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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냉동 vs 건조’…중국산 녹두, 600% 관세 폭탄 피한 사연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중국산 녹두의 품목분류를 둘러싸고 수입업체와 부산세관이 분쟁을 벌였다. 업체는 해당 제품이 낮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냉동 채소’라고 주장한 반면, 세관은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 ‘건조 녹두’라며 맞섰다.

 

쟁점이 된 물품은 업체가 2021년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에서 들여온 녹두 제품이다. 업체는 수입 신고 당시 이를 ‘냉동 녹두’(HSK 0710.22-0000호)로 분류해 신고했고, 세관도 이를 수리했다.

 

그러나 세관이 관세중앙분석소에 정밀 분석을 의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분석 결과 “건조한 녹두에 해당한다”는 회신이 나오자, 세관은 품목을 ‘건조 녹두’(HSK 0713.31-9000호)로 재분류하고 부족한 세액과 가산세를 경정·고지했다. 이에 불복한 업체는 과세전적부심사 등을 거쳐 2023년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 냉동 채소 vs 건조 채두류…관세율 ‘수십 배’ 차이

 

이번 사건의 쟁점은 같은 녹두라도 최종 제품을 어떤 상태의 물품으로 볼 것인지 여부다.

 

수입업체가 주장한 ‘냉동 채소’(제0710호)는 냉동 상태이면서 물에 삶거나 쪄서 조리한 경우 여기에 포함된다. 이 경우 적용되는 관세율은 27%다.

 

반면 세관이 적용한 ‘건조한 채두류’(제0713호)는 농산물 보호를 위해 매우 높은 관세 장벽이 쳐져 있다. 양허관세 추천을 받지 못할 경우 관세율이 무려 607.5%에 달한다.

 

결국 이 물품을 ‘냉동 채소’로 볼지, ‘건조한 채두류’로 볼지에 따라 관세 부담이 수십 배까지 벌어지는 구조다.

 

◆ 세관 “본질은 건조 녹두…살짝 찌고 얼린 것에 불과”

 

세관은 해당 물품의 본질이 여전히 ‘건조한 채두류’라고 강조했다. 녹두는 본래 수확 후 건조 상태로 유통되는 곡물이며, 쟁점 물품은 건조 녹두를 물에 불려 일부 열처리한 뒤 냉동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세관은 관세중앙분석소의 정밀분석 결과를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쟁점 물품은 증숙(찌기) 처리가 됐지만 완전히 익지 않아 특유의 비린 맛이 남아 있었고, 내부 전분 입자의 형태도 완전히 파괴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관은 “총단백질 중 수용성 단백질 비율이 상당해 완전히 조리된 상태로 보기 어렵다”며 “열처리로 인한 자엽(떡잎) 내부 특성의 유의미한 변화가 확인되지 않으므로 건조 종실 상태와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관세율표 체계상 신선한 채소를 그대로 냉동한 경우에만 0710호에 속하며, 이미 건조된 종실을 재가공한 경우에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건조 녹두(0713호)로 분류한 과세 처분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 업체 “100℃ 이상 쪄서 급속 냉동…명백한 조리 식품”

 

반면 업체는 쟁점 물품이 단순한 건조 농산물이 아닌, 충분한 가공 공정을 거친 ‘냉동 채소’라고 맞섰다.

 

업체는 “이 물품은 건조 녹두를 물에 불린 후 100℃ 이상의 증기로 40분간 찌고 영하 18℃ 이하로 급속 냉동한 제품”이라며 “관세율표 제0710호의 정의인 ‘물에 삶거나 쪄서 조리한 냉동 채소’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업체는 제품의 물성이 완전히 변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증숙 과정을 거친 냉동 녹두는 손으로 문지르면 쉽게 으깨질 정도로 조직이 연해져 있어, 딱딱한 건조 상태의 원료와는 식감과 상태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수분 함량 역시 중요한 근거가 됐다. 최종 제품의 수분 함량은 약 35~40%로, 통상적인 건조 녹두의 함수율(10~14%)을 훨씬 상회한다. 업체는 “세관이 내세운 ‘자엽의 내부 특성 변화’라는 기준은 법령에 없는 자의적인 잣대”라며 “명확한 기준 없이 고율 관세를 매긴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 심판원 “수분 35% 넘고 냉동 유통…건조 녹두로 볼 수 없다”

 

조세심판원은 양측 주장을 검토한 끝에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무엇보다 쟁점 물품의 ‘수분 함량’과 ‘유통 상태’에 주목했다.

 

심판원은 결정문에서 “쟁점 물품의 실제 수분 함량이 35.6%로 측정돼, 세관이 전제한 건조 녹두의 일반적 수분 기준(10~14%)을 크게 초과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당 물품이 냉동 컨테이너로 운송되어 수입 당시까지 냉동 상태를 유지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를 일반적인 건조 채두류와 동일하게 취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세관이 제시한 분석 결과에 대해서도 심판원은 다른 해석을 내놨다. 비록 서류상 ‘건조 녹두를 원료로 했다’고 추정되더라도, 최종 수입된 물품의 상태가 냉동 채소의 특성을 갖추고 있다면 원료의 성격만으로 분류를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더욱이 수입 당시 법령에 ‘찌거나 삶아서 냉동한 채두류’를 건조 채두류로 분류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점도 인정됐다.

 

결국 심판원은 “쟁점 물품을 건조한 채두류로 보아 고율 관세를 부과한 처분은 잘못”이라며 세관의 과세 처분을 취소하고, 해당 물품을 ‘냉동 채소’(HSK 0710.22-0000호)로 인정한다고 최종 판단했다.

 

 

[참고 심판례: 부산세관-조심-20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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