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2 (토)

  • 흐림동두천 20.6℃
  • 구름많음강릉 23.6℃
  • 연무서울 20.3℃
  • 흐림대전 21.3℃
  • 구름많음대구 23.9℃
  • 구름많음울산 24.0℃
  • 흐림광주 20.0℃
  • 흐림부산 23.1℃
  • 흐림고창 20.0℃
  • 흐림제주 19.7℃
  • 흐림강화 17.4℃
  • 구름많음보은 20.5℃
  • 흐림금산 22.6℃
  • 흐림강진군 22.5℃
  • 구름많음경주시 23.9℃
  • 흐림거제 22.1℃
기상청 제공

[예규·판례] 국세청, “물어도 답 없어 과세”…심판원, “입증책임 회피?”

— “소명 요청에도 모르쇠, 과세 불가피” 국세청 해명에 “입증책임 부인할 셈?”
— 가족돈 꿔서 부동산 구입한 납세자, “꿔준 돈 받은 것이고, 꾼 돈도 다 갚아”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돈이 부족해 친언니로부터 돈을 꿔 아파트를 구입한 뒤 나중에 죄다 갚았는데, 국세청이 증여세 조사를 하면서 언니가 꿔준 돈까지 싸잡아 증여받은 것이라면서 증여세를 물렸다.

 

여동생은 엄마가 준 돈이 아니라 꿔준 돈을 돌려받은 것이라는 점을 소명할 기회를 놓쳤다며 국세청 과세에 불복, 조세심판원 행정심판 청구를 통해 재조사 결정을 받아냈다. 심판원이 재조사결정을 내린 핵심 이유는 국세청도 과세가 불가피한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세심판원은 최근 “언니로부터 부동산 취득 자금을 일시 융통, 부동산을 취득한 뒤 전세보증금을 받아 언니에게 갚은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지만 조사 당시 소명기간 부족을 이유로 불복했던 조세심판 청구건을 심사, 재조사 결정을 내렸다"면서 해당 조세심판결정례(조심2021서6059, 2022.4.26 결정)를 공개했다.

 

심판원은 “납세자의 소명자료를 추가로 제시받아 이를 재조사한 다음, 그 결과에 따라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경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결정문에 명시했다.

 

A씨는 지난 2008년 1월15일 단독주택을 취득하고, 2010년 9월15일에는 아파트 분양권을 다시 취득했다. 이듬해 인 2011년 2월14일에는 아파트 한채를 다시 취득했다.

 

국세청은 A씨의 주택과 아파트 취득자금 중 일부가 언니 B씨와 모친 C씨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A씨 거주지 관할 P세무서장의 자료통보를 받고, 지난 2020년11월2일 A씨에게 증여세를 결정・고지(변경전고지)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소명하자 재조사, 2021년 7월23일 다시 한 번 경정・고지 했다. A씨는 이에 불복, 2021년10월7일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A씨가 불복한 이유는 간단치 않다. 국세청이 최초 조사 때 자신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재조사 한 것 까지는 좋은데, 재조사로 모친 C씨로부터 꾼 돈은 증여추정 금액에서 뺐을 뿐 전체적으로 적법한 감액경정은 아니라는 것.

 

A씨는 “최초 변경전고지를 먼저 취소한 다음 나머지 상환액에 대해 두번째 변경전고지를 감액했어야 한다”면서 “국세청이 두번째 변경전고지에서 일괄 감액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국세청은 재조사 후 두 번째 변경전고지를 취한 이후 4차례 고지(변경후고지) 때도 최초 변경전고지를 취소하지 않고 이자를 주지 않거나(무상이자) 빚을 대신 갚아준 정황(대위변제) 등을 새로운 사실관계를 들며, 증여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A씨는 이에 “해당 금액을 언니에게 전액 상환하고 이자 등도 줬는데 국세청이 사실관계 고려 없이 부당하게 증여로 단정, 과세했다”고 조세심판원에 소명했다.

 

반면 국세청은 “A씨가 이의신청 과정에서 따로 주장한 적이 없어 최초 변경전 고지를 유지했을 뿐이며, 다른 건도 두번째 변경전고지에 대한 이의신청 청구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감액한 것이기 때문에 해당 처분들은 더 이상 불복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변경후고지에 해당하는 나머지 처분들에서 은행대출금과 개인차입금은 A씨가 조달한 것으로 인정, 그 자금 자체는 증여추정에서 제외했다”면서도 “하지만 그 뒤 언니가 은행대출금을 대신 갚고 A씨가 개인차입금 이자도 부담하지 않은 점이 확인돼 증여로 봐 변경후고지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우리가 변경후고지에 앞서 A씨에게 관련 소명을 요구했지만 A씨는 소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세심판원 담당 심판부는 양측의 입장을 들은 뒤 우선 “A씨가 당초 두 차례 변경전고지에 대해 불복(이의신청)을 제기한 이상, 해당 처분에 따른 과세표준 및 세액이 객관적으로 합당한지를 살피는 게 심리대상”이라며 “A씨가 실체적 적법 여부에 대해 이후 불복단계에서 제기할 수 있다”고 봤다. 앞선 불복단계에서 주장하지 않았던 사항도 이후 단계에서 새로 주장할 수 있다고 본 것.

 

심판원은 또 A씨가 모친으로부터 받은 돈도 정황상 증여받은 게 아니라 꿔준 돈을 돌려받은 것임을 국세청도 인정한 만큼, 국세청이 이를 부인하기 위해 별도의 입증을 하지 못하는 한 모친에 꿔준 돈을 초과한 금액만 증여받은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심판원은 이와 함께 국세청이 재조사결과 최초 변경전고지를 취소하지 않고 증여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사실 등을 포착한 다음, 처분에 앞서 A씨에게 소명을 요구했음에도 A씨가 소명하지 않아 이후 4차례 고지했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판원은 “재산의 증여사실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할 사항”이라고 전제, “A씨가 출처 등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해 증여로 추정한다 하더라도 이를 납득할만한 최소한의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이 부담해야 한다”면서 “국세청은 A씨가 소명하지 않아 과세했다고 하는데, 이는 과세권자로서 져야 하는 입증책임이 충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문에서 밝혔다.

 

이처럼 심판원 결정의 핵심은 “A씨 주장이 전적으로 옳다”는 게 아니라 “국세청이 A씨의 소명을 추가로 제시받아 다시 면밀히 조사한 뒤 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심판원은 구체적으로 A씨가 모친으로부터 받은 돈 일부가 꿔준 돈을 받았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봐 관련 세금을 깎아 다시 과세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언니로부터 받은 돈은 진짜 꾼 돈이 맞는지, 맞다면 원리금을 제대로 갚았는지를 정확히 다시 조사해서 증여 여부를 판단, 다시 과세하라고 주문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가상자산과 쥐(rat)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최근 가상자산 ‘오지급’ 사고가 발생했다. 단순한 입력 실수, 이른바 팻핑거(fat finger)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숫자 하나를 잘못 눌렀을 뿐인데, 그 결과는 62조 원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로 번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거래소는 바로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이달 말 도입할 예정이었다. 기술은 준비되고 있었지만, 실수는 그보다 빨랐다. ​이런 일은 결코 낯설지 않다. 몇 해 전 한 중견 수출업체가 수출 실적을 달러가 아닌 원화로 신고하는 바람에, 국가 전체의 수출액이 10억 달러나 과다 계상되는 일이 있었다. 첨단 시스템과 자동화가 일상화된 시대지만, 휴먼에러는 여전히 우리의 곁에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사람의 실수’를 전제로 한 제도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가상자산은 분명 편리하다. 국경을 넘는 송금은 빠르고, 비용은 적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비대면·익명성이 강하고 사용자 확인이 어려운 특성 탓에, 돈세탁이나 사기, 불법 외환거래에 악용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주지만, 동시에 새로운 범죄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특히 가상자
[인터뷰] 뮤지컬 '4번출구' 제작 김소정 대표...청소년 ‘삶의 선택지’ 제시
(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무대 위에서 가장 조용한 숨으로 깊은 소리를 만드는 오보에처럼, 이제는 소외된 아이들의 숨소리를 담아내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보이스트에서 공연 제작자로 변신한 주식회사 스토리움의 김소정 대표가 뮤지컬 〈4번 출구〉를 통해 청소년 생명존중 메시지를 전한다. 2026년 청소년 생명존중 문화 확산 사업 작품으로 선정된 이번 뮤지컬은 김 대표가 연주자의 길을 잠시 멈추고 제작자로서 내딛는 첫 번째 공공 프로젝트다. 공연 제작자 김소정 스토리움 대표 인터뷰 내용을 통해 '4번출구'에 대해 들어봤다. ■ 완벽을 추구하던 연주자, ‘사람의 삶’에 질문을 던지다 김소정 대표는 오랫동안 클래식 무대에서 활동해온 오보이스트다. 예민한 악기인 오보에를 다루며 늘 완벽한 소리를 향해 자신을 조율해왔던 그는 어느 날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 대표는 “어느 순간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숨을 쏟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았다”면서 “완벽한 소리를 위해 버텨온 시간이 누군가의 삶과 어떻게 닿아 있는지 생각하게 되면서 개인의 완성을 넘어 더 많은 사람과 만나는 무대를 꿈꾸게 됐다”고 제작사 ‘스토리움’의 설립 배경을 밝혔다. ■ 〈4(死)


인기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