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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칼럼] 남해 죽방렴(竹防簾)과 죽방멸치

 

(조세금융신문=황준호 여행작가) 멸치는 오래전부터 우리네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식재료 가운데 하나다. 음식을 만드는 데 있어 메인 재료는 아니지만 육수를 내거나 젓갈을 만들거나 간단한 반찬거리로 유용하게 쓰이며 특히 육수를 내는 데는 다시마와 더불어 필수 재료다. 이런 멸치에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영양분인 단백질과 아미노산, 그리고 칼슘이 풍부하다.

 

멸치는 크기에 따라 구분한다. 지리멸, 소멸, 중멸, 대멸 그리고 잡는 방식에 따라 유자망(流刺網) 멸치, 정치망멸치, 죽방멸치 등으로 구분하여 부르는데, 그 가운데 전통 방식인 죽방렴(竹防簾)으로 잡는 죽방멸을 으뜸으로 친다. 이유는 죽방렴이란 어업방식에 있다.

 

 

유자망 멸치는 잡는 과정에서 그물에 걸린 멸치를 털어내야 하므로 비늘이 벗겨지거나 상처가 남는다. 하지만 죽방렴은 조수 간만의 차가 큰 바다에 말뚝을 V자 형태로 나열하고 그 끝에 대나무를 원통형으로 촘촘히 그물 엮듯 통발을 바닷속에 박아 잡는 방식으로 멸치가 상처를 덜 받고 대량 포획이 아니어서 희소성과 신선함이 뛰어나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해나 남해안 일대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어업 방식으로 조업을 해왔고, 그 명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 남해와 창선도 사이 지족해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전부터 죽방렴으로 고기를 잡아 온 곳이다. 문헌에 기록된 역사만으로도 족히 500여 년이 넘는다고 한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큰 남해안 일대는 섬과 섬 사이를 오가는 조류의 유속이 빠르고 거세다. 지족해협이 그러한 곳이다. 물길은 좁고 물살이 빠르며 수심 또한 깊지 않으니 죽방렴 설치에 최적의 장소다. 지금도 이곳에 가면 바다 곳곳에 설치된 죽방렴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죽방렴으로 잡히는 물고기는 어종이 다양하지만 그중 멸치가 가장 많이 잡혀 죽방멸이라고도 한다. 물살 세기로 유명한 지족해협을 오가는 멸치들이니 크기도 크지만, 맛이 뛰어나고 신선하여 멸치 중에 으뜸으로 친다. 멸치라는 생선은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죽고 마는 성질 급한 생선이지만 죽방렴에 갇힌 멸치는 원형의 통발 안에 놔둔 채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쓰기 때문에 신선도가 살아있다.

 

 

 

멸치는 가장 흔한 생선이다 보니 우리네 식탁에서 조연이었지 주연 대접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남해에서는 멸치가 당당히 주연 대접을 받는다. 멸치를 주요리로 내세우는 식당들이 즐비하고 죽방렴으로 잡은 신선한 멸치회를 맛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콤하게 무쳐내는 멸치회무침과 생멸치에 시래기 등을 넣고 고추장으로 끓여내는 멸치찌개는 신선한 채소와 함께 조화를 이루며 훌륭한 쌈밥으로 탄생한다.

 

멸치회는 살이 토실하게 오르는 봄이 제철이다. 해마다 5월 초가 되면 남해 미조면 북항 일대에서는 “남해 멸치 축제”가 열려 멸치털이 시연 등 다양한 체험과 함께 멸치회를 맛볼 수 있다.

 

 

미조면 북항 일대에는 멸치를 주재료로 해서 요리하는 바다 향기 회센터를 비롯해 여럿 있으며, 창선대교 인근 지족리에도 손도죽방장어 집 등 멸치 쌈밥을 내놓는 식당이 많다.

 

 

남해 인근으로 여행 계획을 잡는다면 이곳에 와야만 맛볼 수 있는 멸치요리를 빠뜨리지 말고 꼭 드셔 보시라 권한다. 참고로 멸치는 청어목과에 속해있는 당당한 생선이다. 이곳에서 회나 찌개용으로 쓰이는 멸치를 직접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거다.

 

남해 둘러볼 만한 곳

 

든든히 멸치요리로 배를 채웠으면 느긋하게 남해를 둘러보자. 남해는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이며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속한 섬으로, 금산 보리암을 비롯하여 가천 다랭이마을 등 천혜의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이 많다.

 

 

남해 금산과 보리암

 

‘온 산을 비단으로 두르다’는 뜻의 금산(錦山)은 남해의 진산이자 소원을 이뤄주는 명산으로 익히 알려져 있으며, 정상 부근 절벽 사이에는 천년고찰 보리암이 있다. 보리암은 낙산사 홍련암, 석모도 보문사와 더불어 불교 신도들에게는 3대 기도처로 유명한 관음 도량이다. 7백여 미터 금산 정상 아래에 위치한 보리암 절 앞으로 펼쳐지는 한려해상의 풍경이 아름답다. 특히 다도해 넘어 섬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과 금산 정상 봉수대에서 반대편으로 떨어지는 낙조가 압권이다.

 

가천 다랭이마을

 

가천 다랭이마을은 깎아지른 듯한 경사면에 들어선 오지 마을이다. 한눈에 봐도 살아내기 척박한 땅임을 알 수 있다. 눈앞이 바다인데 배 한 척 정박할 곳도 마땅치 않다. 그래서 배가 드나드는 선착장이 없다. 그저 40여 각도에 이르는 날 선 산비탈뿐이다.

 

 

오래전 이곳에 정착한 선조들은 돌로 담을 쌓아 논배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쌓은 돌담이 108층의 계단과 680여 곳의 다랑논으로 만들어졌다.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 아름다움과 가치가 보호받을 만하다 하여 명승 제15호로 지정하였다.

 

독일마을과 파독전시관

 

생업을 위해 독일로 파견되어 그곳에 정착해 살고 있던 광부와 간호사 출신 재독 교포 70여 명이 귀국하여 전통 독일 양식으로 집을 지어 거주하고 있는 곳이 독일마을이다.

 

 

이국적인 건축들로 인해 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가 되고 있으며, 특색있는 카페와 가게에서는 독일식 맥주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2014년 개관한 파독전시관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삶과 애환을 담아내고 있으며 그들이 사용했던 작업도구와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프로필] 황준호(필명: 黃河)

•여행작가

•(현)브런치 '황하와 떠나는 달팽이 여행' 작가

•(현)스튜디오 팝콘 대표

•(현)마실투어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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