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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슈분석] ‘대출난민’ 쏟아진다…가계대출 셧다운, 어디서부터 꼬였나

4대 은행 총량 조기 소진…지방·보험·상호금융까지 연쇄 제한
총량 관리·시장 수요·계절적 증가 충돌하며 시스템 일제히 멈춰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연말을 앞두고 은행권의 가계대출 취급이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접어들었다.

 

4대 시중은행이 연초에 세운 가계대출 총량을 이미 크게 초과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비대면 신용대출까지 줄줄이 막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지방은행, 보험사, 상호금융권까지 일제히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어 연말 실수요자의 이른바 ‘대출난민’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이미 총량 관리 실패”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정책 대출 제외) 잔액이 연초 대비 7조8953억원 증가했다. 금융당국에 보고한 연간 총량 목표 대비 무려 32.7% 초과한 수준이다.

 

4대 은행 모두 개별 목표치를 넘어선 상태로 확인되며, 초과 폭은 최소 9.3%에서 최대 59.5%까지 벌어졌다.

 

앞서 금융당국은 6·27 대책을 발표하며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연초 계획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여달라고 주문했고, 은행권은 수치를 축소해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미 이달 20일까지 증가한 가계 대출 규모만으로도 해당 목표치를 초과한 상태다.

 

◇ KB국민·하나銀 시작으로 셧다운 확산

 

은행들은 비상 조치로 대출 창구를 닫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KB국민은행이었다. 국민은행은 지난 22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전면 중단했고, 대면 창구에서도 24일부터 올해 실행분 주담대를 모두 막았다. 타행 대환대출(주담대, 전세, 신용)과 ‘KB스타 신용대출 Ⅰ·Ⅱ’ 등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도 같은 날 모두 멈췄다.

 

하나은행도 25일부터 올해 실행분 주담대, 전세대출의 신규 접수를 제한했다. 비대면 채널에서 내년 실행 예정분만 예외적으로 신청 가능하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상황을 지켜보며 가계대출 제한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택 관련 대출이 막힐 조짐을 보이자 차주들은 신용대출로 몰렸다. 이달 1일 들어 20일까지 신용대출 잔액이 1조3843억원 늘었다. 2021년 7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관련 대출이 막히다 보니 최근에는 신용대출을 아파트 계약금 마련에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여기에 일부 투자 자금까지 신용대출로 이동하면서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졌다”고 말했다.

 

◇ 지방은행·보험·상호금융권도 대출 중단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가계대출 신규 접수를 중단하면서 그간 비교적 여유가 있던 지방은행들도 대출 제한 조치를 하고 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다주택자 등 실수요자 이외 주담대 신청을 조만간 중단할 계획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총량 여유가 있다고 봤지만, 최근 규제 흐름에 따라 우리도 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며 “지방은행까지 동참하는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시장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주담대를 취급하는 8개 생·손보사 중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은 이미 신규 접수를 중단했다. 다른 보험사들도 총량이 상한선에 가까워지고 있어 기존 접수 건만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호금융권 역시 비조합원 대상 대출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주담대 대출모집인 접수를 금지했고, 잔금대출 만기를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했다. 수협중앙회는 비조합원 대상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신협중앙회는 비조합원 대상 신규 가계대출을 연말까지 중단한다.

 

◇ 총량 목표 조정, “시장 수요 반영 부족” 지적도

 

은행권에서는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연초 계획 대비 절반 수준으로 일괄 축소하도록 주문한 금융당국의 조치가 당초 시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연초 제출되는 가계대출 총량 목표에는 통상 주택가격 변동, 전월세 수요, 계절적 대출 증가 등 자연 증가 요인이 포함되는데, 이를 일률적으로 축소하면서 실수요자 피해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총량이 빠르게 채워지면서 은행권은 주담대와 전세대출 등 실수요성 상품 신규 접수까지 제한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금융사에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도 발생했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 풍선효과를 우려한 다른 금융사에서도 가계대출 취급을 중단하려 할 것이고, 실제로 이러한 현상은 시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총량 관리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시장 수요와 정책 목표의 간극을 줄일 보다 정교한 조정 방식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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