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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기자간담회] 연말 ‘대출 절벽’ 공포…이찬진 “연초엔 충격 없다”

2조원대 ELS 과징금 앞둔 은행권, RWA 유예 검토…“생산적 금융 위축 막을 것”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연말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은행권의 ‘대출 절벽’ 우려를 키우는 가운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내년 초까지 시장 불안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H지수 ELS 사태로 2조원 규모의 과징금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부담을 완화해 기업·중소기업 자금 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1일 이 원장은 여의도 금감원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가계대출 셧다운 현상과 관련해 “연초까지 ‘대출 절벽’이 발생하는 상황은 없게 하겠다. 내년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은행권은 올해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크게 초과한 데다, 일부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 접수를 중단하거나 점포별 한도를 제한하는 등 사실상 신규 취급이 막혀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연말까지의 한도 문제이지, 내년 전체의 대출 여력까지 제한하는 수준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 2조원대 과징금 앞둔 은행권…RWA 12조 증가 우려

 

은행권의 더 큰 고민은 홍콩 ELS 사태다. 금감원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곳에 약 2조원 규모의 과징금·과태료 사전 통지를 마쳤다. 이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의 제재로, 향후 최종 확정 시 RWA 증가 부담이 뒤따른다.

 

현행 규제상 과징금은 최대 10년간 7배(600%)의 운영리스크로 반영된다. 단순 계산하면 약 12조원의 RWA 증가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생산적 금융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장애 요인이 두 가지, RWA 증가와 자본건전성 규정 부담이라는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RWA 반영 시점 조정 등 여러 완화 방안을 금융위와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과징금을 확정될 때까지 RWA 반영에 유예하는 방안과 함께 과징금에 따른 운영리스크 반영 기간을 10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방식도 가능한지 분석하는 중이다.

 

이번 제재가 지나친 규제로 번질 수 있다는 업계 우려와 달리,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큰 사건이라고 본다. 이 원장은 “이번 홍콩 ELS 제재는 사실상 첫 리딩 케이스로,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감독당국이 어떤 기준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성이 있다”며 강한 제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사후 구제 노력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사고 이후 금융회사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피해 구제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제재 수위에서 균형 있게 참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 대출 절벽 장기화 가능성엔 선긋기

 

일각에선 정부 규제가 유지되는 한 내년 초까지도 대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 원장은 이 같은 전망에 선을 그었다.

 

그는 “연초 대출 절벽은 없을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대출 관련 우려 자체가 커지지 않도록 금융위와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4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이미 연간 목표의 30% 이상 초과했다. 이 원장은 “몇몇 은행은 연말까지 초과될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은행별 총량관리 책임을 언급하면서도, “내년까지 충격이 이어지는 상황은 만들지 않겠다”고 시장을 달랬다.

 

◇ 소비자보호 중심 조직개편도 연내 마무리

 

이 원장이 취임 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소비자 보호 중심의 조직개편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는 “조직개편의 방향은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다”라며 “새로운 소비자보호총괄본부는 사전예방적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안을 수립하고 있다. 12월 말까지 조직개편을 마무리하고, 내년 1월 10일 전후 인사도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위험 금융상품의 ‘금융사(제조사) 책임’도 강화된다. 과거엔 판매사만 제재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상품 구조 설계 과정에서의 책임까지 검증할 수 있는 감독 체계가 마련될 예정이다.

 

◇ 취임 3개월 소회…“금감원장은 극한직업”

 

이날 이 원장은 “금감원장은 극한직업”이라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어 “걱정한 대로 전문 영역이 아니다 보니 힘든 부분이 있었다”며 “국감은 체계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의 전체 메시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병행’이었다.

 

금감원은 홍콩 ELS 사태에 대해선 강력한 소비자 보호 기조를 유지하되, 그 여파가 RWA와 자본규제에만 집중돼 기업·중소기업 금융까지 위축되는 악순환은 차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은행권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지는 않지만, 정책적 공익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제도 설계와 운용을 조정하겠다는 이 원장의 발언은 향후 구체적인 RWA 조정안과 과징금 처리 과정에서 중요한 시그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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