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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획] 회계사 합격해도 백수로 ‘3년째’…거리로 나선 청년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수백명의 청년회계사들이 14일 스산한 가을비를 맞으며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 삼삼오오 모였다.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일할 곳이 없어 ‘3년째 백수’로 지내는 미지정 회계사들이다.

 

청년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현재 ‘미지정 회계사’들이 600명에 달하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날 집회에 나선 김모 씨(29)는 “이번 명절에도 큰집에 가지 못했어요. 친척들이 ‘어느 법인에 들어갔냐’고 묻는데…, 백수인 저는 대답할 자신이 없었습니다”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른 청년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합격한 지 2년이 지났는데 아직 수습기관을 못 찾았어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버팁니다. ‘회계사는 배부르다’는 말, 이제 남 얘기죠.”

 

“현재는 제가 아무리 눈을 낮추고, 심지어 감사를 포기하여도 일반 중소기업조차 들어갈 수 없습니다. 기업들은 경험이 없는 회계사를 필요로 하지 않고, 우리는 실무를 배우지 못한 상태라 경쟁력이 없습니다. 5년을 공부했지만 이제는 어디에서도 저를 받아주지 않아요.”

 

이들이 백수가 된 건, 눈이 높아서가 아니다.

 

법률에 따르면, 신입회계사들은 의무적으로 회계법인에서 2년의 수습과정을 거쳐야 한다. 회계사는 기업이 회계장부를 조작하는지 감시하는 ‘외부감사’ 업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외부감사가 잘 되는 나라는 외부의 신뢰도 받고, 투자받기도 쉽다.

 

하지만 ‘외부감사’ 중요성은 크게 낮아졌다.

 

대우조선해양‧모뉴엘 등 수십조원의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주는 기업 회계조작 사건들은 국가 재정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2018년 전후로 국회와 정부는 ‘외부감사’ 법규들을 대거 강화했고, 회계법인들도 정부의 외부감사 강화에 대비해 신입 회계사들을 대거 채용했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지난 정부는 내부회계관리제도 유예, 지정감사제 면제, 표준감사시간 관련 조항 폐지 등 ‘외부감사’와 관련된 주요 법규들을 대거 약화‧무력화시켰다. 기업 편의가 이유였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질 좋은 청년 일자리를 만든다며 매년 신입 회계사를 1200명씩 뽑았지만, 일감이 줄었는데 사람을 뽑을 기업은 없다. 회계법인들도 마찬가지다.

 

청년회계사 수백명이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년공인회계사회 측은 미지정 회계사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 부족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모든 원인은 외부감사 약화라며 ‘제2의 대형 회계부정’을 우려한다.

 

한국 기업의 신뢰 수준은 원래부터 매우 낮다.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회계 사기 사건이 터지고 관련자들은 솜방망이로 처벌되는 나라에 신뢰를 보낼 나라는 없다.

 

그러나 2018년 외부감사 법규가 강화되면서,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대학원)의 한국의 회계투명성 순위는 60위권에서 2021년 37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지난 정부가 외부감사 법규를 약화하고, 덩달아 기업 회계조작 및 횡령사건이 발생하자 올해 스위스 IMD 회계투명성 순위는 최하위권인 60위로 추락했다.

 

청년공인회계사회 측은 이러한 외부감사 약화가 대형 회계조작 사건을 일으킬 수 있다며, 외부감사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해법은 표준감사시간제도 재도입과 유예 중인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전면 시행이다.

 

구조적인 백수 회계사 양산을 줄이기 위해선 신입 회계사 선발인원 ‘정상화’와 수습 인프라 기반 정책 전면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청년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국가의 자본시장 신뢰 회복의 첫걸음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라며 “현재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수요를 고려하지 않는 숫자 늘리기는 회계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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