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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 · 판례

[예규·판례] 사실상 주주 전원 동의가 있는 경우, 이사의 자기거래는 유효할까?

(조세금융신문=임화선 변호사) 이사의 자기거래, ‘주주 전원 동의’로는 부족하다

 

우리 상법은 이사 등과 회사 사이에 이익상반거래가 비밀리에 행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이사회의 직무감독권 행사를 통하여 이사 등과 회사 사이에 이루어지는 거래의 공정성을 확보함으로써 이사 등이 회사와의 거래를 통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고 회사와 주주에게 예기치 못한 손해를 입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회사와 이사 간의 거래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구 상법(2011. 4. 14. 법률 제106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법’이라고 한다) 제398조는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이 있는 때에 한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던 반면, 지금의 상법 제398조는 “이사 등이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를 하기 위하여는 미리 이사회에서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밝히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이사회의 승인은 이사 3분의 2 이상의 수로써 하여야 하고, 그 거래의 내용과 절차는 공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상법 제398조는 이사 등의 사익추구 행위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구 상법 제398조가 개정된 것으로, 구 상법 제398조와 달리 적용 대상을 주요주주 등에까지 확대하였고, ‘미리’ 중요사실을 밝히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을 것을 명시하였으며, 이사회 승인을 위한 결의 요건을 가중하였을 뿐만 아니라, 거래의 내용과 절차가 공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법 제398조의 문언 내용을 입법 취지와 개정 연혁 등에 비추어 보면, 이사 등이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유효하게 거래를 하기 위하여는 미리 상법 제398조에서 정한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사전에 상법 제398조에서 정한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거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하고, 사후에 그 거래 행위에 대하여 이사회 승인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인 거래 행위가 유효로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1다291712 판결 참조).

 

다만 상법 제383조에서 2인 이하의 이사만을 둔 소규모 회사의 경우 이사회의 승인을 주주총회의 승인으로 대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과 관련해서 이사회가 없는 1인 주주인 회사나 가족 구성원 전원이 주주인 회사의 경우 1인 주주나 가족 구성원인 주주 전부가 거래 당사자가 되어 사실상 주주 전원이 동의했다고 볼 수 있는 사안에서 절차상 주주총회 승인 없는 자기거래를 유효하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구 상법 제398조가 적용되던 시기의 대법원은 1인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은 일치하여 이해충돌의 염려가 없고, 상법상 자기거래의 제한은 주주와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등의 이유에서 자기거래를 위한 이사회의 승인은 1인 주주의 동의로 갈음할 수 있다고 보았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다4284 판결 등).

 

하지만 개정 상법하에서 대법원은 2인 이사만을 둔 소규모 회사의 경우 이사회의 승인은 주주총회의 승인으로 대신하도록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해석·적용하는 과정에서 이사 등의 자기거래를 제한하려는 입법 취지가 몰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일반적으로 주식회사에서 주주총회의 의결정족수를 충족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들이 동의하거나 승인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주주총회에서 그러한 내용의 주주총회 결의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자본금 총액이 10억 원 미만으로 이사가 1명 또는 2명인 회사의 이사가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를 하기 전에 주주총회에서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밝히고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거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9다205398 판결 참조).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의 판결에서도 대표이사가 회사와 투자계약을 체결하여 회사 자금을 수령한 사건에서 상법 제398조의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계약을 강행규정 위반으로 판단한 바 있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4. 7. 23. 선고 2023가합404198 판결).

 

위 사건에서 회사는 자본금 10억 원 미만의 소규모 회사였고, 대표이사와 주주는 계약 체결 당시 부부 관계로 사실상 가족회사였으나, 법원은 그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가 실제로 개최되었다거나 사전에 승인이 있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은 이상 계약은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나아가 법원은 사후적으로 주주가 동의하였거나 사실상 승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상법 제398조가 예정한 “사전 승인”을 대신할 수 없고, 자기거래의 공정성 확보라는 입법 취지를 잠탈하는 결과에 불과하다고 명확히 하였다.

 

즉, 1인 주주 또는 주주총회 의결정족수를 충족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들이 동의하였다고 볼 사정이 있더라도, 사전에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그 거래는 무효인 것이다.

 

결론: 1인 주주 회사라도 예외 없다

 

주식회사법의 기본 이념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 및 주주와 회사 간 법인격 분리 원칙이다. 법률적으로 주주는 주식회사의 소유자가 아니고, 그 경영권은 이사회에 위임하고 있으므로 1인 주주라고 하더라도 이사회의 권한을 대신 행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주주 전원 동의를 이사회의 승인으로 갈음할 수는 없다.

 

또한 1인 주주의 경우 회사의 법인격이 부인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인 주주의 부당한 자기거래 승인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회사 및 채권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는 어려운 구조이다.

 

개정 상법은 이사의 자기거래를 방치할 경우 회사의 이익이 훼손되어 소수 주주와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손실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사의 자기거래를 엄격하게 제한한 것이다.

 

1인 주주의 동의나 주주인 가족 구성원 전원의 동의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사회의 승인이나 주주총회 승인이 있는 것으로 갈음하게 된다면, 이는 상법이 추구하는 이해관계자 이익 보호라는 기본정신에 배치되고 상법상 자기거래의 강화된 제한 취지를 훼손할 우려도 있다.

 

주주와 회사의 법인격 분리 원칙은 모든 회사 행위에 일관성 있게 통일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므로, 절차적 공정성과 엄격성을 강조해 1인 주주의 회사라 하더라도 사전에 주주총회 승인 없는 이사의 자기거래는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프로필]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동인 구성원 변호사

•한국연구재단 고문변호사

•중부지방국세청 고문변호사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사법연수원 3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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