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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슈체크] 국책은행장 ‘빈자리의 무게’…금융정책 추진에 빨간불

산업·수출입은행 수장 공백 장기화
낙하산 논란 재점화, 내부 출신 요구 확산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국책은행 수장들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되며 리더십 부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후임 인선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조직 내 혼란은 물론 정부 주요 금융정책 집행에 차질이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 리더십 공백, 금융정책 동력 잃나

 

한국산업은행은 지난 6월 강석훈 전 회장의 임기 만료 이후 두 달째 회장 공석 상태다. 현재 김복규 수석부행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지만, 사실상 리더십 공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업은행은 국가 경제 안정과 성장을 위해 기간산업에 자금을 공급해 왔고, 위기 상황 시 구조조정의 핵심 주체로서 역할을 맡고 있다. 수장 공백은 정책금융의 동력 약화를 의미하는 만큼 이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한국수출입은행도 지난 7월 말 윤희성 행장의 임기가 종료되며 수장 공백 사태를 맞았다. 수출입은행은 글로벌 금융과 무역을 담당하는 정책 금융기관으로, 수출기업 지원과 금융 리스크 관리에 있어 신속한 의사결정이 핵심이다. 정권 초기 핵심 정책이 추진돼야 할 시기 수장 공백이 겹치면서 정책금융의 실행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고, 하반기 예산 편성과 국정 과제 실행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라는 측면에서도 해당 계획에 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IBK기업은행은 김성태 행장의 임기가 내년 1월 종료 예정이지만, 연내 후임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관심이 집중된다. 김 행장은 내부 출신으로 지난 2년간 중소기업 금융지원 중심으로 성과를 거뒀으나, 임기 중 내부통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했고 국책은행장 연임이 통상적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연임 가능성은 낮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 금융당국 인선 지연…하반기 인사 늦춰져

 

국책은행 수장의 부재가 길어지는 데는 금융당국 수장 인선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영향이 크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후임 인선이 지연되면서, 해당 부처의 제청을 받아야 하는 국책은행 수장 인선도 줄줄이 멈췄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를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금감원 내 소비자보호처 독립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 노조 반발이 거세고, 이러한 상황은 산하 기관 인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위 제청으로 임명되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장은 물론, 기재부 제청으로 임명되는 수출입은행장 인선조차 경제사령탑 인선 지연으로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내부 조직개편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국책은행 수장에 대한 제청은 빨라도 9월 이후에야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 낙하산 인사 우려…내부 출신 요구 높아져

 

최근 국책은행 수장 인선이 지연되고, 그간 금융권 내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반복됐던 점을 감안해 내부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산업은행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내부 출신 인사가 회장에 오른 적이 없어 ‘낙하산 인사의 온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제‧정책 특보 등 대통령 측근 외부 인사가 회장직에 오르며 전문성 확보 실패는 물론 보은 인사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외부 인사가 회장직에 앉는다면 산업은행 내부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전 회장 재임 시절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문제로 노사 간 대립이 극에 달했던 점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키운다.

 

반면 수출입은행은 윤희성 행장이 첫 내부 출신 수장이었던 점에서 의미가 컸다. 그는 높은 업무 이해도와 유연한 소통 능력으로 내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런 만큼 윤 행장 다음으로 올 후임자도 내부 출신 중 기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기업은행 또한 최근 5명의 행장 중 4명이 내부 출신이었고, 이번 역시 내부 출신 중 수장이 와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게다가 최근 노사 갈등, 조직 개편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어 내부 조직에 대한 이해가 높은 수장에 대한 요구가 더욱 높은 상황이다.

 

◇ 하마평 무성…실명 언급은 ‘함구’

 

현재까지 구체적인 후보자 명단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국책은행 수장 인선에 있어 세 가지 유형의 인사가 거론된다.

 

정책금융 경험이 풍부한 금융당국 출신 관료, 국책은행 내부 고위 임원, 공공 부문 업무에 대한 이해가 깊고 경험이 많은 민간 출신 전문가들이다.

 

수출입은행 차기 행장으로는 국제금융 및 무역 분야에 특화된 인사와 함께 과거 기재부 및 금융위에서 근무한 전직 고위 공무원들이 후보군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의 경우 기업금융과 리테일 업무에 경험이 많은 시중은행 출신과 내부 임원들이 거론된다.

 

산업은행은 후보군 폭이 넓지만, 이번 만큼은 내부 출신 인사가 실질적 고려 대상으로 올라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가 경제체질 개선을 정책 우선순위로 삼으면서 금융 정상화와 구조조정이 주요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앞으로 국책은행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낙하산 인사 보다는 조직 안정성과 정책 연속성을 중시한 인선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권 전반의 인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 수장은 국가 경제 전략의 일선에서 정책금융을 실현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라며 “경험과 이해도를 두루 갖춘 내부 전문가가 등용돼야 정책 실행력과 조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국책은행 수장 인선은 단순한 인사 교체를 넘어,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금융 정상화와 경제 체질 개선 정책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된다.

 

국책은행은 국가 기간산업 지원과 구조조정, 금융시장 안정화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새 수장의 정책 기조에 따라 구조조정의 강도, 혁신 금융 지원 확대, 금융 위험 관리 방안 등 핵심 과제들의 추진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인선 결과는 정부의 경제 정책이 금융권에 어떻게 반영되고 실행될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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