뭐라고 하고 싶지도 않다.

 

세 번째, 씁쓸한 교훈이 하나 있다.

 

최근 한 반년간 미국에서 일이다.

 

공화당과 미국 금융가들은

미국 금융소비자보호국을 싫어했다.

이들은 부자들을 대변하는 자들이고,

월가 시위 때 태연히 와인 파티를 즐겼던 사람들이며,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야기했던

금융사들의 그릇된 탐욕을 거의 100% 긍정하는 사람들이었다.

 

바이든 행정부 때 일단의 사람들이

금융소비자보호국이 의회 예산심의를 안 받고

왜 연준에서 예산 타 쓰냐, 그건 위헌이라고

소송을 걸었는데 2024년 합헌 결정이 났다.

 

그러나 2025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 가동하고,

일론 머스크 일당들은 미국 금융소비자보호국 조직원을 해고하고,

그 기능을 박살 내는 식으로 무너뜨렸다.

 

미국의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은

이제, 그냥, 뭐, 어떻게 돼 버렸다.

 

한국은 이미, 그냥, 뭐, 이렇게 됐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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