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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칼럼] 진한 국물에 담긴 고향의 맛, 남원 추어탕

가을보양식 추어탕 이야기(1)

 

(조세금융신문=황준호 여행작가) 가을은 유난히 입맛을 돋우는 계절이다. 뜨겁던 여름이 물러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 많은 이들이 자연스레 찾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추어탕이다.

 

‘추(鰍)’ 자가 가을 ‘추(秋)’ 자와 물고기 ‘어(魚)’ 부수가 합쳐진 글자인 것처럼, 미꾸라지는 가을이 제철이다. 살이 오르고 영양이 가득해 가장 맛이 좋을 때, 우리 조상들은 이를 갈아 넣거나 통째로 끓여 원기를 회복했다. 고려시대 기록에도 등장하고, 『본초강목』에서는 양기를 돋우고 백발을 검게 한다는 효능을 적어놓았을 만큼 오래된 보양식이다.

 

추어탕의 기본은 미꾸라지이지만, 지역마다 부재료와 조리법은 각기 다르다. 남도는 된장과 시래기를 넣어 걸쭉하게 끓이고, 원주는 감자채와 미나리를 넣어 시원하게, 경상도는 토란대와 고사리를 곁들이고, 서울은 두부와 버섯을 넣어 담백한 맛을 낸다. 어떤 곳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삶아내고, 어떤 곳은 고아서 곱게 갈아낸다. 그만큼 추어탕은 지역의 특산물과 생활 방식이 녹아든 향토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남원은 ‘추어탕의 본고장’이라 불린다. 지리산 자락을 타고 흐르는 섬진강과 요천에는 미꾸라지가 풍부했고, 추수가 끝난 농부들은 그 미꾸라지를 잡아 시래기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야채를 넣어 된장국처럼 걸쭉하게 끓여 먹었다. 이것이 오늘날 ‘남원 추어탕’이라는 고유명사를 낳았다. 지금도 남원 시내 광한루원 옆에는 ‘추어탕 골목’이 형성되어 수십여 집이 어깨를 맞대고 손님을 맞는다.

 

골목의 대표적인 집으로 꼽히는 현식당은 100% 국내산 미꾸라지와 직접 담근 된장, 인근에서 재배한 시래기를 사용해 정통 남원식 맛을 지킨다. 그 옆의 부산집은 대대로 내려온 조리법을 이어받아 남원 추어탕의 명성을 함께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새집추어탕집은 남원 추어탕의 원조격으로 불리며 오랜 세월 동안 한결같은 방식으로 국물을 우려내 지금도 단골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골목을 거닐다 보면 각각의 집이 조금씩 다른 비법으로 국물을 내니, 집집마다 들어가 맛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추어탕 한 그릇을 비우고 나오면, 곧장 눈앞에 펼쳐지는 광한루원이 발길을 붙잡는다. 춘향전의 무대이자 조선 정원의 백미로 꼽히는 곳이다. 오작교와 삼신산을 둘러본 뒤, 요천 건너 전망대에 올라 남원 시내를 내려다보면, 방금 먹은 추어탕의 따스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남원이 왜 추어탕으로 유명해졌는지, 그리고 왜 지금도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지 몸소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9월, 지친 여름의 피로를 풀고 싶다면 남원으로 향해보자. 광한루의 고즈넉한 풍경과 함께 걸쭉한 추어탕 한 그릇이 올가을 최고의 보양이 되어줄 것이다.

 

남원 둘러보기

 

광한루원

남원을 대표하는 명승지이자 조선시대 전통 정원의 백미로 꼽히는 곳이 광한루원이다. 본래 ‘광통루’라 불리던 누각을 세종 때 황희 정승의 후손들이 중창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광한루원은 춘향전의 배경 무대이기도 하여 더욱 유명하다.

 

 

누각과 오작교, 삼신산을 상징하는 연못의 세 섬은 이상향을 표현한 공간으로, 옛 선비들의 이상세계를 엿볼 수 있다. 특히 해마다 5월에 열리는 춘향제는 이곳을 중심으로 펼쳐져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광한루원은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고전문학과 민속, 축제가 어우러진 복합 문화유산으로, 남원을 여행한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상징적 명소라 할 수 있다.

 

춘향테마파크

춘향테마파크는 남원의 대표 고전소설 ‘춘향전’을 주제로 꾸며진 체험형 관광지다. 광한루원과 가까워 함께 둘러보기 좋으며, 월매집과 방자네 집, 향단이네 집 등 소설 속 주요 공간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놓아 마치 소설 속 장면 속으로 들어간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춘향과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이나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공원 내에는 남원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어 추억을 남기기에 제격이다. 단순히 소설을 기념하는 공간을 넘어 남원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화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

 

혼불문학관

남원 사매면에 위치한 혼불문학관은 대하소설 『혼불』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공간이다. 소설가 최명희가 태어나고 자란 지역을 배경으로, 한국 향토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혼불’은 아직 미완으로 남았지만 그 문학적 깊이와 미학은 지금도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문학관은 한옥 건물로 지어져 전통미를 살렸으며, 전시관에는 최명희의 육필 원고, 집필 당시 사용한 도구, 관련 문학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또 꽃심관이라는 별관에서는 누마루와 사랑방이 꾸며져 있어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생생히 체험할 수 있다. 남원을 찾는 이들에게 문학적 감수성을 되새기며, 소설 속 시대와 공간을 상상해볼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실상사

실상사는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유서 깊은 고찰로, 신라 흥덕왕 3년(826)에 홍척대사가 창건하였다. 한국 불교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곳으로, 구산선문(九山禪門)의 시작점이자 선종 불교의 본격적인 출발지로 평가된다. 절은 평지에 조성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국보 제10호인 백장암 삼층석탑과 보물로 지정된 탑과 불상 등 수많은 문화재가 전해지고 있다.

 

 

또한 경내에 있는 거대한 돌장승은 마을 수호신으로서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천년 고찰답게 고즈넉하고 장엄한 분위기 속에서 참선을 하거나 산사를 거닐다 보면, 자연과 더불어 불교의 깊은 정신세계를 느낄 수 있다. 역사와 신앙, 문화재가 어우러진 실상사는 남원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유튜브 바로가기>

 

[프로필] 황준호(필명: 黃河)

•여행작가

•브런치 [황하와 떠나는 달팽이 여행] 작가

•블로그 | 지구별 여행자 운영자

•스튜디오팝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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