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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 제2금융

[집중취재] 저축은행 건전성 경고등…정부는 ‘다중 대응 모드’ 전환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에도 ‘질적 위기’
금융당국, OK저축은행부터 10곳 릴레이 검사
배드뱅크로 숨통 트이나…모럴 해저드 논란도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저축은행권 건전성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연체율이 9%까지 오르며 9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대대적인 현장검사는 물론 저축은행권 임원들을 소집에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위험이 높은 저축은행들을 눈여겨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OK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연내 10곳 내외 저축은행을 순차적으로 검사할 예정인데, 이때 연체율이 비교적 높거나 회수 지연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곳이 주요 타킷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동시에 금융당국은 금융권 전체 연체 채권 규모 파악에 나서는 등 배드뱅크 설립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는 배드뱅크 설립을 통한 부실 정리가 건전성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선 배드뱅크 설립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 부작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연체율 2015년 이후 최고 수준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곳의 실적을 종합한 결과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4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543억원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소폭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문제는 건전성 지표가 악화됐다는 점이다. 해당 기간 연체율이 전년 말(8.52%) 대비 0.48%p 상승한 9.0%로 집계됐다. 이로써 연체율은 2015년 말 9.2%를 기록한 이후 최고 수준을 이어갔다.

 

저축은행권에서 1조3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매각 및 상각이 진행됐지만, 연체 여신이 늘고 여신 규모가 줄면서 결과적으로 연체율이 늘어났다.

 

한 저축은행업권 관계자는 “최근 국내 경기 둔화, 물가 변동성 확대, 부동산 회복 지연 등 대내외 변수가 많은데 이 모든 것들이 (저축은행권) 영업환경에 부정적 요소”라며 “당분간 공격적 영업이나 마케팅보다는 리스크 관리 강화를 중심으로 한 경영 안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 칼 빼든 금융당국, 고강도 건전성 관리 돌입

 

최근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권을 대상으로 한 고강도 건전성 관리에 돌입했다. OK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까지 10여 곳 저축은행 대상 릴레이 현장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처럼 금감원이 저축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부분을 압박하고 있는 이유는 연체율 상승 곡선이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저축은행업계의 부동산 PF 평가 기준을 강화하고 부실 정리를 유도해 왔음에도 일부 저축은행의 정리 속도가 더디다는 판단도 있었다.

 

여기에 경기 침체 여파로 자영업자와 가계대출 연체까지 덩달아 확대되면서 건전성 우려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이 지난 5월부터 저축은행권 대상 개별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지난해의 경우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공동 점검을 진행했으나, 올해에는 직접 대출 회수 실태와 내부 리스크 관리 체계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검사 강도를 높였다.

 

금감원 검사의 첫 번째 타깃이 된 OK저축은행의 경우 자산 기준 업계 2위이지만, 부실 징후가 있는 사업장 다수가 회수 지연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기준 OK저축은행의 연체율은 9.05%, PF 대출 연체율은 10.39%였다. 업계 평균인 8.52%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며 전년 대비 증가 폭도 크다. PF 대출 연체율의 경우 2023년 말 8.6%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2배 이상 빠르게 늘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권 현장검사를 통해 저축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상황, 회수 전략 수립 여부 등을 종합 점검할 계획이다. 이때 PF 대출 중 회수 가능성이 낮은 자산에 대해선 충당금 적립 등 추가적인 리스크 관리가 요구될 수 있다.

 

◇ 부실 은폐·축소 시 경영진 책임 가능성도

 

금융권에선 저축은행업권의 PF 대출 회수 지연이 일어나고 있는 배경에 대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조짐이 보이자 (고의로) PF 회수를 늦추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며 “만약 이런 계산을 토대로 (일부 저축은행이) 회수를 늦추고 있다면, 그것은 금리가 떨어져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고 자금 회수 시 더 높은 가격을 거둬드릴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판단이 바탕이 된 조치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인식은 결국 더 큰 손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해당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떨어져도 사업장이 즉각적으로 회수 불능 상태에서 가치 상승으로 전환되는 것이 어려운 데다가 이미 회수가 어려울 만큼 상황이 악화된 사업장을 계속해서 가지고 있는 것은 더 큰 손실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감원은 올해 하반기까지 현재의 검사 기조를 이어 나갈 방침이며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되는 저축은행 대상 일부 영업 제한 등 강도 높은 행정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건전성이 낮아 적기 시정 조치를 받은 저축은행의 경우 금감원에 자산 건전화 방안을 담은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이행 여부 역시 당국 점검을 받아야 한다. 부실을 반복적으로 은폐하거나 축소 보고하는 사례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경영진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李 정부, 배드뱅크 설립 밑그림

 

저축은행권 건전성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배드뱅크’ 설립 추진이 저축은행권 부실 정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배드뱅크 설립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배드뱅크를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채무 소각과 재조정을 위한 장치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금융당국은 장기 소액 연체 채권 규모 파악에 착수하며 배드뱅크 설립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실제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가 ‘개인금융 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구자의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존에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공기관만 개인금융채권 매입이 허용됐으나 이를 통해 비영리 법인도 가능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민간 비영리법인도 소액 부실채권 매입이 가능해진다.

 

배드뱅크의 정책 지원 주체나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코로나19 이후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부실 자산을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경우 배드뱅크 설립에 따라 부동산 PF 부실 정리 활성화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 대출 등 소액 채권을 비영리법인을 통해 매각할 수 있게 되면 부동산 PF 정리에 집중할 여력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권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배드뱅크 설립이 부실 정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배드뱅크가 부실 부동산 PF 대출을 직접적으로 정리하는 건 아니지만 부실채권 매수처가 생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부실 정리·도덕적 해이 논란 병존

 

금융권에선 배드뱅크 설립을 두고 도덕적 해이 우려도 적지 않다.

 

그간 빚을 성실하게 갚아온 채무자들에겐 ‘역차별’ 발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배드뱅크 설립에 투입되는 비용에 대한 문제도 있다. 현재로썬 정부 재정 투입은 물론 은행권 등 금융회사들의 공동 출자 방식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재명 정부는 올해 2차 추경 편성 및 통과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추경에 소상공인 빚 탕감 정책이 포함될 것임을 시사했다. 배드뱅크 설립 또한 추경 예산 주요 사용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선 배드뱅크 설립 시 금융권의 추가 재원 투입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기존 배드뱅크도 정부 재정 투입과 함께 은행권 등 민간 금융사의 공동 출자 방식이 병행되는 구조였던 만큼 이번 역시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 분담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곤혹스럽단 입장이다. 이미 윤석열 정부 당시 소상공인과 자여업자 등 금융 취약계층 대상 지원책인 상생 금융 명목으로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내놓은바 있는 만큼 새 정부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배드뱅크는 성실 차주들에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준다는 인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이로 인한 모럴 해저드 논란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라며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금융권에서 재원을 마련해 지원하는 방식의 선심성 정책이 나오고 있는데 이보단 중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보단 빚을 스스로 갚도록 도와주는 방식, 구조적인 해결책이 우선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지원 정책 다수가 은행 부담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고 이 같은 요구가 늘어날수록 자체적인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재원출연에 대해선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저축은행권 대상 고강도 현장 검사와 함께 배드뱅크 설립 추진이 본격화 되면서 저축은행권 건전성 회복이 어느 정도 가시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부실 해소 과정에서 불거질 형평성 논란과 금융권 부담 가중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정부 해법이 또 다른 위험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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