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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이슈분석] 은퇴 후 30년…초고령사회가 바꾸는 ‘노후 금융’ 지형도

고령층 자산관리부터 통합 라이프케어까지 제공
금융과 복지가 융합하는 새로운 노후 전략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대한민국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전체 국민 중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돌파하며 사회 전반에 걸쳐 고령화의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의 움직임도 예외가 아니다.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시니어 특화 금융서비스와 종합 라이프케어 전략을 내놓고 있으며 기존 자산관리 중심의 접근을 넘어 주거, 요양, 건강관리까지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시에 정부와 금융당국도 공적연금 체계 재설계, 주거정책 전환, 디지털 복지 기술 보급 등 다각적으로 초고령 사회에 대한 정책 대응을 추진 중이다. 부동산에 치우친 고령층 자산의 유동화와 현금흐름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과 정부가 협력해 초고령사회 진입을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 고령층, 금융권 새로운 타깃으로 급부상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의 총 순자산은 2024년 기준 43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며 불과 7년 전인 2017년(129조원)에 비해 폭발적인 증가세다. 자산의 상당 부분은 부동산에 집중돼 있고, 금융자산은 주로 예금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상황은 현금흐름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낳으며, 금융권이 고령층의 자산을 보다 능동적으로 관리할 필요성도 커졌다. 과거 예금과 연금 중심의 서비스가 이제는 생애주기 전반을 설계하는 종합 자산관리와 돌봄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는 이유다.

 

◇ 은행들, 시니어 토탈케어로 금융·비금융 초월

 

은행별 시니어 공략 전략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은 업계 최초로 시니어 종합 상담센터인 ‘KB골든라이프센터’를 출범시키며 시니어 자산관리 컨설팅 허브로 삼았다. 현재 전국 12개 거점에서 은퇴설계, 상속·증여 상담, 요양 관련 정보까지 한 번에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증여세 신고 대행 서비스까지 시작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금융 서비스뿐 아니라 건강, 요양, 의료, 여행, 쇼핑 등 비금융 서비스를 더 해 시니어 고객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시니어 토탈케어 솔루션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신한은행은 가사로봇 전문기업인 클로벗과 협력해 금융과 돌봄을 융합한 로봇 기반 서비스 모델을 실험 중이다. 이는 건강상담, 병원 연계, 간병인 지원 등 헬스케어 기능과 자산 신탁을 결합한 방식으로, 고령자 돌봄과 자산관리 융합모델로써 주목받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해당 협약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포용금융 실현의 일환이다. 디지털 전환을 넘어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시니어 고객을 위한 실질적 금융·복지 통합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국내 최초로 민간 고급 실버 레지던스 사업에 금융 파트너로 참여해 도심형 시니어 레지던스 모델 구축에 나섰다.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입주자 보증금 관리 신탁, 은퇴자산 운용, 생활지원 프로그램까지 통합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시니어 손님의 인생 2막을 위해 금융으로 준비하는 미래 설계는 물론 라이프케어 전반에 걸쳐 새로운 경험을 드리고자 하나은행과 HDC현대산업개발이 힘을 모았다”며 “다양한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력하고, 시니어 세대의 미래를 함께하는 동반자로서의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우리 원더라이프’ 브랜드로 50대 이상 고객을 위한 통합 플랫폼을 마련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젊고 액티브한 삶을 추구하는 시니어 고객들이 시니어 통합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니즈를 보다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넷은행들도 전용 콜센터와 헬스케어 연계 서비스로 시니어 고객 공략을 시작했다. 특히 액티브 시니어로 불리는 고소득, 고자산 고령 소비자를 타깃으로 수신 및 자산관리 상품에 비금융 서비스를 경합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금융과 비금융 융합, 디지털 기반 접근성 확대, 자산 이전 컨설팅이 결합되며 시니어 시장은 기존 ‘노인 금융’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고소득, 고지식 소비자를 위한 프리미엄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 금융당국, 초고령사회 대응 나서

 

정부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 강화를 위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한편, 주거복지 정책을 통해 실버 타운, 고령자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힘쓰고 있다. 또한 디지털 복지기술 확산을 위한 스마트 돌봄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시니어 금융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금융회사의 고령층 대상 상품 설계 및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고령자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금융교육과 상담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고위험 투자상품에 대한 접근 제한 및 불완전판매 방지책도 병행하고 있다.

 

◇ 기회는 명확, 리스크도 적진 않다

 

시니어 대상 금융시장에는 분명히 성장 기회가 존재한다. 다만 장기적 수익모델 구축을 위해선 몇 가지 리스크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먼저 헬스케어와 요양 등 비금융 영역과의 결합이 주요 특징이 되면서, 신규 규제와 감독 체계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또 인구 고령화에 따라 수요는 증가할 순 있지만 실제 시장 반응은 부동산 경기, 금리 변화, 소비 성향에 따라 변동성도 크다. 현재 은퇴자와 미래 시니어 세대의 요구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고령층은 디지털 금융 접근성도 취약하다. 맞춤형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긴 하지만, 소비자 보호 체계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고위험 투자상품으로의 유인과 설명 부족에 따른 불완전판매 가능성 등은 반드시 예방해야 할 문제다.

 

나아가 자산의 구조적 비유동성 문제 역시 시니어 금융 전략의 중요한 변수다. 이에 최근 금융권에선 고령층 자산의 현금흐름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접근법을 모색 중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고령층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어 이를 어떻게 유동화하고 현금흐름으로 전환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며 “투자 성향이 보수적인 만큼 신탁·퇴직연금·TDF 같은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 핵심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초고령화 사회, 은행의 본업 재정의

 

은퇴 후 30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시니어 금융은 단순 ‘시장 확대’가 아닌 금융의 본질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은행의 역할은 더 이상 자금 보관소에 그치지 않는다. 고령 고객의 삶 전반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자산관리, 상속·증여, 요양·주거까지 아우르는 시니어 풀케어 금융은 앞으로 은행권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시장은 신뢰 기반의 장기적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는 특성이 있다. 수익 확보에만 머무르지 않고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고객 보호 원칙을 바탕으로 한 균형 잡힌 접근이 병행될 때 ‘초고령화 사회’는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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