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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사람을 위한 ENTJ도시, 코펜하겐 디자인 전략

 

(조세금융신문=장기민 한국외대 도시·미학 지도교수)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세계적으로 ‘사람 중심 도시’라는 정체성을 확립한 곳이다. 단순히 교통체계를 잘 갖춘 도시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걷기와 자전거, 그리고 사람의 관계를 우선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흔히 도시를 MBTI 성격유형에 비유한다면, 코펜하겐은 배려심 많고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하는 ‘ENFJ형’에 가까울 것이다. 자기만의 독창성을 지니면서도 타인의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하는 도시, 바로 코펜하겐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교육과 산업, 일상 속에 스며든 지속 가능성

 

우선 교육적인 측면에서 코펜하겐은 환경과 지속 가능성의 가치를 어린 시절부터 내면화하도록 돕는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는 것이 일상이며, 교사와 학부모 모두가 도시의 안전한 도로 설계를 신뢰한다. 도시 차원의 친환경 정책은 교육과 직접 연결된다.

 

 

 

 

단순히 교실에서 기후 변화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일상적 이동 자체가 환경교육이 된다. ‘지속 가능한 행동’이 특별한 활동이 아닌 삶의 기본값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미래 세대가 도시를 다시 설계할 때 더욱 친환경적이고 사람 중심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양이 된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코펜하겐은 디자인·환경 산업의 허브 역할을 한다. 덴마크 특유의 실용적이면서도 미학적인 디자인 정신은 가구, 건축, 패션 산업 전반에 스며 있다. 코펜하겐의 디자인은 화려함보다 기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중시한다. 자원을 절약하고,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며, 동시에 사람의 감각과 생활 동선을 존중한다.

 

이 도시가 배출한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은 ‘심플하지만 사람 중심적’이라는 공통된 미학을 공유한다. 나아가 ‘그린 산업’은 코펜하겐 경제의 중요한 축이 되었고, 2025년까지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수도를 목표로 삼는 도전 역시 산업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도시 디자인이 만드는 공동체의 미래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코펜하겐은 도시 공간 자체가 살아 있는 디자인 교과서다. 시청광장에서 자전거가 도로의 주인공이 되는 장면, 항구를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전환한 ‘하버 배스(Harbour Bath)’, 폐산업 공간을 공원으로 변신시킨 ‘슈퍼킬렌(Superkilen)’ 같은 프로젝트는 도시 디자인이 어떻게 공동체의 일상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곳의 디자인은 단순한 미관을 넘어 ‘참여’를 이끌어낸다. 시민들이 스스로 도시의 공간을 쓰고, 놀이하며, 소통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은 곧 민주주의적 실천이 된다.

 

 

 

 

미래도시적인 측면에서 코펜하겐은 기후위기 대응의 선두주자다. 자전거 전용도로 네트워크, 해상풍력발전단지, 스마트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은 단순한 인프라를 넘어 ‘지속 가능한 도시 운영 모델’을 보여준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과제 앞에서 코펜하겐은 실험실이자 교과서로 기능한다. 도시계획은 더 이상 건물과 도로에 한정되지 않고, 인간의 삶과 지구적 책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함을 이 도시가 증명한다.

 

결국 코펜하겐의 콘셉트는 “도시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명제다. 이 명제를 실현하기 위해 코펜하겐은 교육에서부터 산업, 디자인, 미래 전략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을 ‘사람’과 ‘환경’에 맞추어 조율한다. 이러한 일관성은 세계 각지의 도시들에게 깊은 영감을 준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 구조가 여전히 지배적인 많은 도시들과 달리, 코펜하겐은 사람의 속도, 사람의 관계, 사람의 삶의 질을 도시 운영의 핵심으로 둔다.

 

코펜하겐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그 소박한 디자인과 정책의 집합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히게 만들었다. 도시의 MBTI를 묻는다면, 코펜하겐은 분명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따뜻한 성격’으로 답할 것이다. 도시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하나의 인격체처럼 다가올 때, 우리는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식 또한 달라질 수 있음을 코펜하겐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프로필] 장기민 한국외대 도시·미학 지도교수

•(현)서울창업기업원 기업경영위원장

•(현)한국경영환경위원회 위원장

•인하대학교 경제학, 도시계획학 박사

•국민대학교 디자인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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