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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악기, 기타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명저 「먼 북소리」의 서두에 보면, ‘어딘가 아주 먼 곳에서 들리는 북소리를 듣고 그 소리에 이끌려 떠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는 귓가에 맴도는 북소리를 듣고 유럽으로 훌쩍 떠나 그 곳에서 몇 년의 정착생활을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두 권의 베스트셀러를 더 남기지요.

 

기타소리가 귓가에 아련해 눈을 감으니 어느 덧 마음이 알함브라로 향합니다.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이라 하면 기타의 명곡 중의 명곡이죠. 깊은 애수가 서려있다는 표현이 적절할까요. 트레몰로 주법의 화려함이 단조의 화성과 어우러져 마음을 진동시키는 묘한 매력을 뿜어냅니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 알함브라

‘알함브라’는 스페인의 마지막 이슬람 왕조인 나스르 왕조의 무하마드 1세 ‘알 갈리브’가 13세기 중반에 세우기 시작하여 14세기에 완성한 건축물입니다.

 

이슬람의 마지막 왕인 ‘보압딜왕’이 전쟁에 패해 궁전을 떠나면서 “스페인을 잃는 것은 아깝지 않은데 알함브라를 다시 볼 수 없는 것은 안타깝고 원통하다”라고 했을 정도로 아랍문화의 웅장함과 화려함을 간직한 성이지요. 보압딜왕이 떠난 후 입성한 에스파냐군은 당초의 약속과는 달리 무자비한 살육으로 수많은 피를 뿌렸고 그 피는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슬픈 과거를 무색하게 만드는 붉은 빛의 아름다운 건물 외관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훔쳤습니다. ‘알함브라’는 ‘붉다’라는 의미인데 스페인의 강렬한 태양빛을 받아 빛이 나면 그 모습은 정말 장관이랍니다. 슬픔이 뿌려진 자리에 사랑이 피어나고, 또 그 안에서 빛나는 희망을 보고… 유구한 세월 동안 수많은 반복을 거듭했겠지요.

 

기타의 신, 프란치스코 타레가

‘프란치스코 타레가(Francisco Tárrega)’는 스페인의 가장 으뜸가는 기타 연주가이자 작곡가입니다. 타레가 또한 가슴 아픈 사랑을 하며 이곳에서 그의 상처를 풀어내었습니다. 그는 제자이자 유부녀였던 여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거절당한 아픔을 여기서 달래며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이라는 명곡을 탄생시켰답니다.

 

그는 ‘기타’라는 악기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일등 공신이기도 합니다. 그의 손끝을 통하여 고전 작곡가의 작품인 슈베르트, 모차르트 등의 작품들이 기타용으로 편곡되어 나왔는가 하면, 새로운 음색과 주법들이 개발되었습니다.

 

‘기타’라는 악기가 아니면, 그리고 ‘타레가’라는 연주자가 아니면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이 곡이 탄생하기 힘들었겠죠. ‘기타의 신 타레가’의 재능에 ‘알함브라’라는 명소가 만들어 낸 명곡입니다.

 

타레가는 음악의 구성을 단조로 시작하여 장조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실연으로 괴로워했지만, 알함브라에서 치유하고 결국 밝은 희망으로 향한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조심하느라 여행은 엄두도 내기 힘드시죠. 일단 알함브라의 멋진 사진을 펼치고, 그 다음은 기타연주로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을 들으면서 지그시 눈감으면 어느덧 알함브라에 당도하지 않을까요.

 

‘알함브라궁전의 추억’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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