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6 (금)

  • 흐림동두천 2.6℃
  • 구름많음강릉 6.7℃
  • 흐림서울 3.5℃
  • 대전 4.7℃
  • 맑음대구 9.3℃
  • 맑음울산 10.0℃
  • 구름많음광주 6.5℃
  • 맑음부산 10.8℃
  • 흐림고창 5.8℃
  • 흐림제주 9.5℃
  • 구름많음강화 3.0℃
  • 흐림보은 2.9℃
  • 흐림금산 3.6℃
  • 구름많음강진군 8.5℃
  • 맑음경주시 9.3℃
  • 맑음거제 11.0℃
기상청 제공

금융

[이슈분석] 전세금 돌려달라는데 은행은 ‘NO’…집주인·세입자 멘붕

대출 문턱 높아지며 전세금 반환 늦어져 갈등 증폭

서울에 거주 중인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계약 만기를 앞두고도 새집을 구하지 못했다. 전세 만기일이 다가왔지만 집주인은 “보증금 돌려줄 여력이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대출을 받아 돌려주겠다던 집주인은 최근 은행으로부터 “전세퇴거자금대출은 중단됐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되려 하소연이다. 박 씨는 “이럴 거면 처음부터 월세 살았지, 전세로 들어가진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세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빠르게 월세가 대체하고 있다. [편집자주]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정부가 6월 27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전세퇴거자금대출이 사실상 중단되거나 극도로 까다로운 조건에서 제한적으로 취급되고 있다.

 

기존에는 생활안정자금 명목으로 1억원 이상 대출이 비교적 유연하게 가능했다면, 규제 발표 이후에는 1억원 이하로 제한되거나 역전세 특례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만 일부 은행에서 제한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6월 27일까지 전세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만 1억원 초과 대출이 가능하다”고 밝히며 혼란 진화에 나섰으나 여기에 ‘임대인의 자력 보증금 반환 불가’라는 추가 조건이 붙었다.

 

문제는 자력 불가 여부를 누가,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 은행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대부분 전세퇴거자금대출을 중단했고, BNK부산은행과 우리은행이 일부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제한적으로 대출을 재개했지만, 그 마저도 복잡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 월세로 옮겨가는 시장의 ‘무게추’

 

금융당국은 6·27 대출규제가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불안정성을 잡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대출을 받지 못해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과 제때 돈을 못 받는 세입자 모두 ‘멘붕’ 상태에 빠져 있어 정부 의도와 달리 서민 피해만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퇴거자금대출 신청 시) ‘자력 반환 불가’를 입증하라고 하지만 은행이 판단할 기준도, 법적 권한도 없다. 대출 수요는 많은데 실행 가능한 케이스는 드물어서 고객과 마찰도 생긴다”며 “직원들 입장에서도 설명할 근거가 없어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전세의 월세화’ 현상에 더욱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미 전세금 반환이 어려워진 다수 집주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반전세 또는 월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 지수(95㎡ 이하 기준)는 6월 기준 126.6였다. 올해 상반기 동안 5.1% 상승한 수치로, 해당 기간 아파트 매매 지수(3.9%)와 전세 지수(1.1%)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결과적으로 전세는 자금 여력이 있는 일부 집주인만 감당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세입자 보증금으로 새집을 사고, 보증금만으로도 부동산 자산을 불릴 수 있었으나 역전세와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이 같은 방식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전세의 월세화는 단순한 시장 흐름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025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시장 진단 및 내수경기 활성화 전략 세미나’에서 “월세화 흐름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라며 “월세·전세는 실제 수요가 하방을 지지해 한 번 오른 가격은 하락이 어렵다. 최근 월세 상승폭이 확대되며 체감 월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규제에 낀 임대인과 세입자 “누가 책임지나”

 

금융당국은 무리한 대출로 자산 시장 불안이 커졌다고 설명하지만, 그 무게는 고스란히 서민이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입자는 돌려받지 못한 전세금 때문에 이중으로 고통받고 집주인은 대출을 받지 못해 세입자와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수도권 및 규제지역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는 사실상 전세퇴거자금대출이 원천 봉쇄됐고,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의 신규 전세계약은 더욱 힘들어졌다. 집주인이 실거주 조건을 내걸거나 아예 월세로 전환하려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금융사들도 대출 심사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당국의 정책 방향이 명확하게 정립되고 시장이 안정돼야 전세 대출도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 제도의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출 규제와 시장 구조 변화가 단기적 혼란을 넘어 제도의 존재 이유 자체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과 시장의 대응에 따라 주택 시장의 구조와 전세의 역할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세는 오랜 기간 한국 주거 문화의 대표적 형태였지만 최근 규제와 시장 변화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그 균열의 진동이 가장 먼저, 가장 약한 고리로 전달되고 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가상자산과 쥐(rat)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최근 가상자산 ‘오지급’ 사고가 발생했다. 단순한 입력 실수, 이른바 팻핑거(fat finger)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숫자 하나를 잘못 눌렀을 뿐인데, 그 결과는 62조 원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로 번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거래소는 바로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이달 말 도입할 예정이었다. 기술은 준비되고 있었지만, 실수는 그보다 빨랐다. ​이런 일은 결코 낯설지 않다. 몇 해 전 한 중견 수출업체가 수출 실적을 달러가 아닌 원화로 신고하는 바람에, 국가 전체의 수출액이 10억 달러나 과다 계상되는 일이 있었다. 첨단 시스템과 자동화가 일상화된 시대지만, 휴먼에러는 여전히 우리의 곁에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사람의 실수’를 전제로 한 제도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가상자산은 분명 편리하다. 국경을 넘는 송금은 빠르고, 비용은 적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비대면·익명성이 강하고 사용자 확인이 어려운 특성 탓에, 돈세탁이나 사기, 불법 외환거래에 악용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주지만, 동시에 새로운 범죄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특히 가상자
[인터뷰] 뮤지컬 '4번출구' 제작 김소정 대표...청소년 ‘삶의 선택지’ 제시
(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무대 위에서 가장 조용한 숨으로 깊은 소리를 만드는 오보에처럼, 이제는 소외된 아이들의 숨소리를 담아내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보이스트에서 공연 제작자로 변신한 주식회사 스토리움의 김소정 대표가 뮤지컬 〈4번 출구〉를 통해 청소년 생명존중 메시지를 전한다. 2026년 청소년 생명존중 문화 확산 사업 작품으로 선정된 이번 뮤지컬은 김 대표가 연주자의 길을 잠시 멈추고 제작자로서 내딛는 첫 번째 공공 프로젝트다. 공연 제작자 김소정 스토리움 대표 인터뷰 내용을 통해 '4번출구'에 대해 들어봤다. ■ 완벽을 추구하던 연주자, ‘사람의 삶’에 질문을 던지다 김소정 대표는 오랫동안 클래식 무대에서 활동해온 오보이스트다. 예민한 악기인 오보에를 다루며 늘 완벽한 소리를 향해 자신을 조율해왔던 그는 어느 날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 대표는 “어느 순간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숨을 쏟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았다”면서 “완벽한 소리를 위해 버텨온 시간이 누군가의 삶과 어떻게 닿아 있는지 생각하게 되면서 개인의 완성을 넘어 더 많은 사람과 만나는 무대를 꿈꾸게 됐다”고 제작사 ‘스토리움’의 설립 배경을 밝혔다. ■ 〈4(死)


인기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