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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담배 필터 로드, 관세율 8%→10% ‘껑충’ 뛴 이유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궐련형 담배의 핵심 부품인 ‘필터 로드(Filter Rods)’의 관세 품목분류를 두고 수입업체와 세관당국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쟁점은 이 물품을 단순한 ‘워딩(솜) 제품’(HSK 5601.22-0000호, 기본세율 8%)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섬유를 가공해 만든 ‘그 밖의 제품’(HSK 6307.90-9000호, 기본세율 10%)으로 볼 것인지 여부다.

 

사건은 수입업체가 2020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계열사로부터 궐련형 담배 제조에 쓰이는 필터 로드 103건을 수입하면서 시작됐다. 업체는 이 물품을 ‘인조섬유로 만든 워딩(솜) 제품’(HSK 5601.22-0000호)으로 신고해 관세율 8%를 적용받았고, 세관도 이를 그대로 수리했다.

 

그러나 2023년 관세품목분류위원회가 유사 물품에 대해 ‘워딩이 아닌 그 밖의 제품(HSK 6307.90-9000호)’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후 광주세관은 관세조사 과정에서 업체에 품목분류 오류를 안내했고, 업체는 이를 수용해 2025년 2월 관련 세액을 수정신고·납부했다.

 

이와 함께 업체는 곧바로 “원래 신고했던 워딩 제품(5601호)이 맞다”며 처분청인 부산세관에 감액경정을 청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업체는 2025년 7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 담배 필터 로드, 품목분류 쟁점은?

 

담배 공장에서는 생산 효율을 위해 손가락 마디만 한 필터를 하나하나 따로 만들지 않는다. 대신 긴 막대기 형태의 필터 로드를 먼저 만든 뒤, 공장에서 이를 4등분으로 잘라 담배 끝에 부착한다. 이 필터 로드는 ‘아세테이트 토우’라는 섬유 뭉치에 ‘트리아세틴’이라는 경화제(굳히는 약품)를 뿌려 원통형으로 성형하고, 겉면을 종이로 감싸 만든다.

 

관세율표 해설서(제5601호)는 “접착제(응집제)가 내부층까지 침투한 것은 설령 섬유가 쉽게 분리되더라도 워딩(솜)이 아닌 ‘부직포’(제5603호)로 보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경화제가 섬유 속까지 스며들어 굳어졌다면 더 이상 부드러운 ‘솜’으로 볼 수 없고, 부직포 성격의 ‘제품’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업체는 이 물품을 ‘워딩의 제품’(5601호)으로 주장한 반면, 세관은 이를 방직용 섬유재료(부직포 성격)로 만든 ‘그 밖의 제품’(6307호)으로 판단해 관세율이 달라지게 됐다.

 

◆ 업체 “막대 모양이라 부직포 아냐…WCO도 5601호 분류”

 

업체는 이 물품이 ‘워딩(솜)’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이유는 ‘형태’였다. 업체 측은 “부직포란 기본적으로 넓은 시트(Sheet)나 웹(Web) 형태여야 하는데, 이 물품은 가늘고 긴 봉(Rod) 모양이므로 애초에 부직포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직포가 아니니 부직포 제품(6307호)으로도 갈 수 없고, 결국 솜 제품인 5601호에 남아야 한다는 논리다.

 

국제적인 관행도 근거로 들었다. 업체는 “세계관세기구(WCO)가 1987년에 이미 담배 필터 로드를 5601호로 분류했고, 한국 관세청도 1990년 고시를 통해 이를 수용했다”며 “30년 넘게 이어온 분류 기준을 이제 와서 뒤집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난다”고 항변했다.

 

또한 업체는 경화제인 트리아세틴이 사용되긴 했지만, 이는 모양을 잡기 위한 것일 뿐이며 이로 인해 물품의 본질이 ‘솜’에서 ‘부직포’로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 세관 “결합제 속까지 침투…‘솜’ 아닌 ‘제품’으로 봐야”

 

세관은 과학적 분석 결과를 근거로 반박했다. 중앙관세분석소가 쟁점 물품을 정밀 분석한 결과, 필터의 겉면(약 1.5mm)뿐만 아니라 가장 깊숙한 내부층에서도 트리아세틴 성분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세관은 “결합제가 내부까지 침투해 섬유들을 결합시켰다면, 이는 관세율표 해설서상 명백히 ‘워딩(솜)’에서 제외되는 사유”라고 지적했다. 솜처럼 푹신한 상태가 아니라 약품을 통해 섬유가 서로 단단히 결합된 상태이므로, 워딩이 아닌 부직포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업체가 제시한 1987년 WCO 사례에 대해서도 세관은 선을 그었다. 세관은 “해당 WCO 결정은 1988년 관세율표 해설서가 개정되기 전의 일”이라며 “1988년 개정 때 ‘내부 침투 시 부직포로 분류한다’는 단서 조항이 신설되었으므로, 현재 시점에서는 개정된 규정을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맞섰다.

 

◆ 조세심판원 “내부 침투 확인…‘그 밖의 제품’ 타당”

 

조세심판원은 세관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품목분류의 기준이 되는 관세율표 해설서의 ‘내부 침투’ 규정을 판단의 핵심 근거로 삼았다.

 

심판원은 결정문에서 “분석 결과 트리아세틴이 물품의 외부와 내부 모두에 존재함이 확인됐다”며 “이는 1988년 이후 개정된 해설서에서 말하는 ‘워딩에서 제외되어 부직포로 분류되는 요건’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심판원은 관세율표 제11부 주 규정(제7호)을 적용해 논리를 완성했다. 해당 규정은 특정 모양으로 재단된 것을 ‘제품’으로 정의하는데, 쟁점 물품은 이에 해당하며 다른 호에 구체적으로 열거되지 않았으므로 ‘기타의 방직용 섬유 제품’을 분류하는 제6307호에 귀속된다는 결론이다.

 

업체가 주장한 1987년 WCO 사례와 국내 고시에 대해서는 “해당 사례 속 물품이 지금의 쟁점 물품처럼 화학물질이 내부까지 침투했는지 확인할 수 없어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심판원은 담배 필터 로드를 단순한 워딩(솜) 제품이 아닌 방직용 섬유재료로 만든 ‘그 밖의 제품’으로 보아 HSK 6307.90-9000호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업체의 심판청구는 기각됐고, 세관의 과세 처분은 유지됐다.

 

[참고 심판례: 부산세관-조심-202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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